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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리처드 오스먼, <목요일 살인 클럽>

by Jaime Chung 2025.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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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리처드 오스먼, <목요일 살인 클럽>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의 신작 영화 <The Thursday Murder Club(목요일 살인 클럽)>(2025)의 원작 소설. 이 영화가 재밌단 이야기를 이웃님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들었고, 그래서 원작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워낙에 등장인물들이 많고 사건이 복잡한 경향이 있는 추리 소설을 잘 읽지 않고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원작을 읽고 영화를 본 후, 원작을 다시 한번 훑어 봐야 했다. 아, 그게 이렇게 된 거였군요…

그런 내가 이 소설을 요약하자면 정말 기초적인 수준이 될 것이다. ‘쿠퍼스 체이스’라는 고급 실버타운에 사는 네 명의 노인, 엘리자베스와 조이스, 이브라힘과 론은 미제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목요일 살인 클럽’ 회원들이다. 그런데 그 실버 타운을 운영하는 이언 벤섬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네 아마추어 탐정들은 이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소설 한 권 안에 벌어지는 사건이 세네 개 정도 되어서 나는 읽다가 헷갈렸다. 그래서 앞에서 말했듯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을 다시 훑어본 것… 영화는 주요 사건을 두 개 정도로 압축해서 진행해 보여 주기 때문에 훨씬 이해가 쉽다. 물론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영화는 2시간 내에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깔끔하게 압축된 버전이 더 나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사건이 복잡한 추리 소설을 잘 못 읽는다… 한 권에 일어나는 사건이 많으니 추리물 팬이라면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원작 소설은 확실히 재미있다. 이게 왜 시리즈로 계속 나왔는지 알겠다. 국내에는 아직 1권 <목요일 살인 클럽>과 2권 <두 번 죽은 남자>까지만 번역돼 있는데, 원서는 3권 <The Bullet That Missed>, 4권 <The Last Devil to Die>까지 나와 있고, 올해 2025년에는 신작 <The Impossible Fortune>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저자가 2024년 5월경에 팟캐스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출처), <목요일 살인 클럽>은 심지어 연극으로도 제작될 계획이라고. 와, 원작자로서 정말 기쁘겠다. 영화도 헬렌 미렌(엘리자베스 역), 셀리아 아임리(조이스 역), 피어스 브로스넌(론 역), 벤 킹슬리(이브라힘 역)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이런 명예까지… 정말 부럽다.

 

책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소소하게 웃긴 부분들도 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

10년 전, 가톨릭교회가 땅을 팔면서 쿠퍼스 체이스 실버타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전 론을 포함한 주민들이 첫 입주를 했다. ‘영국 최고의 고급 실버타운’이라고 광고를 했지만, 이브라힘이 확인해본 바로 영국에서 일곱 번째 수준이라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페니와 함께 목요일 살인 클럽을 만들었다. 수년간 켄트 카운티에서 경위로 일한 페니가 미제 살인 사건 파일을 가져오곤 했다. 원래 사건 파일을 멋대로 유출하면 안 되지만 누가 굳이 따지고 들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본인 좋을 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의사와 자식들 말고는 이래라저래라 할 사람도 없다.

론은 클럽 모임에 그냥 알아서 찾아 들어왔다. 평소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어느 목요일 그는 퍼즐실 앞에 ‘일본 전통 가극 연구’라고 붙여놓은 사용 사유를 보고 그냥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이 안에서 그런 걸 연구한다고는 전혀 믿지 않았기에, 무슨 꿍꿍이짓을 하는지 알아내려 들어온 것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의 의심하는 태도를 높이 사서 곧장 론에게 1982년 A27 도로변의 숲에서 불에 타죽은 채 발견된 보이 스카우트 단장 사건 파일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즉시 론의 장점을 파악했는데, 바로 남이 하는 말은 토씨 하나라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지금도 엘리자베스는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경찰의 사건 기록 파일을 읽으면 놀라울 정도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곤 한다.

나중에 나는 이 실버타운에 살고 있는 론 리치가 바로 그 유명한 노동조합장임을 알게 됐다. 론과 페니의 남편 존은 다친 여우를 치료해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스카길’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었다. 내가 처음 입주했을 때 실버타운 소식지에 그들의 선행이 기사로 실렸다. 존은 수의사이고 론은 그냥 론이니, 아마 존이 여우를 치료하는 일은 다 했을 것이고 론은 이름 붙이는 일만 했을 것이다.

게다가 네 명의 주인공 모두 캐릭터가 확실한데 특히 엘리자베스는 왕년에 한 끗발 날리신(!) 할머니라 사람들을 이래라저래라 하는 데 일가견이 있고, 조이스는 다수 푼수스럽지만 사랑스럽다. 론은 위의 인용문만 봐도 알겠지만 거침없고 직설적이다. 이브라힘이 그나마 제일 조용하고 무난한 편인 듯… 이 넷이 이렇게 모여서 추리를 해대는 걸 보면 이렇게 늙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러면 좋은 사람들, 동료 탐정들을 만나야 하는데 나도 전국에서 일곱 번째 수준의 고급 실버타운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나처럼 추리 소설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일단 영화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 소설을 읽는 게 (만약에 읽고 싶다면) 나을 것 같다(하지만 또한 나처럼 ‘원작을 반드시 먼저 접하고 각색물을 봐야 한다’라는 사람이라면 원작부터 읽으시면 된다). 영화도 재미있으니 한번 보시라.

 

➕ 깨알 같은 정보를 덧붙이자면, 영화에서 조이스(셀리아 아임리 분)의 딸 조안나로 나오는 배우 잉그리드 올리버는 실제로 원작 소설 작가인 리처드 오스먼과 부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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