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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메리 로치,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by Jaime Chung 2026.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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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메리 로치, <죽은 몸은 과학이 된다>

 

 

새해가 밝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죽음에 관한 책을 소개하려 하는가. 때가 좋지 않은 것처럼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삶과 죽음은 한몸이고, 우리 모두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살아 있을 때 죽음에 준비해 두는 게 좋다.

그렇게 철학적이고 깊은 사유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솔직히 아니고, 그냥 덕질의 일부로 읽었다(무슨 덕질인지는 묻지 마시길). 제목에 있듯 ‘죽은 몸’, 시체에 관한 과학적인 에세이인데 저자가 직접 검시관, 장의사, 시신을 가지고 실험하는 과학자, 의사 들을 인터뷰하며 실제로 시체도 참 많이 본다. 이 글에서만 언급되는 시체만 해도 한두 구가 아니다. 으스스한 주제라 꺼려질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글솜씨가 무척 뛰어나고 또한 엄청 웃기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읽다 보면 몰랐던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 것도 즐겁다.

 

생각해 보시라, 이 책이 아니라면 내가 어디에 가서 “인간의 머리는 통구이용 닭과 크기나 무게가 비슷하다” 같은 사실을 배우겠는가. 그리고 도대체 어디에서, 고인의 (잘 손질된) 마지막 모습을 보게 해 주는 미국식 장례식 문화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일반인들의 장례식에서 개방된 관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근래인 약 150년 정도 전부터이다. 맥에 따르면 장의사들이 개방된 관을 쓰는 데에는 조문객들에게 “기억에 남길 모습”을 보여 주는 효과 외에도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고 한다. 첫째, 사랑하는 사람이 확실히 죽었으며, 그를 산 채로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확신시켜 준다. 둘째, 관속에 누운 시신이 그들이 사랑하던 사람이 맞으며 그 옆 칸에 보관돼 있던 시신이 아님을 확인시킨다. 나는 《보존 처리의 원리와 실제The Principles and Practice of Embalming》에서 장의사들이 자기의 보존 처리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관의 개방을 유행시켰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맥은 거기 동의하지 않는다. 보존 처리법이 널리 퍼지기 훨씬 전에도 장례식에서는 얼음에 채운 관에 시신을 눕혀 사람들이 보게 했다는 것이다. (나는 맥의 말을 믿는 쪽이다. 내가 읽은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다. “신체 조직 가운데에는 적절한 조건만 유지되면 얼마간 영원성을 갖는 것들이 많이 있다. (중략) 이론상 이런 식으로 닭의 염통을 지구 크기만 하게 키울 수가 있다.”)

보존 처리는 그로부터 4년 뒤에 또 한 번 천하에 이름을 날렸다. 방부 처리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의 시신이 워싱턴에서 일리노이로, 그의 고향으로 운송된 것이다. 시신을 실은 기차 여행은 장의사의 보존 처리 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순회공연이나 다름이 없었다. 기차가 멈추는 곳마다 사람들은 링컨을 보러 모여들었다. 이때 관 속에 누운 링컨의 모습이 관에 누워 있던 자기 할머니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인다고 생각한 이들이 적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입소문이 나면서 보존 처리 산업이 닭의 염통처럼 커졌고, 얼마 안 가 온 나라가 보존 처리와 단장을 위해 망자들을 맡기기 시작했다.

