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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백영옥, <스타일>

by Jaime Chung 2026.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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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백영옥, <스타일>

 

 

2008년 당시 무려 1억이나 되는 원고료를 주는 ‘제 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고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 나는 이제서야 읽었다. 신기한 게, 이 책의 공식적인 전자책은 없는 것 같은데(알라딘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서울시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판매는 안 되는데 전자도서관에서 이용은 가능하다니 너무너무 신기한 것…

 

<A>라는 패션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그 당시 트렌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인공인 이서정은 잡지사에서 8년간 일하면서 두 번이나 관뒀지만, 또 다시 돌아왔다. 지금 그녀는 ‘닥터 레스토랑’이라는 익명의 레스토랑 평론가의 정체가 누구인지 파헤쳐야 하면서 동시에 요즘 잘나가는 여배우 정시연의 특집 기사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일견 겉모습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의 삶은 완벽하지 않다. 그는 아직 성수대교 사고로 친언니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잡지사에서 벗어나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감히 내가 ‘칙 릿(chick lit)’이라 부르고 싶은 이 소설에 연애도 빠질 수 없다. 이서정은 7년 전 자신의 맞선 상대였던 박우진뿐 아니라 같은 잡지사 선배 김민준과도 엮이게 되는데…

 

제목부터가 ‘스타일’이듯, 글쓰기는 스타일리시하고 드라마를 보는 듯 흡인력이 상당하다. 대사가 생생한데, 모든 것을 과하게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살아 있는 듯하고, 과하게 꾸며진 느낌도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현실 속 대화처럼 지리멸렬하지도 않다. 딱 재미있게, 위트 있게 대사를 정말 잘 썼다. 예를 들어 이런 부분.

“재석이 핸드폰으로 카드 추심원이 보낸 문자 본 적 있어? 끝내주더라. 카드 연체, 즉시 납입, 지불 요망, 최후 통첩, 가족 통보! 또 뭐였지?”
”대구對句가 딱 맞네. 이 카드사 추심원 국문과 출신인가 봐.”
”등단한 시조 시인 아냐? 알바로 추심원으로 뒤고 있는 건지도 몰라.”
하루가 멀다 하고 돈 내놓으라는 협박 문자가 오는 한재석은 그런 문자에 무감각해진 지 오래이다.
”기사 제목도 못 뽑는 너희들보다 백 번 낫다!”

 

이서정이 다이어트를 해서 스키니진을 입으려고 하는 장면이나 ‘삭센다’에서 영감을 받은 게 틀림없는 다이어트약 언급 등은 요즘 봐도 공감할 만하다(요즘엔 그냥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겠지만). 하지만 2008년작이라 그런지 2026년 현재 읽으면 ‘이런 때도 있었지’ 싶은 느낌이 드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이 도시엔 왜 이렇게 잘난 노처녀들이 많은 거냐. 잘난 노총각들은 씨가 말랐고.” “그 잘난 노총각들은 우리 같은 노처녀들이랑은 안 놀거든.” ‘홈쇼핑에서 파는 옥돌매트가 필요한 서른한 살.’ ‘스타벅스가 된장녀들의 사랑방이라고 공표된 게 1년 전이다. 그런데 커피빈이 패션계 사람들의 사랑방이라고?’ 등. 이때만 해도 페미니즘이 이렇게까지 널리 득세할 줄은 몰랐겠지… 멍청한 남자들이 말하는, ‘남녀 갈등 없이 평화롭던 시대’(사실 그런 건 없었다)가 이런 모습이었다는 걸 오랜만에 느끼게 되어서 좋았을 리가 있냐. 진짜 한녀들이 많이 정신 차려서 다행이다. 아, 그리고 여자 나이 어쩌고를 떠나서 요즘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젊게 사는 것 같다. 요즘 보기에 서른한 살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후반에 ‘반전’이라고 나오는 부분이… 그러니가 ‘닥터 레스토랑’의 정체 말고, 박우진에 관한 부분이 좀… 영어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은 이게 왜 말이 안 되는지 아실 것이다. 저자의 영어 실력(사실 영어 실력까지 운운할 일은 아니지만)을 의심하는 게 아니고, 이게… 영미 문화라고 해야 하나, 그걸 알면 이게 도저히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하지 않나.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정말 누구도 여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건가요? 정말로?

 

이 책의 단점을 또 찾자면, 교정교열 상태가 좋지 않다. 맞춤법이 그동안 많이 바뀐 게 아닌데, 큰 틀은 똑같은데 어떻게 이 시대에도 이렇게 많이 틀렸지? ‘던가’와 ‘든가’, ‘-스러운(’-스럽다’는 ‘-스런’으로 줄여쓸 수 없다. 예컨대 ‘가증스럽다’는 ‘가증스런’이 아니라 ‘가증스러운’이라고 써야 한다)’, ‘안 돼’(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의미로 쓰려면 ‘안되다’라고 붙여 쓰고, 그게 아니라 부정의 의미라면 ‘안 돼’처럼 띄어 써야 한다)’ 등등. 이 책 교정교열 본 분이 지금은 많이 나아지셨으려나 모르겠네.

 

한번 읽을 기회가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소설이다. 고전 반열에 오를 일은 없다 하더라도 뭐, 한 번쯤 읽어도 나쁘지 않을 듯. 작가의 최근작도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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