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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5년 6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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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 결산] 2025년 6월에 읽은 책들

 

2025년 6월에 읽은 책들은 총 11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유즈키 아사코, <미안한데, 널 위한 게 아니야> ⭐️⭐️⭐️

<버터><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을 쓴 유즈키 아사코의 신작. 약자들의 ‘연대’를 통한 통쾌한 ‘복수’가 이 단편집의 일관된 주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솔직히 몇몇 작품에서는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특히 <BAKESHOP MIREY’S>. 솔직히 유즈키 아사코의 작품 중 최고라고 할 수는 없고, 통쾌한 복수라는 주제는 <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이 더 잘 풀어내서 오히려 이 작품을 더욱더 추천하고 싶다.
레이첼 요더, <나이트비치> ⭐️⭐️⭐️⭐️
출장을 자주 다니는 남편 때문에 독박 육아 중인 한 여성이 밤에 개로 변한다는 충격적이고 다소 괴랄하게 들리는 설정의 소설. 하지만 이 충격은 단순히 남들의 관심을 얻기 위한 값싼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이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거칠고 동물적인 일인지를 보여 주기 위한 비유이다. 또한 결말도 이 현대 사회에서 예술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완벽한 풍자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마리엘 헬러의 영화
<Nightbitch(나이트비치)>(2024)가 있으나, 이건 무시하고 꼭 그냥 소설만 읽으시길 강력히 권한다.
맥스 디킨스,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
제목 그대로 남성들의 우정에 관한 논픽션.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저자가 이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잘 풀어냈다. 저자는 사랑하는 여자 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할 마음을 먹었는데, 신랑 들러리를 해 줄 동성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여러 학문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남자들의 우정 문제를 파헤친다.
빌리 베이커의 <마흔 살, 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와 같은 주제이지만, 이게 훨씬 더 낫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작가 본인의 개인적 경험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책이 좀 더 전문가와 이론 등 객관적인 근거가 풍부하달까. 남성들에게 “우정을 유지하고 싶으면 당신이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것 같은 책이다. 추천.
이얼 프레스, <더티 워크> ⭐️⭐️⭐️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노동을 저자는 ‘더티 워크’라고 명명하고, 이것이 사회와 그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더티 워크의 예로는 교도소 간수, 드론 조종사, 도살장 노동자, 시추선 노동자 등을 들 수 있다. 저자가 설명하는 교도소 간수의 현실은 솔직히 미국과 한국이 좀 다르지 않나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더티 워크는 어느 사회에서나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무라타 사야카, <소멸세계> ⭐️⭐️⭐️
성(性), 연애와 재생산이 완전히 분리된 세상을 상상한 소설. 이 SF 소설 속 일본은 인공 수정 기술이 고도로 발전해서, 남성도 인공 자궁을 통해 아기를 가질 수 있다. 주인공인 아마네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신이 부모님의 ‘교미’, 즉 전통적인 방식의 성관계를 통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평생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SF 세상에서도 여전히 여성은 출산 휴가를 내기 어렵고, 일부 여성들은 차라리 동성 친구들과 같이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점. 언어의 아름다움보다는 한 가지 생각, 콘셉트를 극한으로 밀어붙여 그 끝을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심너울,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
심너울 작가의 단편집. 한 작가의 작품 세 편을 싣는 ‘트리플’ 기획의 일부로, 각각 2019년, 2020년, 2021년에 쓴 단편소설이 실렸다. 개중에 내가 제일 흥미롭게 읽은 것은 첫 번째로 실린 <대리자들>이라는 작품인데,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과 배우에게 연기를 시키지 않고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영화를 한 편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극 중) 현실을 엮어냈다. 연기란 무엇이고 진실은 또 무엇인가. 이 외에 다른 두 작품도 재미있으니 심너울 작가의 팬이라면 한번 읽어 보시라.
브라이언 무어,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
제목에 등장하는 주디스 헌이 주인공인데, 다 읽고 나면 제목을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는 (비록 원제는 그냥 <주디스 헌>이었고 이 ‘외로운 열정’ 파트는 이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붙은 거긴 하지만) 생각이 들 것이다. 주디스 헌은 40대의 노처녀로, 한평생 이모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연애나 결혼할 시기를 놓쳐 버렸다. 지금은 하숙집을 전전하며 사는 신세. 그런데 이번 하숙집에서 주디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 남자, 매든 씨를 만나게 되는데… 주디스 헌은 공감성 수치와 샤덴프로이데(Schadenfreaude) 그 어딘가에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은데, 이 캐릭터 때문에 수치심이나 짜증을 느끼는지, 아니면 연민과 공감을 느끼는지에 따라 작품에 대한 감상이 달라질 듯.
강정미, <립스틱 짙게 바르고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
임주리의 노래에서 제목을 따온 이 논픽션은 말 그대로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가 썼다. 선배 한국어 강사로서 후배들에게 현실은 이렇다,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서 이렇게 준비하라, 수업에서는 이러이러한 부분을 주의하라 등등 조언을 제공한다. 나는 어째서인지
서수진 작가의 <코리안 티처>가 생각나서 읽어 보았는데,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한국어 강사들을 꿈꾸거나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서수진, <골드러시> ⭐️⭐️⭐️
<코리안 티처> 한 권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서수진 작가의 단편집.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쓴 작품 여덟 편이 실려 있는데, 미국과 한국이 배경인 작품 두 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호주가 배경이다. 작가님이 호주에서 거주하셔서 그런 듯. 호주에서 사는 한국인들이 느끼고, 겪고,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이 작가님의 최고 작품은 <코리안 티처>라고 생각해서 읽는 내내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최고 아웃풋인 작품과 <골드러시> 속 단편들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나쁘진 않지만 내가 정식으로 한 편의 리뷰를 쓸 만큼 확 와닿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없달까… 그렇지만 이 감상을 쓰다가 덕분에 갓 나온 (2025년 5월) 작가의 신작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으로도 족하다. 신작 읽어 봐야지!
애비게일 슈라이어, <부서지는 아이들> ⭐️⭐️⭐️⭐️
아이의 감정을 알아 주고, 권위주의적이기보다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다가가는 현대 (미국) 육아법이 불안정한 아이들을 낳았다며, 부모가 심리 치료사나 (심리 치료사처럼 구는) 학교 교사에게 의존하기를 멈춰야 한다고 말하는 책. 심리 치료가 많이 대중화되었으나 우울증 같은 심리적 문제의 ‘감소’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역설을 짚어내는 저자의 통찰에 감탄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음으로써 자신의 감정에 과하게 집중하게 만든다는 점이나, 현재 자신의 모든 문제를 과거 ‘트라우마’에서 찾으려 한다는 점 등의 지적은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유효하다. 이미 부모이거나 부모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은 책.
장아이링, <색, 계> ⭐️⭐️⭐️
탕웨이와 양조위 주연의 영화 <색, 계>(2007)의 원작이 되는 소설을 비롯한 장아이링의 단편소설을 엮은 작품집. <색, 계>를 비롯해 여러 작품을 읽고 나니 역시 동아시아 여자들은 못난 ‘토종’ 남자들 때문에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중국 문학에 조예가 없어서 문학적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걸 수도 있지. 하지만 내게는 그런 인상을 주었다. 영화까지는 안 봐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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