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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 가게에서 가방을 보여 달라고 하면?

by Jaime Chung 2018.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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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 가게에서 가방을 보여 달라고 하면?

 

내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처음 와서 신기하고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어떤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다가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오는 경우 "잠시 가방을 확인해도 되겠습니까?"라며 가게 내 안전 요원이 내게 가방 검색을 할 수 있도록 내 동의를 구한다는 거였다.

나는 여태껏 양심적으로 행동했으므로 당연히 거리낄 게 없어서 보여 줬고, 안전 요원도 내 가방을 재빨리 확인한 후 협조해 줘서 고맙다며 날 보내곤 했는데, 이런 일은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당황스럽긴 했다.

일단 나는 한국에서 실내에 안전 요원이 있는 곳을 은행 빼고는 본 적이 없다. 금은방은 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혹시 국내 금은방에 도난 방지 시스템 말고 실제로 안전 요원이 있나? 나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나라로 치면 올리브영이나 왓슨스 정도 되는, 조금 큰 호주 파머시(pharmacy, 약국이지만 화장품 등을 같이 판다)와 세포라(Sephora, 화장품 전문 매장)에서는 안전 요원을 봤고, 아무것도 안 사고 구경하다 나오면서 가방 검색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화장품은 비교적 크기는 작아도 가격은 저렴하지 않은 편인 데다가, 일상적이고 흔한 물건이다 보니까 좀도둑이 눈독을 들이기 쉬워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일까, 호주에서는 가게 앞에 "입장 조건(Conditions of Entry)"을 써 붙인 모습을 한국보다 훨씬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내용은 대개 절도가 의심되는 경우 가게 측에서는 고객에게 가방 검색을 요청할 수 있고, 이 조건에 동의하는 손님만 받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쓰는 '도난 방지대'가 호주에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방 검색을 받은 가게는 전부 도난 방지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가방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 것은 도난 방지 시스템을 믿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유난히 수상해 보였던 건지는 모르겠다. 맹세코 나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고 그냥 구경만 했을 뿐인데.

 

 

그래서 검색을 좀 해 봤다. 'australia bag search'를 검색하면 과연 소매업자에게 가방 검색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글이 주루룩 나온다.

몇 가지를 읽어 보고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소매업자는 반드시 (위에서 말했듯이 절도가 의심되는 경우 가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 조건'을 입구에 명시해야 하고, 가방을 검색할 때도 개인 소지물을 건드리지 않고 오직 눈으로만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내용물이 보이지 않아 안을 열어 확인해야 하는 경우에는 고객이 이에 협조해 내용물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http://www.findlaw.com.au/articles/4767/do-stores-have-the-right-to-search-your-bag-.aspx)

 

반면에 고객은 가방 검색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이럴 경우

- 소매업자는 고객에게 가게에서 나가 달라고 요구할 수 있으며

- 고객에게 물건을 팔기를 거부할 수 있고

- 고객이 정말로 상품을 절도했다고 믿는다면 경찰을 부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일 경찰이 왔는데 고객이 무고하다면, 오히려 소매업자가 불법 감금(false imprisonment)의 책임을 질 수도 있다.

 

호주 소매업자 협회(Australian Retailers Association)에서는 소매업자가 고객의 가방을 검색할 수 있음을 알리는 조건을 명시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협회는 동시에 소매업자는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상품이 들어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만, 그것도 오직 작은 개인 가방(A4 사이즈 이하)만을 검색할 것을 권한다.

(https://www.consumer.vic.gov.au/products-and-services/business-practices/store-policies/bag-search-policies)

 

만일 호주에서 이렇게 가방 검색을 요구당한다면 일단 가게 앞에 '가방 검색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 조건을 명시했는지를 확인하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이에 동의하거나 아니면 거부하고 가게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가게에서 경찰을 부른다면 경찰에 협조해 정말 절도를 했는지 안 했는지 밝혀야겠지만.

나는 양심적으로 잘못한 게 없었으므로 가게 측에서 가방 검색을 요구할 때 응했으나, 이게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그에 따른 결과는 본인이 책임질 각오로 거부하셔도 된다.

나는 그냥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가이드를 영어에서 한글로 번역해서 소개한 것뿐이고, 이 글을 읽은 독자의 행위에 일절 법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바임을 밝힌다.

어쨌거나 내 글의 요지는, 호주에서는 한국보다 '가방 검색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 그러니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행동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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