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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케빈 윌슨, <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

by Jaime Chung 202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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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케빈 윌슨, <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쓴다는 케빈 윌슨 작가는 이전에 <신경 좀 꺼줄래>라는 작품으로 이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전자 도서관에서 이걸 발견해서 한번 시도해 보았다. 제목만 보면 X(구 트위터)에서 ‘제 그림 분위기를 베꼈네요’ 하는 자의식 과잉의 미친 그림쟁이가 하는 소리 같겠지만, 줄거리는 그런 건 아니다. 주인공 프랭키(이름 때문에 헷갈릴 수도 있지만 여자애)는 여름 방학에 동네 수영장에서 지크라는 남자애를 만나 친구가 된다. 프랭키는 즉흥적으로 “가장자리는 판자촌, 금 탐광꾼 우글거리고, 우리는 도망자, 법은 우리를 잡으려고 잔뜩 허기졌지.”라는 문장을 만들어내고, 지크는 이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포스터로 만든 후 백여 장을 복사해서 동네 이곳저곳에 붙인다. 처음에 이 포스터는 별 눈길을 끌지 않지만, 누가 이 ‘도망자’들이 자기를 납치해서 강제로 마약을 투약시켰다는 거짓말을 하자 이 포스터는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다. 프랭키의 엄마가 사귀는 기자 호바트 아저씨는 이 포스터를 과연 누가 만든 것인지 취재하려고 한다. 프랭키와 지크, 둘만의 비밀이어야 할 이 포스터의 영향력은 이제 걷잡을 수없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는데…

 

두 청소년이 만들어낸, 별 의미 없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가 거의 그 시대를 풍미하는 아이콘이 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소설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1996년 여름, 즉 청소년 시절이고 2부는 2017년 가을, 성인이 되고 난 후이다. 1996년 여름에 프랭키와 지크가 포스터를 만들어 여기저기 붙이고 다녔는데, 둘이 다 성인이 된 2017년 가을에는 둘이 어떻게 변했을까? 사실 소설은 이미 결혼해서 딸아이도 있고 성공한 작가가 된 프랭키가 “가장자리는 판자촌, 금 탐광꾼 우글거리고, 우리는 도망자, 법은 우리를 잡으려고 잔뜩 허기졌지.”라는 문장을 쓴 사람을 추적하는 기자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프랭키가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돼 있다.

 

작가가 청소년 소녀의 외로움, 친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진짜 그들과 어울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고 어색해하는 그 느낌을 잘 표현한 게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다. 딱 이 부분.

내 생각에는 외박도 하고 친구도 있었으니 나 스스로가 정상적인 것 같았지만, 곧이어 그들은 천천히 멀어져 버렸다. 수업 중에 가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었지만, 그들이 나로서는 전혀 모르는 일들을 주말 동안에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음을 깨닫곤 했다. 나는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척했는데, 왜냐하면 솔직히 쇼핑몰에 가서 옷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자애들의 야구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른 것들을 원했지만, 어떻게 그걸 요구할 수 있는지를 몰랐다. 내가 외톨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즈음, 즉 내게 진짜 친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즈음, 아빠가 결국 우리를 떠나고 말았으며, 나는 워낙 화가 나고 서글펐는데도 막상 이야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시다시피, 아빠가 비서와 결혼해서 엄마와 네 아이를 돈도 별로 없이 남겨 두고 떠나버릴 경우, 내 곁에 있는 주위 사람들은 약간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나는 그것을 내 안에만 간직했고, 그 어색함과 서글픔은 항상 진동했으며, 어쩌면 나는 그저 나를 원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프랭키와 지크가 포스터를 만들어 붙인 그 여름, 그 마을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문제의 그 포스터를 보러 마을에 들렀기 때문에, 그 포스터 복사본을 판매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구경꾼들과 동네 사람들 모두 포스터에 열광한 듯했다.

약간은 롤라팔루자 비슷하게 하루 종일 벌어지는 행사의 일종이었지만, 그 배후에는 뭔가 웅웅거리는 느낌이 있었고, 사람들은 뭔가가 벌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때로는 뭔가가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다. 누군가가 광장에 있는 나무에 불을 질렀고, 급기야 소방서에서 도착하기도 전에 모조리 타버렸다. 누군가가 바이로 슈퍼마켓에 주차된 검은색 밴을 목격하자, 읍내 사람들 전부가 야구방망이와 망치로 완전히 박살 내버렸고, 급기야 인파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립 수영장에서는 한 남자가 계속해서 가짜 금화를 사람들에게 던지면서, 금 탐광꾼이 악마의 하수인인 이유를 설명했다. 급기야 래트렐 던우드가 그 사람을 물에 빠트려 죽이려고 하는 바람에, 경악한 구조요원 여섯 명이 달려들어 간신히 저지했다. 포스터 치안대는 덤프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읍내 곳곳을 돌아다녔고, 도망자나 금 탐광꾼과 조금이라도 닮은 사람이 있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장로교회에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잡으려고 잔뜩 허기지셨는가?’라는 간판이 걸렸다. 지크는 그걸 보고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이렇게 되어야 하지 않나? ‘당신은 혹시 하느님을 잡으려고 잔뜩 허기졌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크, 제발 좀.”

부조리했다.

그게 얼마나 황당했는지는 차마 말로 설명할 수조차 없다. 지금은 그 여름에 관한 개인 동영상이 인터넷에 무척이나 많이 올라와 있다. 사람들은 목표도 없이 돌아다니고, 내가 쓴 문장을 외쳤다. 내버린 포스터가 항상 바람에 펄럭거렸고, 거리를 따라 날아갔는데, 왜냐하면 사람들은 포스터가 계속 붙어 있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짜릿하기도 했다.

 

내가 만든 포스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죽기까지 하는데, 그 충격과 짜릿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있을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 듯. 그리고 나중에, 세월이 지나 내가 그 포스터를 같이 만든 친구를 다시 만나면… (더보기)

 

읽으면서 이건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 같은 여름과 그 이후, 성인이 된 두 친구의 대비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면 진짜 개쩔 텐데. 사실 소설만 읽어도 영화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한다. 성장 소설인데 청소년들보다는 성인들이 더 잘 이해하고, 깊이 느낄 것 같은 그런 소설이다.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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