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Miss You Already(미스 유 올레디)>(2015)

by Jaime Chung 2026. 1. 14.
반응형

[영화 감상/영화 추천] <Miss You Already(미스 유 올레디)>(2015)

 

 

 

두 여자, 제스(드류 베리모어 분)와 밀리(토니 콜렛 분)의 우정 이야기. 두 여자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첫 키스, 첫 경험, 모든 것을 함께 하며 자랐다. 외향적이고 자기 주장도 강한 타입인 밀리는 로디였던 남자 친구 키트(도미닉 쿠퍼 분)와 결혼해 아이를 둘이나 가졌고,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고 있다. 반면, 내향적이고 남에게 잘 맞춰 주는 성격인 제스는 남편 제이(패디 콘시딘 분)와 체외 수정으로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느 날, 밀리는 유방암 판정을 받는데…

 

그래, 이거다! 오직 여자들을 위한, 오직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제스와 밀리의 남편은 여기에서 솔직히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여성 캐릭터들의 서사를 완성하는 조력자로서만 존재하며, 여성 캐릭터가 온전히 주체적인 서사의 중심에 선다. 각각 제스와 밀리랑 연애를 해서 결혼도 했는데 관객들이 키트나 제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심지어 밀리가 바람을 피우는 바텐더 에이스(타이슨 리터 분)도 진짜 신기할 정도로 여성을 위한 캐릭터다. 밀리가 유방 절제술을 받아서 자기 몸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남편 키트와 관계도 갖지 못하는데(키트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으나 밀리가 자기는 이제 키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에이스는 그런 밀리도 섹시하다고 해 주고 관계도 한다. 에이스가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고, 사실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그는 자신의 (성적) 매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은 밀리가 다시 자신의 매력을 확인받게 해 주는 장치일 뿐이다. 와, 남자 캐릭터가 이런 취급을 받으니 참 신선하다.이 영화의 주인공은 오직 제스와 밀리인데요? ㅎㅎ 남자들은 여태까지 자기네들이 미디어에서 중요한 역할 다 맡는 것들을 보고 있었던 거네? 여자들은 이렇게 온전히 여성들을 위한, 여성들만의 이야기를 가끔 가다 한두 편씩 마주칠 뿐이었는데! 통쾌한 동시에 씁쓸함이 느껴진달까.

 

정말이지, 이 영화는 그냥 제스와 밀리가 전부다. 밀리가 유방암 판정을 받고 나서 어떻게 방황하는지, 제스가 그걸 어떻게 받아 주고 도와주다가 어느 시점에서 둘 사이가 틀어지는지, 그러다가 어떻게 또 화해하고 죽을 때까지 서로를 소중히 여기게 되는지, 그 이야기다.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하지만 이 영화가 두 여자를 마냥 완벽한 성인으로 그리는 것은 아니다. 두 여자는 현실적이다. 특히 밀리가 그렇다. 밀밀리는 화학 요법 치료도 받고, 유방 절제술도 받고 난 후 처음 맞는 생일 때 키트가 기껏 신경 써서 주변 사람들 다 불러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 줬더니 나를 동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불쾌하게 여기며 깽판을 놓는다. 내가 그래 본 적 있다는 건 아니고, 그냥 뭐랄까, 큰병을 앓은 사람들 특유의 ‘나는 이런 병을 앓았지만 나를 동정하지 마’ 하는 그 태도가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몸이 힘드니까 마음도 살짝 뒤틀려서 상대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뭘 해 주려고 해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지… 나도 직업상 아픈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아파서 사람이 심보가 뒤틀리는 걸까, 아니면 원래 심보가 뒤틀린 사람이 우연히 아프게 되는 걸까 궁금하다. 병 같은 사고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일어나는 거니까 후자가 맞는 거겠지만… 아무리 암처럼 스트레스 받고 힘든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 정당화될 수가 있을까? 다른 사람들도 자기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힘든 일을 겪으면 시야가 좁아지게 마련인가 보다. 그럴 때 제스처럼 좋은 친구가 있어야 ‘너 그건 너무했어’라고 나에게 옳은 말을 해 줄 수 있는 거겠지(그렇지만 내가 직업적으로 만나는 이 무례한 사람들에게 내가 직접 그런 말을 하면 안 될까? 주먹이 운다 진짜 ✊).

 

영화가 보여 주는 이 두 여자들은 분명히 완벽하지 않다. 밀리는 너무 자기 위주적이고, 제스는 다소 자기 희생적이다. 하지만 그런 두 여자들의 우정은 무척 아름답다. 왜냐하면 서로를 놓지 않고 언제나 곁에 있어 주는 진짜 우정이니까. 일부러 사람들을 울리려고 만드는, 너무나 순백색의, 예쁘고 아름답기만 한 ‘암 투병 슬픈 영화’가 아니라 진짜 여자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가 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여성 서사가 뭔지 보고 배우고 싶다는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