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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요시타케 신스케, <있으려나 서점>

by Jaime Chung 2019.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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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요시타케 신스케, <있으려나 서점>

 

 

인기가 많은 책인지, 나는 도서관에서 이걸 빌리는 데 1달이 넘게 걸렸다.

이 책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빌리려고 했는데 이미 대출 중에 예약도 꽉 차 있어서,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다시 떠올라 뒤늦게 예약을 (꼴지로)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엄청 오래 걸려서 드디어 빌려 봤는데, 워낙에 얇은 책이고 또 삽화가 가득한 책이라 한 15분~20분 만에 끝내 버렸다. 약간 허무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 책이 너무나 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손

 

이 책 제목의 <있으려나 서점>은 "그 마을(정확히 어디인지는 묘사되지 않고 그냥 '그 마을'이라고만 언급된다) 변두리 한 귀퉁이에" 있는 가상의 서점이다. 이 서점은 '책과 관련된 책'을 파는 곳이다.

손님이 "혹시, ○○에 관한 책 있나요?" 하고 물으면 주인 아저씨는 친절하게 "있다마다요!" 하고 책 몇 권을 꺼내 가져와 추천해 준다.

예를 들어, 한 손님이 "'조금 희귀한 책' 있을까요?" 하고 물으면 주인 아저씨는 "자, 이런 책들은 어떨지요. 한 권 한 권 설명을 드리자면…." 하고 이런 책들을 소개해 준다.

『작가의 나무 키우는 법』

『세계의 팝업 그림책』 

『둘이서 읽는 책』

『달빛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책』

등.

 

말하자면 이 책은 '손님이 와서 ○○에 관한 책을 찾는다 →주인 아저씨가 있다고 대답한다→3~4권 정도의 책을 각각 2쪽(1장) 분량으로 소개→손님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사 간다→다시 다른 손님이 와서 ○○에 관한 책을 찾는다'의 반복이다.

그렇지만 그 소개되는 (허구의) 책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낭만적이고 환상적이어서, 그게 정말 있는 책이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읽어 보고 싶다 생각하게 된다.

내가 제일 마음에 든 건, '책과 관련된 일'에 관한 책들 중 하나로 소개되는 『도서견』이다.

1. 본래는 조난자 구조견을 보좌할 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책을 들려준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요즘은 주로 홀로 사는 노인 등, 사회로부터 고립돼 사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즐거움을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3. 훌륭한 도서견이 되면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장르의 책을 스스로 골라서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4. 도서견을 키우는 데에는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데, 가장 많이 키우는 사람은 '개를 좋아하는 전직 서점 직원'이라고 합니다.
5. 이전에는 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책을 배달해 주는 '책 비둘기'가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심지어 이 책은 그림체도 따뜻하고 귀여워서 내용과 아주 잘 어울린다!

 

'책과 관련된 명소' 에피소드에서 소개되는 『무덤 속 책장』도 흥미롭다.

1. 1년에 한 번 찾아가는 무덤. 무덤은 그날 하루만 딱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2. 책장으로 된 내부는 그 사람이 자주 읽은 책, 영향을 받은 책,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 언젠가 읽기를 바랐던 책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3. 그중에서 한 권을 골라 가방에 넣습니다.
4. 그리고 '천국에서 그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그 해의 추천 도서' 한 권을 가져와 책장에 꽂아 둡니다.
5. 문을 닫고 기도하고,
6. 가방 안에 든 책을 읽을 생각에 설레며 집으로 갑니다.

내가 죽은 후에 내 무덤을 관리해 줄 사람이 있다면 내 무덤은 이런 식으로 운영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이 아이디어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마지막으로 '책에 대한 책'에서 소개된 『책, 그 후』를 보자.

1. 다 읽은 책, 너덜너덜해진 책은 '책 재활용 센터'로 갑니다.
2. 거기서 책은 여러 요소로 분류됩니다. (종이 / 색 / 글자 / 이야기 / 작가의 감수성)
3. '이야기'는 분해 센터에서 다시 미세한 '감정'으로 분해됩니다. (기쁨 / 분노 / 슬픔 / 즐거움 / 기타)
4. 각각의 '감정'은 하늘에서 뿌리거나 길가의 틈에 놓거나 조미료에 섞거나 해서 다시 사회 속에 녹아들게 합니다.
5. '작가의 감수성'은 전문 기술자가 선발한 '미래의 작가'에게로 몰래 전수됩니다.

5번 내용 아래에는 엄마 손을 잡고 마실을 나가는 어린아이가, 수풀 사이에 숨은 한 전문 기술자가 쏜 (작가의 감수성을 담은) 침에 맞아 놀란 얼굴로 '따끔'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정말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 아닌가. 우리가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왜 어떤 감정에 사로잡히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지 이제야 알겠다.

 

이렇게 동화같이 아름다운 (상상 속의) 책들을 소개해 주는 이 서점에도 딱 하나 없는 책이 있었으니, 그것은 책 마지막에 공개된다. 여기에서는 스포일러하지 않는 걸로 ㅎㅅㅎ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더욱더 좋아하겠으나,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그림이 너무 귀엽고 책의 기운도 밝아서 선물용 책으로도 딱일 듯하다.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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