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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2024년 12월에 본 영화 (+ 내가 뽑은 2024년 올해의 영화)

by Jaime Chung 2024.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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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2024년 12월에 본 영화 (+ 내가 뽑은 2024년 올해의 영화)

 

2024년 12월에 본 영화들은 총 2편.

⚠️ 아래 목록에서 영화 제목과 연도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영화에 대한 후기를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영화는 후기를 따로 쓰지 않은 영화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후기를 참고해 주세요.

<Will & Harper(윌 & 하퍼)>(2024) ⭐️⭐️⭐️
감독: 조쉬 그린바움
장르: 다큐멘터리
코미디언 윌 페렐이 자신의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 시절부터 친구였던 코미디 작가 앤드류 스틸과 함께 로드 트립을 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앤드류 스틸은 중년의 나이에 여성으로 성전환했고, ‘하퍼 스틸’이라는 새 이름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윌은 자신에게 소중한 친구의 성전환 이후 새로운 삶을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해, 둘에게 의미 있는 장소들을 이제는 ‘여성’으로서 다시 방문하는 로드 트립을 하퍼에게 제안한다. 둘은 그렇게 길을 떠난다. 솔직히 하퍼가 여성이 되기로 결정한 과정이나 트랜스젠더들을 어떻게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보다는, 윌과 하퍼의 우정에 더욱 집중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친구인 둘의 케미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좋아서 이게 꾸밈없는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니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고 보는 게 좋겠다.
<I Capture the Castle(성 안에 갇힌 사랑)>(2003) ⭐️⭐️⭐️
감독: 팀 파이웰
장르: 드라마, 로맨스
도디 스미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간단히 요약하자면, 1930년 가난한 작가 아빠(빌 나이 분)를 둔 두 딸들의 로맨스라 할 수 있겠다. 큰딸은 로즈(로즈 번 분), 작은딸은 카산드라(로몰라 가라이 분)다. 로즈는 가난함에 질린 나머지, 모트메인 가족이 사는 성의 주인인 코튼 형제들 중 형인 사이먼(헨리 토마스 분)를 유혹해 결혼하겠다고 다짐하는데… 자세한 줄거리는 링크를 통해 보시라.
엄청나게 오락가락하고 복잡한 연애 관계 때문에 재미는 있지만, 다 보고 나면 ‘엥 그래서…?’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2024년 올해의 영화

2024년에 본 영화는 총 58편. 2024년 올해에 개봉한 것도 있고, 그 이전에 개봉한 것도 있다. 개봉 연도와는 무관하게 내가 올해에 본 영화들 중에서 ‘올해의 영화’를 꼽아 보려 한다. 가능한 한 다양한 장르에서 고르려고 했으나,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밥이기에 큰 다양성은 없다는 점을 밝혀 둔다. 이미 진작에 리뷰를 쓴 영화들이니까 소개는 지극히 간단하게 줄여서 하고, 그 영화를 선정한 이유 위주로 말해 보겠다.

 

페미니즘 부문

<Women Talking(우먼 토킹)>(2022) ⭐️⭐️⭐️⭐️
감독: 사라 폴리
장르: 드라마
미리엄 테이브스가 쓴 동명의 소설(국내 출간된 소설은 <위민 토킹>이라는 제목이다. 왜 영화만 단수형으로 음차를 했는지 모를 일이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건 그 작품성에 비해 국내에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제목 그대로 여성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성차별적이고 성폭력을 일삼는 한 공동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울 것이냐, 참고 침묵할 것이냐를 토론한다. 진짜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이 주제로는 단연코 최고라 할 만하다.

 

코미디 부문

<Bottoms(바텀스)>(2023) ⭐️⭐️⭐️⭐️ 
감독: 엠마 셀리그먼
장르: 코미디
올해 본 코미디 중에서 제일 독특하고 제일 재미있다. 약간 피가 튀고 약간 징그럽다고 할 수도 있는데 재미는 보장한다. 이걸 정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King Princess의 노래 ‘Pain’ 같은 영화라고 설명하면 감이 오려나? (아닐 수도.) 레즈비언 로맨스? 그렇다고 
<Love Lies Bleeding(러브 라이즈 블리딩)>(2024)처럼 대놓고 레즈비언 주인공들이 사랑에 미치는 내용은 아니고, 그냥… 전개가 미쳤다. 그냥 강력 추천!

