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Choke(초크/질식: 어느 섹스 중독자의 초상)(2008)

<파이트 클럽>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 척 팔라닉의 <질식>을 원작으로 한 영화. 섹스 중독자인 빅터(샘 록웰 분)는 의대를 중퇴하고, 한 박물관에서 식민지 시대 재연 배우로 일하고 있다. 그의 절친이라 할 수 있는 데니(브래드 윌리암 핸크 분) 역시 섹스 중독자이다. 빅터는 정신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 아이다(안젤리카 휴스턴 분)를 자주 찾아가 보는데, 안타깝게도 아이다는 빅터를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자기를 담당하는 변호사 프레드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아이다는 (또 빅터를 못 알아보고) 빅터에게 자기 아들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말해 줘야 하는데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빅터는 이 비밀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동안, 아이다가 입원해 있는 정신 병원의 의사인 페이지(켈리 맥도날드 분)에게 ‘자기를 임신시켜 줄기 세포를 얻어 내면 아이다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는, 굉장히 비과학적이고 의사답지 않은 제안을 받는데…
책과 영화 제목이 ‘질식’인 건(참고로, 네이버에서는 이 영화 제목이 <초크>라고 되어 있는데 DVD는 ‘질식: 어느 섹스 중독자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빅터는 ‘질식’하는 척하면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가 질식해 죽어가는 척하면서 상대가 자기를 ‘살릴’ 기회를 주고, 그럼 그 사람들은 자기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렸다는 기쁨과 놀라움에 그를 거의 친구로 여기면서 매년 안부를 묻는 카드와 약간의 돈을 보낸다. 돈을 대놓고 요구하는 건 아니기에 상대방에게서 돈을 ‘뜯어낸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돈을 받으려고 질식 쇼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 한 가지 ‘질식’이라는 키워드랑 연결되는 일이 있는데 그건 스포일러니까 여기에선 말하지 않겠다.
풍자, 정신병적(pscyhotic) 코미디라는 평이 이 영화의 포스터에도 적혀 있는데, 난 딱히 뭐가 풍자인지 모르겠다. 원작 소설의 저자인 척 팔라닉은 <질식>을 여성 편력이 심했던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쓴 작품이라고 밝혔는데, 그거야 뭐, 좋다 이거다. 근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지의 한 기자는 이걸 왜 풍자라고 평했는지 모르겠다. 뭘 풍자하는지 나는 못 느꼈기 때문이다. 성(性)적인 것을 성(聖)적인 것에 연결한, 아이다의 (또는 페이지의) 정신병을? 그냥 코미디라고만 했으면 100% 동의했을 텐데. 이걸 도대체 뭐라고 생각해야 할지…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성적인 이미지들이 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꼭 여자 가슴만 그렇게 드러내야 했나. 섹스하는 장면도 많이 나오는데 다 여자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분은) 벗고 있다. 평등하게 남자도 벗겨라! 내가 샘 록웰의 벗은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그가 좋은 배우이긴 하지만 저는 그런 쪽으로는 안 끌리거든요…) 그냥 그래야 공평하지 않은가 싶은 거다. 심지어 미드 <커뮤니티>의 브리타 역을 맡았던 질리언 제이콥스도 여기에서 속옷 차림의 스트리퍼로 나온다. 아니, 남녀 평등하게 다 같이 벗기라니까요? 섹스 중독자인 남자가 주인공인데 여성의 신체만 성적인 대상으로 그려지는 거 어이없네.
그런 점을 좀 잊거나 무시한 상태에서 봐야지만 코미디로 보일 것이고, 그래야만 이 작품의 ‘의미’를 생각하려고 노력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혐오를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이 그렇듯이. 영화 자체는 개인적으로 그럭저럭 괜찮았다. 명작까지는 아니고.
'영화를 보고 나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화 감상/영화 추천] <In Her Shoes(당신이 그녀라면)>(2005) (0) | 2026.07.06 |
|---|---|
| [월말 결산] 2026년 6월에 본 영화들 (0) | 2026.06.29 |
| [영화 감상/영화 추천] <Justice League(저스티스 리그)>(2017) (0) | 2026.06.25 |
| [영화 감상/영화 추천] <Caught Stealing(코트 스틸링)>(2025) (0) | 2026.06.18 |
| [영화 감상/영화 추천] <Send Help(직장상사 길들이기)>(2026) (0) | 2026.06.10 |
| [영화 감상/영화 추천] <헤어질 결심>(2022) (1) | 2026.06.03 |
| [영화 감상/영화 추천] <Gifted(어메이징 메리)>(2017) (0) | 2026.06.02 |
| [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Tale(이야기)>(2018) (0) | 2026.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