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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김지수,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by Jaime Chung 2019.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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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김지수,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을 거야>

 

 

최근에 개인적으로 마음앓이할 일이 있었는데, 한창 힘들어할 때 이 책을 읽고 정말 눈물바다를 이루었더랬다.

책 제목은 시인 김남조 선생의 어머니가 김남조 선생에게 해 주시던 말에서 따온 거라고 한다.

어린 시절 시인 김남조 선생은 잦은 병치레 때문에 병상에 자주 누워 있었다고 한다. 병과 싸우며 누워 있는 동안 생각에 잠겼고, 타고르의 시편을 읽으며 문학의 꿈을 키웠다. 폐결핵 진단을 받고 누워 있던 소녀에게 어머니는 늘 이렇게 위로해줬다고 한다. "얘야, 아픈 날이 많았어도 앞으로는 아프지 않을 날이 더 많을 거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인터뷰집에서 김남조 시인의 이야기를 읽고 가슴이 가만히 내려앉았다.

어쩜, 김남조 시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시를 쓰는 재능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으셨나 보다.

이렇게나 위로가 되는 따뜻한 말을 해 주시는 어머니라니.

 

나도 솔직히 이 책의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인데, 책 내용은 제목만큼이나 가만하고 위로가 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이런 구절들 말이다.

그런데 그 엄마도 제 새끼가 심장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처했을 때, 어미만이 할 수 있는 의연한 위로를 한다. 그건 아들 김명민이 실연의 상처에 1분 1초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조차 괴로워하고 있을 때, 엄마 김보연이 한 말이다. 그녀는 아침 식탁에 된장찌개 그릇을 턱하니 내놓으며 무심하게 말한다. "밥 먹어라! 밥 먹으면 또 한두 시간 가잖니?" (...)
내 생명이 끊어지지 않는 한 밥은 먹어야 한다는 것,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먹는다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어찌어찌 눈물을 흘려도 밥은 넘어간다는 것, 그리고 한 끼 밥을 먹으면 또 그만큼 시간이 흐른다는 것, 시간이 흐르면 고통이 무디어진다는 것, 상처받은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위로가 어디 있나.

 

또는

니체는 "춤추는 별을 분만하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카오스를 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생의 가장 깊은 내면은 카오스이고 수수께끼이며, 때로는 어둡지만 그렇기 때문에 환상적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을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겸손이다'라는 꼭지에서 이렇게 썼다.

이십 대와 삼십 대를 돌이켜보면 나는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해주진 못했지만, 나 자신을 기한 없이 기다려주는 데는 달인이었다. 그게 지금도 기특하다. 기다리는 사람 하나 없는 이 효율적이고 빈틈없는 도시에서 오로지 나만이 나를 기다려준 것이다.
어느 날, 이해인 수녀에 관한 인터뷰 글을 읽다가 이 글귀를 발견했다.
"나 자신을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겸손이다." (...)
그녀는 영혼의 어두운 밤을 헤쳐나갈 때는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기다려주는 겸손'도 갖춰야 한다는 거였다.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자존감', 즉 '자기 존중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자기가 자기가 원하거나 기대하는 것만큼 대단하지 않아도, 가끔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자기를 자책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할 수 있는 '자기 자비(self-mercy)'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니 우리도 스스로에게 더욱 친절해지자.

 

최근 홍수를 이루는 여느 '위로해 주는 책들' 중 한 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사실 그러기에는 6년 전 첫 출간된 책이다) 그래도 저자의 솔직한 자기 이야기(새어머니에게 질투를 느끼고, 나이가 들어서야 새어머니에게 진심으로 다가선 개인사 같은)를 읽다 보면 적어도 저자의 진심은 거짓이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 사람도 힘들게 살아 왔지만, 나름대로 타인을 위로해 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쓴 거구나, 싶었다.

저자에게 내 이야기를 서툴게 늘어놓으면 '그래그래, 괜찮아' 하며 조곤조곤 잘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4월의 첫날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2월부터 3월까지의 시간이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에 다가온 새로운 한 달은 다르기를, 좋은 일이 많기를 기대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지난 시간이 힘들었다면 진심으로 한번 꼭 안아 드리고 싶다. 그러고 나서는 여러분의 손을 잡고, 이번 달은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고, 여러분의 눈을 깊이 바라보며 말하고 싶다. 앞으로는 아프지 않은 날이 더 많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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