 

드라마 부문

<I Used to Be Funny(아이 유즈드 투 비 퍼니)>(2023) ⭐️⭐️⭐️⭐️ 
감독: 앨리 팬키우
장르: 코미디, 드라마
이것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아쉬운 영화. 참고로, 어쩌다 보니 <2024년 올해의 영화> 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의 영광을 차지한 영화들 두 편 모두에 레이첼 세노트가 주연을 맡았다. 그는 내가 눈여겨 보는 배우들 중 하나다. 어쨌거나 레이첼 세노트가 이 영화에서는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스탠드업 코미디언 역을 맡았는데 그 연기가 무척 뛰어나다. 

 

그리고 선외가작(選外佳作)이라고 하긴 어렵고, 그냥 내가 말하고 싶은 거리가 있어서 언급하는 작품들.

최악의 각색 부문

<The Glass Castle(더 글래스 캐슬)>(2017) ⭐️⭐️ 
감독: 데스틴 크리튼
장르: 전기, 드라마
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감탄하고 지문이 닳도록 리뷰를 쓴, 저넷 월스의 동명의 회고록을 기반으로 했는데, 거하게 말아먹었다. 여기서 말아먹었다는 건, 상업적으로 망했다는 게 아니라 원작을 망쳤다는 거다. 원작은 책임감 없고 아직 어른이 안 된 부모 밑에서 자란 저자와 형제자매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 주어서 감동적이었는데, 이 영화는 그걸 가져다가 굳이 어떻게든 부모를 포장하고 어떻게든 감동적인 할리우드 가족 드라마로 만들려고 애쓴다. 아니, 원작이 그런 내용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지? 당시 내가 쓴 영화 리뷰를 보시면 내 분노에 대해 더 자세히 읽어 보실 수 있다. 진짜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각색이 제일 형편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악의적이라고 느낀 영화다.

 

최악의 여성 혐오 부문

<Overboard(환상의 커플)>(1987) ⭐️⭐️ 
감독: 게리 마샬
장르: 로맨스, 코미디
많은 이들이 아실, 2006년에 방영했던 한국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원작이 되는 영화. 이건 로맨스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니다. 1987년 영화라 지금보다 의식이 더 후졌다. 이 영화를 안 봤어도 한국 드라마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백만장자인 여자 주인공이 기억을 잃자 남자 주인공은 이를 기회로 여기고, 여자 주인공이 자기 아내라고 속인다. 그러면서 온갖 착취를 다 하는데, 이런 ‘빻은’(이런 말은 정말 쓰고 싶지 않지만 이것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설정을 당당히 영화에 써먹을 수 있었던 이 시대는 도대체 무슨 시대인가 싶다. 지금은 최소한 그런 게 여성 혐오라는 의식이라도 있지, 이땐 그런 게 그냥 자연스럽고 당연한 건 줄 알았을 거다. 진짜 역겨워서 중간에 때려치우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 가며 다 본 영화. 결말까지 환장한다.

 

견문 넓히기 부문

<Adire(아디레)>(2023) ⭐️⭐️⭐️⭐️ 
감독: 아데올루와 오우
장르: 드라마
나이지리아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 산업의 본거지이기 때문에 ‘놀리우드(나이지리아 + 할리우드)’라고 불린다는 거 아셨는지? 나는 올해 초 이 영화를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다. 아마존 프라임을 둘러보다가 이 영화를 알게 되었는데 제목에 있는 아디레는 나이지리아 남서 지방에서 생산하는, 고유한 염색 기법을 사용해 만든 직물의 이름이자, 주인공의 가명이기도 하다. 나이지리아의 문화를 접할 일이 극히 드문데 이 영화를 통해 더 넓은 세계를 만나게 되어 신선하고 즐거웠다.

 

올해 본 영화 58편 중 가장 좋았던 영화 3편과 최악의 영화 2편, 그리고 내 세상을 넓혀 준 1편, 총 6편을 꼽아 보았다. 내년 2025년에는 더 좋은 영화들을 많이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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