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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정성은, <궁금한 건 당신>

by Jaime Chung 2026.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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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정성은, <궁금한 건 당신>

 

 

그런 적 있는가. 낯선 곳, 또는 우리 동네에 있는 어떤 집을 보고 ‘저기에는 어떤 사람이 살까?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하고 궁금해 본 적이. 나는 이런 생각을 종종 하는데,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알고 싶다기보다는(당신이 이런 편이라면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Dans la maison(인 더 하우스)>(2012)을 좋아하실 것 같군요), 그보다는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내 주변에 내가 모르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하달까.

 

‘정성은 대화 산문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에세이는 크게 보면 인터뷰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이제 그 인터뷰의 대상이 유명인,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게 이 에세이의 독특한 콘셉트다. 저자가 우연히 타게 된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님, 저자가 전문가 매칭 앱인 ‘숨고’로 고용한 이삿짐 전문가, 저자의 결혼한 친구들 등. 그리고 그 안에는 따뜻한 이야기, 충격적인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이야기를 해 보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진실을 알게 되는 관음증적인 재미까지 선사하는 이 산문집을 어떻게 읽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

 

물론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위인도 아니고, 큰 성공을 해서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 줄 수 있는 이도 아닌, 보통이라면 발언권을 가지지 못했을 이들에게 저자는 기꺼이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는 게 전복적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발언권을 표하는 사람 중에 택시기사는 없었던 것 같다.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들의 직업을 살펴봤지만 대부분 교수나 화이트칼라 직종이었다. 은퇴 생활자나 가사도우미 같은 직업은 없었다. 그러한 타이틀로는 발언권을 획득할 수는 없는 걸까? 다양한 사람이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 운 좋게 발언권을 얻은 백수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쌓여가는 번호를 보며 새삼 다짐했다.

<궁금한 건 당신>은 삶에서 스치듯 마주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한 대화 산문집이다. 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들, 오랜 친구였던 누군가, 소문으로만 듣던 사람, 반한 사람, 돈을 내고 고용한 사람, 관심 없어 모르고 지나칠 뻔한 사람 등등. 이 책은 그 기록의 결과물이지만, 어쩌면 약간의 상상이 묻어 있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완벽한 진실일 수는 없을 테지만 어떤 예술은 사실이 아닌 걸 적어냄으로써 진실을 전달하기도 한다.

(…)

한때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집 밖을 나가니 사람들이 주옥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받아적으며 세상이 더욱 궁금해졌다. 사랑하지 않으면, 궁금한 일조차 없을지 모른다. 이 책이 사랑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길 바란다. 그럴수록 우리는 서로를 더욱 궁금해할 테니.

 

자식에 대한 사랑가 부모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 택시기사,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아이를 다 키우고 난 후 뒤늦게 공인중개사 일에 뛰어든 중년 여성, 화장실 청소 서비스를 요청해 만나게 된 청소 전문가 부부, 영화감독을 포기한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인터뷰하고 싶었던 후배, 아내가 유학을 갈 수 있도록 집안일과 육아를 맡아 주는 남편, 레즈비언 부부 등등, 우리 주변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빛나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겼다. 물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야기들.

 

에필로그도 너무 좋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서효인, 이정미 님께도 감사하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거는 방법을 가르쳐준 엄마에게도 감사하다. 엄마는 길 가는 처자를 붙잡고 “쓰고 계신 안경이 참 멋진데 어디서 사셨어요?” 물은 뒤 브랜드명을 적어 와 같은 걸 사는 사람이다. 상대가 들었을 때 기분 좋은 말이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해도 된다는 걸 그녀에게서 배운 후로 나는 좋은 얘기는 꼭 해주는 사람이 되었다. 덕분에 이런 책도 쓰게 되었다.

나 왜 울어… 나도 좋은 말은 낯을 가리지 않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해 주는 오지랖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어 보아야겠다. 당신에 대해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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