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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야기 에미, <가짜 산모 수첩>

by Jaime Chung 2026.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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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야기 에미, <가짜 산모 수첩>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손님을 접대한 후 남은 컵을 치우기 싫어 임신했다고 말한 여성의 ‘가짜 산모 수첩’. 진짜 줄거리가 그렇다. 종이로 지관을 만드는 한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시바타. 엄연히 직원이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장은 손님 접대 후 남은 커피 컵을, 굳이 시바타를 콕 찍어 치우라고 말한다. 시바타는 큰 생각 없이, “저 임신했어요. 커피 냄새만 맡으면 입덧을 해서요.”라며 커피 잔을 치울 수 없다고 말한다. 결혼은커녕 남자 친구도 없다는 사실을 사무실 사람들이 다 아는데, 갑자기 임신을? 이 소설은 진짜 ‘산모 수첩’처럼 ‘임신 5주차’에서 시작해 임신 ‘40주차’까지, 그리고 ‘생후 12개월’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진행된다.

 

계획을 한 것도 아니고, 깊은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일단 그냥 ‘임신했다’며 지르고 보는 장면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개운하기도 하다. 그런데 진짜 웃긴 건 시바타가 임신했다고 하자 시바타의 퇴근 시간보다 손님이 오면 커피를 어떻게 할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장과 과장의 반응이다. 이 한심한 남자들아…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픽션이니까 이 소설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임신을 하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일은 그대로이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커버해야 하니 민폐다 어떻다 하며 열 내지 마시라. 이 소설의 핵심은 임신한 여자나 임신하지 않은 여자나 똑같이 힘든 삶을 산다는 것이다. 아니, 그냥 여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제발 핵심을 보아 주시길. 종이책 기준 204쪽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이라 금방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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