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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최진묵, <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

by Jaime Chung 2026.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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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최진묵, <나는 회복 중인 마약 중독자입니다>

 

 

아무래도 이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것 같아서 위기감이 들기도 하고, 뭐든 겪어 본 사람의 말을 들어 볼 가치가 있겠다 싶어서 읽었다. 솔직히 읽는 내내 저자가 반대하는 그 ‘대중’의 반응이 딱 내가 생각하는 거라서 좀 거시기하긴 했다.

 

저자는 고3이 되기도 전에 마약을 처음 접했고, 고3 때 부모님께 들켰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군대에 갔는데, 통제된 환경과 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새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아버님의 현명하신 통찰 덕분이었다. 다행히 군 생활 26개월간 마약과는 거리를 두었는데, 사람 마음이 간교한지라 그 시기가 지나자 그는 자신이 중독에서 벗어났다고 믿고 다시 대마초에 손을 댔다. 대마초는 그를 필로폰의 세계로 인도했고, 필로폰은 그의 20대를 통째로 앗아갔다. 첫 번째로 구속되었을 대는 70여 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그 이후로 여러 번 더 마약에 손을 댔다. 우여곡절을 통해 자신을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신 의사선생님의 조언대로 사회복지학도 공부하고, 결국 지금처럼 마약 중독 회복 공동체를 운영하게 되었다.

 

앞에서 ‘뭐든 겪어 본 사람의 말을 들어 볼 가치가 있겠다’ 생각했다고 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그 생각이 흐려졌다. 뭔가를 겪어 보았기 때문에 그걸 더 잘 알 수도 있지만, 거기에 좀 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뭔가를 경험해 본 사람 말을 다 믿고 따라야 할까? 예를 들어 이런 부분이다. 정신과에서 처방해 주는 약은 환자가 임의로 끊으면 안 되고, 반드시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단약을 허용받을 때까지 완약해야 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통하는 원칙이다. 그런데 저자는 마약 중독 치료 과정에서 의사에게 처방받은 치료용 약물을 복용하다가 기억을 잃는,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을 겪고,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약을 그냥 끊어 버린다.

마약 중독 치료 과정에서 의사들은 보통 졸피뎀, 디아제팜 같은 치료용 약물을 처방한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 약들을 복용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너 무슨 일이야? 왜 아침에 마약 가져다 달라고 연락했어?” 기억이 전혀 없었다. 믿기지 않아 휴대폰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정말로 여러 번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내가 한 전화였지만, 내 기억에는 없었다. 그 사실이 나를 크게 흔들었다.

교도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마약 수감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제공하는데, 그 약들이 식욕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렸다. 대마와 비슷한 방식으로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저녁 무렵이면 수감자들이 모여 앉아 빵, 닭다리, 과자를 한데 모아 정신없이 먹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면 그 사실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옆 사람이 “너 어제 빵 열 개 먹었어”라고 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이 사라지는 일이 자꾸 생긴다고 했더니 주치의가 말했다. 정신과 약을 갑자기 끊으면 매우 힘들어지니 복용량을 서서히 줄여가며 천천히 끊어야 한다고. 증상이 있어도 처방된 약은 계속 먹으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주치의가 처방해 준 약을 계속 먹다간 약을 영영 끊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기억도 없는 상태에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 그건 또 다른 중독의 함정에 스스로 발을 들이미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마약을 끊으러 갔다가 다른 약에 붙들리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약을 완전히 끊자 부작용이 찾아왔다. 잠이 전혀 오지 않고, 모든 것에 예민해졌다. 처방약을 복용할 때는 몰랐던 또 다른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가 약 열흘 정도 지속되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이어지자,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시간 정도 걸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3시간까지 걷게 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걸었고, 아내도 매일 함께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걷기라는 단순한 활동이 내 치료 과정에 엄청난 도움이 된 것 같다. 처음에는 단순히 몇 분 동안 걸었는지, 몇 걸음이나 걸었는지와 같은 사소한 것에 집중하며 걸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걷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걸음에 집중해 자연스럽게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걷는 동안 생각이 정말 많이 정리되었다. 과거의 내 모습, 현재의 상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차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저자는 다행히 걷기를 통해 이 시기를 극복했지만, 이게 괜찮은 일인 것마냥 써 놓은 게 좀 께름칙했다. 의사 말 듣지… 이걸 보고 누가 또 진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의사 같은 전문가의 말을 안 믿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설까 두렵다. ‘그랬으면 안 됐는데 나의 경우 운이 좋았을 뿐이 섣불리 따라 하지 말라’ 같은 책임 회피용 말도 안 써놓은 거 보면 본인은 그런 자각이 없으신가… 그래도 공평하게 말하자면, 저자는 약을 끊으면 일을 쉬라는 주치의의 말이나 사회복지를 해 보라는 제안을 따르기는 했다. 다른 말들은 따라서 다행입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어떤 책이든 기본적인 매너랄지 관습이랄지 하는, ‘자주 등장하는 전문 용어 또는 고유명사는 처음에 등장할 때 소개한다’를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이다. 맨앞에 저자 소개 페이지를 보면 지은이 이름 바로 밑에 ‘인천 다르크(DARC) 센터장’이라고 쓰여 있고, 또 본격적인 저자 소개 부분에서 “마약 중독 회복 공동체 ‘인천 다르크’를 설립하고 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다”라고 밝히고 있긴 하다. 하지만 본문에서 처음 나올 땐 그냥 ‘다르크’라고만 해서 이게 정확히 뭘까 싶었다. 대충 마약 중독자들의 회복을 지원하는 센터인 건 알겠는데 뭐의 약자인지도 안 나와 있으니 그냥 추측만 할 뿐이었다. 보통 본문에서 처음 언급할 때 이를 설명하지 않나? 저자 소개까지 본문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흠…

 

읽으면서 내가 너무 고루하고 편협한 ‘대중’인가 계속 생각했다. 내가 트집을 잡는 건가? 그가 경험자니까 그가 하는 말이, 그냥 다 맞는 건가? 좀 헷갈리는 독서였다. 저자의 말을 하나도 안 믿는다는 건 아닌데 뭔가 좀 부족하달까… 구체적으로 다르크 센터에서 뭘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궁금했는데, 뒤에 나오는 저자의 아내와 저자가 도와준 중독자들의 수기에서 그걸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어서 그건 좋았다. 바꿔 말하면, 저자가 쓴 본문에서는 그게 부족하다는 뜻이다. 저자가 전문가인데 왜 그런 점에 대해 쓰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어차피 184쪽짜리 짧은 에세이라서 그렇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기는 뭣하다. 이미 이용 중인 이북 구독 플랫폼이나 도서관을 통해 읽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사서 읽을 정도까지는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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