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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Hit Man(히트맨)>(2023)

by Jaime Chung 202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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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Hit Man(히트맨)>(2023)

 

 

한 줄 평: 여미새와 남미새의 환장할 콜라보. 줄거리는 이렇다. 게리 존슨(글렌 파월 분)은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경찰을 위해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 엄청난 건 아니고, 그냥 경찰 요원이 수사할 때 도청하며 이런저런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 요원이었던 재스퍼(오스틴 아멜리오 분)가 정직을 당하자 게리가 얼떨결에 그 일을 맡게 된다. 살인을 청부하는 사람들을 만나 ‘킬러’인 척하면서 그들을 체포하기에 충분한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의외로 ‘킬러’인 척 연기하는 데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 게리. 어느 날 그는 아내를 학대하는 남편을 죽여 달라는 한 아리따운 여인 메디슨(아드리아 아르호나 분)을 만나게 되는데…

 

줄거리만 봐도 다들 예상할 수 있겠지만, 게리는 여태까지 잘하던 일을 메디슨을 만나 그르친다. 늘 하듯이 상대방에게 적당히 자백을 받아낸 후 다른 경찰 요원들이 그들을 체포할 수 있게 자리를 뜨면 되는 일이었는데, 이 여인의 미모에 반해 ‘남편을 죽이려 하지 말고 그냥 그 돈을 가지고 떠나서 새 인생 살아라’라며 감히 조언을 하고 그 여자를 돌려 보낸다. 그래 놓고 여자가 유혹하니까 또 넘어가네? 하 진짜… 더 이상 스포일러는 안 하겠지만 여미새 게리와 남미새 메디슨이 짝짜꿍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그래, 너희 둘이 만나서 서로 방생하지 말고 평생 백년해로해라’ 하게 된다. <Roofman(루프맨)>(2025)에서도 느꼈지만, 범죄가 망하거나(다시 말해, 들키거나), 멀쩡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은 다 그 사람이 방심을 해서 그렇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똑바로 살려고 해도 냉철한 마음을 가지고 똑바로 생각을 해야 하는데, 사랑이니 감정이니 하는 게 끼어드는 순간 그게 안 되니까.

 

아니, 애초에 자기를 학대하는 남편을 떠나려고 하던 여자가 새로운 남자를 그렇게 쉽게 만나서 유혹하고 사랑에 빠지고 이러는 게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남자에게 충분히 데이지 않았나? 왜 새로운 남자가 필요해? 진짜로 남자에게 질렸으면 한동안 데이트도 안 하고 그냥 내 새 인생 사는 데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남자가 쓴 여자 캐릭터라 정말 놀라울 정도로 남미새다.

그런데 이런 여자를 만나는 게리도 한 강심장 하는 여미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더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지만, 적당히 돌려서 말하자면, 그 반전이 나올 때 왜 게리가 놀랐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럼 뭐, 메디슨이 정말로 순결한 피해자인 줄 알았어요? 한 남자에게 학대받다가 바로 새로운 남자, 그것도 히트맨(이라고 알고 있는 남자)에게로 넘어가는 정도의 남미새가 그럼 제정신일 줄 알았어요? 왜 놀란 척이야 게리는. 그 정도로 돌아야지 그런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거라고요. 그 정도 각오도 안 했나? 보통 제정신인 여자는 그렇게 빠르게 새 남자를 찾지도 않을지언정, 히트맨이라고 한다면 충격받고 헤어지겠지.

 

진짜 이 정도로 속 터지는 여미새와 남미새, 환장하는 커플을 본 게 얼마 만인지. 이걸… 이걸 해피 엔딩으로 만드는 게 맞아? 이게 이렇게 깔끔하게,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게 맞는 건가? 내가 지금까지 지켜 왔던 준법 정신이랄지, 정의에 대한 감각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무너지는 느낌… 너희들이 그러고 잘 살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내가 이렇게 절규해서 무엇하리. 이미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나 버린 것을… 남자가 너무 좋아서 상대가 킬러여도 상관없다는 사랑, 여자가 너무 좋아서 상대가 전남편에게 학대받았지만 곧바로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수상한 여인이어도 상관없다는 사랑, 그런 사랑을 봐도 괜찮은 분들음 보시라. 일단 그게 저는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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