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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Caroline Lea, <Love, Sex & Frankenstein>

by Jaime Chung 202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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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Caroline Lea, <Love, Sex & Frankenstein>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1816년, 저자가 남편 퍼시 비시 셸리, 이미 당대 유명한 작가였던 바이런, 그리고 바이런이 데리고 다니던 의사 폴리도리와 같이 제네바의 한 호숫가에서 머물 때 쓰였다. 바이런이 ‘각자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써서 들려 주자’라고 먼저 제안했고, 메리는 자신의 꿈에서 본 광경을 바탕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썼다. 이때 그의 나이 열아홉.

여기까지는 <프랑켄슈타인> 책 소개나 스파크 노트만 들추어 봐도 알 수 있는 역사적 배경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어땠을까? 그의 남편 퍼시는 메리가 열다섯의 나이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유부남이었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한 메리는 과연 행복했을까? 메리가 꾼 꿈 외에도, 그의 삶의 어떤 부분이 이 ‘괴물’을 창조하는 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력과 그의 삶에 대해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뒤섞여 탄생시킨 게 바로 이 소설이다.

 

이 소설 줄거리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게, 내가 역사적 사실을 짚어 내기만 해도 그게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아직 <프랑켄슈타인>을 쓰기 전 메리이다. 역시나 잘 알려진 사실대로, 메리의 어머니는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페미니스트 작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이다. 메리의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은 엄격했고, 딸이 자기 어머니만큼 뛰어난 여성으로 자라기를 바랐다. 메리는 어머니가 자신을 낳고 11일 만에 돌아가셨다는 사실 때문에 죄책감을 안고 성장했다. <Love, Sex & Frankenstein>에서 저자 캐롤라인 리는 메리가 고드윈 씨의 재혼으로 얻게 된 메리의 의붓자매 클레어와 애증의 관계였을 거라고 상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역사만 짚어 봐도 이 소설의 진행을 다 이야기하는 셈이 되긴 하지만 이 소설보다 역사가 먼저 존재했으니까 이건 스포일러라고 할 수 없다) 위키페디아만 봐도 알겠지만 이 클레어는 바이런과의 사이에서 딸 알레그라를 낳았고, 퍼시 셸리가 쓴 시의 주인공이라고 여겨지는 여인이다. 클레어는 메리와 셸리가 야반도주할 때 같이 따라가기도 했다. 자, 이 소설에서 어떤 갈등이 일어날지 감이 오십니까?

메리의 남편이라는 작자 셸리는 (다시 한 번 역사적 사실만 짚어 보아도) 일단 메리를 만나기 전에 이미 결혼을 했다. 그는 그 당시 기준으로 보면 급진적인 정치적 사상을 가졌고, 그걸 공개적으로 드러냈기에 부유한 가족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따라서 가족에게 돈을 얻기도 어려웠고, 메리와 셸리가 야반도주한 이후 그의 평판 때문에 더더욱 심해졌다. 메리는 임신하고(알고 싶지 않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현재 역사가들은 메리와 셸리가 어디에서 사랑을 나눴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궁금하시다면 메리의 위키페디아 페이지를 읽어 보세요), 셸리는 돈을 구하러 다닌다고 집 밖으로 나돌고, 퍼시와 클레어는 바람을 피우는 게 거의 확실한 상황. 이러니 메리가 분노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어릴 적부터 화를 내려고 하면 근엄한 아버지에게서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굴어라’ 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 (물론 이 부분은 저자의 상상일 수 있다) 메리가 자기 안에 있는 분노를 억압하고 남들이 좋아할 만한, 지적이고 상냥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며 살아 왔다면 홧병이 날 수밖에 없지. 저자는 메리가 내면의 분노를 인정하고 그것을 건강하게 발산하는 법을 배운 시기가 <프랑켄슈타인>을 쓴 그 제네바 호수의 시기라고 상상했다.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이 뒷받침한 이 소설은 셸리가 얼마나 거지 같은 남자인지 읽는 내가 다 분통이 터진다. 유부남 주제에 고작 열다섯 살짜리 소녀를 ‘사랑’하게 된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점은 메리와의 관계를 ‘우리는 고리타분한 전통에 구애받지 않아! 우리는 서로를 구속하지 않아! 나는 자유롭고, 너도 자유로워’ 운운하며 자기만 편한 ‘자유 연애’로 프레임을 짰다는 것이다. 둘이 그렇게 ‘자유 연애’를 해서 더 손해를 보는 게 누구인데? 당연히 여자인 메리 쪽 아닌가. 자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인 척, 쿨한 척하고 자기 아내의 의붓자매인 클레어랑도 불륜을 하는데 (아니, 애초에 따지고 보면 메리와도 불륜이다), 그럼 메리는 어쩌라고? 메리가 자기만큼 그렇게 자유롭게 다른 누구를 만나지 못할 걸 아니까 그렇게 배 째라 식으로 나온 거지. 그래서 이 소설의 저자 리는 메리가 바이런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일종의 시적 정의(poetic justice)를 선사한다. 역사적으로는 사실이 아닐지라도, 솔직히 21세기 현대 여성 독자로서 속시원했다. 이 소설 속에서도 여전히 바이런은 클레어를 임신시키긴 하는데, 그런 면까지 포함해서 소위 ‘다크 로맨스’의 남주 같은 면모가 보인달까. 어쨌거나 소설로라도 메리가 이렇게 복수를 하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셸리 때문에 빡이 쳐서 셸리가 하는 개빻은 소리에다가 욕하는 메모를 써 넣느라 진도를 빨리 나가지 못해 이 책을 거의 넉 달이나 붙잡고 있었다(중간에 한 달 정도 책을 놓은 적도 있는데, 다시 시작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셸리 때문에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았다). 중후반부에 메리가 자기 내면의 분노를 인정하면서 조금씩 화를 낼 때마다 나도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개운해질 수는 없었던 게, 메리와 셸리는 이혼하지 않았고 셸리가 1822년 익사할 때까지 같이 살았다는 게 역사설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놈이 어디가 좋다고 평생 같이 살았지? 내가 작가였으면 역사적 사실이고 나발이고 메리랑 셸리를 이혼시켜 버렸을 거다. 작가님이 인내심과 평정심으로는 나보다 한참 윗길이신 듯.

 

원래 메리 셸리와 <프랑켄슈타인>가 내 최애 작가이자 작품이어서 이 소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역시 잘 모르고 좋아할 때가 좋았다고 해야 하나… 셸리라는 작자가 이렇게 한심한 남편이었는데도 이걸 품고 산 메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남미새라고 몰아붙이기는 쉽지만… 그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셸리가 한 짓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꼴 보기 싫음. 역시 영미문학사에서 진실한 사랑은 엘리자베스 배럿과 로버트 브라우닝뿐이다. 이들을 찬양하라! 내가 지금까지 말한 모든, 빡치는 역사적 사실을 견뎌낼 용기 또는 인내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소설을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소설 자체는 잘 쓰였다. 인정. 저자는… 바꿀 수 없는 역사절 사실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을 뿐… 아예 쿨하게 그걸 무시하고 메리가 셸리에게 김치 싸다귀를 때렸어도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어쨌거나 <프랑켄슈타인>과 메리 셸리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 보아도 좋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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