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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Tale(이야기)>(2018)

by Jaime Chung 2026.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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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Tale(이야기)>(2018)

 

 

감독 본인의 실제 경험을 영화로 만든 케이스는 종종 있다. 이 영화도 그중 하나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 사라 폴리 감독의 <Stories We Tell(우리가 들려줄 이야기)>(2012)가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이후로 가장 충격적인 영화였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제니퍼 폭스를 나타내는 영화 속 인물 제니(로라 던 분)는 전 세계 여성들의 성(性)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던 어느 날, 어머니 네티(엘렌 버스틴 분)에게 ‘네가 어릴 적에 영작문 과제 한 걸 발견했는데 한번 읽어 봐라’ 하는 다급한 연락을 받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호들갑일까 생각하던 제니는 그 영작문 과제를 펼침과 동시에 13세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그 작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결혼한 여자, 이혼한 남자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 둘은 서로 사랑하고, 나는 그 둘의 일부이다. 나는 그들의 사랑을 공유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운아다’. 이제 40대가 된 성인 제니는 25년 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되돌아보는데…

첫머리부터 약간 띵하지 않은가. 아주 예민한 주제라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게 조심스럽긴 한데, 어차피 이 영화가 이 사건을 다루고 있기에 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3세 시절의 제니는 성폭행을 당했다. 작문에서 ‘결혼한 여자’는 자신의 승마 선생님인 G 선생(Mrs G; 엘리자베스 데비키 분)을 가리키고, ‘이혼한 남자’는 달리기 코치였던 빌(제이슨 리터 분)를 가리킨다. G 선생은 G 박사라는 남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승마 수업에 자주 참여한 빌과 불륜의 관계였다. 이 빌이란 작자는 당시 G 선생에게 승마를 배우던 제니를 자신의 궤도로 끌어들이고 은밀한 자리를 만들어 제니를 성추행한다. 제니는 그것이 사랑이라 믿었고, 자신이 ‘피해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는 실화를 극화해서, 반쯤은 다큐처럼, 반쯤은 드라마처럼 진행된다. 예컨대 영화 속 제니퍼 폭스 감독을 나타내는 (40대 성인의 모습인) 제니는 로라 던이 연기했고, 어릴 적 제니는 각각 제시카 사라 플라움(15세 조연 캐릭터)과 이사벨 넬리스(13세 조연 캐릭터)으로 묘사되는데, 처음에 제니가 영작문 과제를 읽기 시작했을 땐 다소 성숙해 보이는 제시카 사라 플라움이 그 역할을 맡다가, (40세 성인) 제니가 엄마가 보여 준 어릴 적 그 당시 자신의 사진을 보고 난 후에는 그보다 훨씬 앳되고, 볼살도 통통하며, 키도 작은 이사벨 넬리스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 당시 자신의 모습과 실제로 남들이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이 달랐다는 점을 이렇게 드러낸 게 기발했다. 젊은 시절 G 선생이나 빌 등의 인물들에게 성인이 된 제니는 말을 걸고, 그들도 대답한다. 실제로 그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인데, 제니퍼 폭스 감독이 원래 다큐멘터리를 찍던 감독이라 그렇다(이게 폭스 감독의 첫 장편 극 영화다).

어쨌거나 그 당시 제니는 고작 13세였다. G 선생과 빌이 제니를 어떻게 꼬드겼는지는 굳이 여기에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영화는 이 이야기를 단순히 ‘그런 충격적인 일이 있었어요’라고 사건을 풀어놓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대상인 청소년 아이들은, 제니 본인이 그랬듯, 그게 진짜 사랑이라고 믿고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분명히 성추행이다. 이 인식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 주듯, 감독은 13세 버전의 제니가 ‘나는 피해자가 아니야. 무너진 건 그들이라고’라고 주장하는 (길지 않은) 독백을 읊게 한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성인인) 제니가 빌을 마침내 찾아가 그 일을 기억하느냐고 따지는 장면을 보여 준다. 만에 하나 아이들을 학대하는 인간 말종들이 이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쓰지 못하도록.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아동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아동이 등장하는 성적인 장면은 전부 성인 대역 배우로 촬영했고, 세트에는 아동 심리학자가 자리를 지켰으며, 13세 제니의 아역 이사벨 넬리스가 촬영할 때에는 배우의 어머니도 세트에서 배우를 돌보았다. 넬리스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은 실제로 서서 수직으로 세운 침대에서 연기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영화의 주제가 주제이고, 감독 본인의 경험도 있다 보니 섬세하게 신경을 쓴 것 같아 안심이다. 아, 덧붙여서 감독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자신과 거리를 두기를 원했고, 그래서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일부러 자신과 닮은 아역들을 고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역할(40대 성인이 된 제니)을 맡은 주연으로 로라 던이 정해지자, 그에 맞춰 로라 던을 닮은 아역 배우들을 캐스팅했다고.

아무리 자신의 경험에 기반했다지만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었기에, 감독은 이름을 비롯해 여러 가지 세부 사실을 바꾸는 식으로 자신과 주변 인물들을 보호했다. 그래도 영화 속 G 선생이나 빌과 나눈 대화는 모두 감독 본인이 그들과 나눈 실제 대화를 바탕으로 했다. 또한 다행히 그 ‘빌’이라는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이미 밝혀져 있다(올림픽 조정 코치인 테드 내쉬라는 작자다). 제발 고통스럽게 뒤졌기를 🙏

 

주제가 워낙에 조심스러운 주제이다 보니 쉽게 권하거나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도 실례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진짜 의미 있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류의 강렬한 실화 기반 영화를 원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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