“장의사들은 보존 처리가 영구적이라고 주장하곤 했죠.” 맥이 말한다. W.W. 챔버즈 장의사 체인의 토마스 챔버즈Thomas Chambers 역시 같은 의견이다. “유가족에게 팔아먹을 수만 있다면 보존 처리 기술자들은 무슨 말이든지 할 태세였어요.” 챔버즈의 할아버지는 몸매 좋은 여인의 나체 실루엣 그림에다 “챔버즈에서 아름다운 몸매를”이라는 광고 문구를 넣어 만든 홍보용 달력을 돌림으로써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린 바 있다. (제시카 밋포드가 《미국식 죽음》에서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이 여인은 그의 장의사에서 보존 처리한 사체가 아니었다. 아무리 챔버즈 할아버지라 해도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보존 처리액 회사들은 가장 잘 보존된 신체 경연대회를 후원하는 방법으로 실험을 장려했다. 재주가 좋거나 운이 좋은 어떤 장의사가 방부제와 보습제의 완벽한 배합 비율을 찾아내, 미라로 변하는 일 없이 신체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경연에 참가하려면 잘 보존된 망자들의 사진과 보존 처리액의 배합 비율 및 처리 방법을 적어 제출하면 됐다. 우승작은 사진과 함께 장례 협회 잡지인 〈관과 양지Casket and Sunnyside〉에 실리곤 했는데, 제시카 밋포드의 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장례업과 무관한 외부인들이 그 잡지를 펼쳐 들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알게 되어서 제일 기쁜, 그리고 아마도 내가 죽을 때까지 기억할 사실은 이것이다.

내가 거기 머문 오후 한나절 동안 농담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사체를 웃음거리로 삼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한 여학생은 자기 팀원들 사이에서 그들이 맡은 “사체의 성기가 대단히 크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털어놓았다(아마도 그 학생은 사체의 혈관 속에 방부액을 주입하면 발기 조직이 확장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그런 이유로 해부 실습실의 남자 사체는 살아 있을 때보다 죽은 뒤에 성기가 눈에 띄게 인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말을 할 때도 정중한 태도가 깔려 있었다.

우리는 분해되고 남은 커다란 유방의 피부가 유목민들의 텅 빈 물주머니처럼 납작해져 가슴 위에 얹혀만 있는 여자 곁을 지나친다. 론은 여전히 자신의 신만 내려다보고 있다. 아파드는 박테리아가 가장 많은 복부에서 팽창 현상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박테리아가 많이 모이는 다른 부분에서도 팽창이 일어난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입과 성기이다.
“남자일 경우 음경과 특히 고환이 대단히 커집니다.”
“얼마나요?” (양해 부탁한다.)
“글쎄요. 꽤나요.”
“야구공 크기만큼요? 수박 크기만큼요?”
“후, 야구공만큼요.”
아파드 바스는 인내심이 대단한 사람이지만, 지금 우리가 그 인내심을 바닥까지 긁어다 쓰고 있다.

 

사실 나는 시체는 관에 담겨 땅에 묻히거나 화장되는 것 외에 딱히 쓸모도, 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틀릴 수는 없다! 시체는 많은 일을 한다. 인체 모형(dummy)을 대신해 자동차 충돌 실험에 참여해 인체의 각 부위가 충격을 어디까지 견뎌낼 수 있는지를 정보를 주어 산 사람들의 안전에 기여하고, 항공기 추락사고에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며, 탄도학 및 방탄복 연구에도 이바지한다(다시 말해, 시체들이 총을 맞는다는 뜻이다). 시체들에게 감사하라!

 

이 외에도 머리 이식이 가능한지에 관한 이야기, 식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시체를 퇴비로 바꾸는 새로운 방법에 관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서 저자는, 많은 기증자들 덕분에 가능했던 많은 연구를 살펴본 이답게, 자신도 사후에 시체를 기증하고 싶다고 말한다. 남편은 반대하겠지만, 남편이 먼저 떠난다면 자신의 뜻대로 시신 기증서 양식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나를 해부할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나의 약력을 첨부할 것이다(신체 기증자는 이렇게 할 수 있다.). 그러면 학생들은 못 쓰게 된 내 껍질을 바라보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야, 이것 좀 봐. 이 여잔 사체에 대한 책을 한 권 썼어.”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는 어떻게든 내 사체가 윙크하는 모습이 되게 할 것이다.

죽음이라는 께름칙한 주제에 관한 재기발랄한 책의 마무리로서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죽음이 일어나기 전에 죽음에 대해 대처할 수는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 아주 의연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거기에서 조금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는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즐기기 위해 꼭 죽음에 고착하는 변태일 필요는 없다. 그냥 약간의 유머 감각만 있으면 된다.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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