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도대체, <어쩌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행복한 고구마’ 만화로 가장 잘 알려진 도대체 작가의 만화 에세이. 이번에도 가볍게 읽고 소소하게 웃을 수 있다. 그의 엉뚱하고 귀여운 상상은 예컨대 이런 것이다. “머리 옆에 두고 자면 밤에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게 하는” 악몽 기계를 만드는 것. 악몽을 일부러 꾸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악몽 기계를 사용해서 밤새 악몽을 꾼 사람은 눈을 뜨는 순간 ‘꿈이라니 다행이다!’ 안도하며 현실에 만족하게 됩니다.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죠.” 질문자를 비롯한 청중에 사이에는 고요만이 있을 뿐이다. 마지막 컷에 그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알람 시계, 온습도계, 손톱깎이, 귀이개, 이쑤시개, 볼펜 기능도 함께 넣었습니다.” 이에 뭉친 휴지 같은 쓰레기가 그에게 날아든다. 그런 잡다한 기능을 넣어서 뭐 어쩔 거냐고!
‘어려운 부탁’이라는 제목의 만화는 마음의 평화가 사실 제일 얻기 힘든 것이라는 진리를 표현했다. 물을 떠놓고 정성스레 기도를 하고 있는 저자에게 ‘초보 산신령’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구름을 타고 나타난다. 그는 “이제 막 산신령으로 임명되어 도술이 약간 부족”한지라 “어렵지 않고 간단한 소원만 이뤄 줄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기뻐하며 “잘됐습니다! 마침 제가 그런 소원을 빌고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돈도 명예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을 뿐입니다!!”라는 소원에 말 없이 스스스 사라지는 산신령. 그게 “제일 어려운 부탁”이라며. 차라리 돈과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달라고 하지… 그게 더 쉬울 텐데…
만화와 만화 사이에 간간히 짧은 에세이 글이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꼭지는 이거다.
회의 시간에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도 실장은 꼼꼼함이 좀 부족한 것 같아.”
나는 너무 놀라서 연달아 외쳤다.
“들켰다!”
“들켰어!”
그리고 이렇게 말한 것 같다.
“큰일 났다…….”
그리고 또 이렇게도 물은 것 같다.
“어떻게 눈치채셨나요?”
“어떤 계기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물론 그간 여러 일이 쌓였겠지만 그래도 ‘아!’ 하신 계기가 있었을 텐데…….”
대표님은 대답하지 않으셨다.
나중에 생각하니 다음과 같이 대답해야 했을 것 같다.
“죄송합니다. 더 꼼꼼하게 일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을까?
망했다.
꼼꼼함이 좀 부족한 것 같다는 비판을 방어적으로 듣지 않고 그게 자신의 약점임을 즉각 인정하며, 그걸 알아본 상대가 오히려 통찰력이 뛰어나 자신의 약점을 꿰뚫어 보았다는 식으로 반응한 게 너무 웃기고 귀엽다. 약점이 들통 났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 더 잘하겠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까지.
웃긴 거 하나만 더. ‘아부’라는 제목의 꼭지에선 저자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느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풀어놓는다. 대표님이 음식은 괜찮은지 물었을 때 저자는 “아주 맛있습니다. 남은 올해는 오늘의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고깃집에서 열린 또 다른 회식 자리에서는 다른 직원이 대표님 옆에 앉아 고개를 조아리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고 한다. “부디 대표님 마음이 편하셨으면 좋겠어요. 대표님이 편안하셔야 저희도 편안합니다.” 아니, 이 무슨… 그런데 저자의 반응이 압권이다.
당시 술기운이 조금 돌고 있던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이렇게 야유했다.
“아휴 참, 너무한다, 너무해!”
그때 나는 집게와 가위를 들고 있었는데, 대표님에게 드릴 고기를 하트 모양으로 자르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 오래 살아남는 거구나… <The Favourite(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인생이란 뭘까?’라는 고뇌에 깊은 생각을 하다가 “’뭐’라면 어쩔 것인가?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는데.”라는 결론을 내는 저자의 소소하지만 재미있고 귀엽고 유연한 지혜를 조금 나누어 가지고 싶다면 한번 읽어 보시라. 어쩌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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