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나서

로빈 노우드,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

by Jaime Chung 2019. 4. 3.
반응형

로빈 노우드,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

 

 

퀸(Queen)의 명곡 중에 "Too Much Love Will Kill You(너무 많은 사랑은 당신을 죽일 거예요)"라는 곡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古) 김광석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고 노래한 적 있다.

너무 많은 사랑, 또는 너무 아픈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란 좋은 것 아닌가? 아니면 혹자는 '적어도 어느 정도의 고통을 수반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 모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 고통을 동반할 때 당신은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대화 내용 대부분이 '그'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으로 채워진다면 당신은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다. 당신이 말하는 모든 문장이 '그'로 시작될 때, 당신은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다.
  당신은 대하는 그의 변덕, 짜증, 무관심, 냉담한 태도나 말을 그의 불행한 어린 시절 탓으로 돌리고 모든 것을 용서한다면, 그리고 그의 상담 치료사가 되려고 노력한다면 당신은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다.
  (...) 그의 성격이나 가치관, 행동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조만간 자신의 성격이나 가치관, 행동들을 바꾸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싫은 부분들을 참아내고 있다면, 당신은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다.
  이런 그와의 관계 때문에 당신의 정신과 육체가 위협받고 있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전 세계의 미디어에서 '사랑 때문에 고통스럽고, 아파하는 것'은 일종의 로맨틱한 행위로 묘사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나쁜 점을 고쳐 주기 위해 헌신하는 여성의 모습을 얼마나 자주 보아 왔는가.

하지만 이런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원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특히 어릴 적에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여성들은 연인인 남성에게서 이 사랑을 대신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알코올이나 마약, 섹스 등에 중독된 남자나 게이(게이라는 게 나쁘다는 뜻이 절대 아니고, 이성애자 여성과 진정하고 건강한 연인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적절하지 못한 상대라는 의미이다), 또는 자기보다 현저히 '스펙'이 낮은 남자 등을 만나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한다.

자신이 그에게 '필요'한 대상이 된다면 절대 버림받을 일이 없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말 그대로 자신을 헌신해 남자를 뒷바라지하고, 때로는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지만, 그와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맺지는 못한다.

그저 그들에게 고통과 슬픔, 괴로움만을 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을 정말 진정한 의미에서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 행복에 이르지 못한다. 똑같은 파멸의 패턴만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이자 카운슬링 전문가인 저자는 "알코올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들을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 너무 많이 사랑하는 현상을 사고방식이나 감정, 행동으로 나타나는 어떤 특정한 증후군으로 인정하게 되었다."라고 쓴다. 저자는 이런 여인들을 '너무 사랑하는 증상'이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책 후반에 보면 이런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치유 과정을 알코올 중독 환자의 치유 과정과 대조한 차트가 실려 있는데, 상당히 비슷하다.

요지는,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상대방에게 헌신하며 괴로워하지만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도 병이라고 봐야 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이 보이는 예측 가능한 패턴은 다음과 같다. 다소 길지만 중요하니까 모두 인용해 보겠다.

1. 대체적으로 정서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문제 가정에서 자랐다.
2. 도움이 필요한 남자를 보살펴 주면서 어린 시절의 욕구 불만을 채우려고 다.
3. 부모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남자에게 끌린다.
4. 남자에게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5. 남자를 돕기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6. 사랑받지 못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남자가 사랑해 주지 않더라도 참고 기다리며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7. 남자와의 문제를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고 어떤 비난도 감수한다.
8. 자신은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행복해지려면 그에 맞는 권리를 획득해야 한다고 생각해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려고 한다.
9. 남자나 상황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애쓰면서 모두 다 그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자위한다.
10. 남자와의 관계에서 현실의 모습을 응시하기보다는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를 꿈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11. 남자와 그의 괴로움에 중독된다.
12. 심리적·육체적인 이유로 마약, 술, 당분에 중독되기 쉽다.
13. 나쁜 남자에게 끌려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괴로워한다. 그래서 자신의 문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14. 불안정한 연애 관계가 주는 흥분으로 우울증을 방지하고자 한다.
15. 이들에게 '멋진' 남자는 '지루한' 남자다.

 

저자는 자신이 상담한 실제 환자들의 사례들을 들려 주는데, 사실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의 모습이다.

아래 인용문이 무척 공감된다면 혹시 여러분도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교제 초기에 맛보는 '황홀감'은 그녀를 중독시켰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감정적인 안정감을 얻게 되자 그녀는 행복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지속시키기 위해 남자에게 점점 더 의존했다. 서서히 약의 양을 늘려 가는 마약 중독자처럼 말이다. 마약 중독자가 약효가 떨어질 때쯤 마약을 찾듯, 남자 친구를 만나면서 얻는 만족감이 줄어들수록 그에 대한 집착은 심해졌다. 연애 초기에 느꼈던 황홀감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맹목적으로 남자에게 매달렸고, 그와 더 친밀해지기 위해 애썼다. 그에게 확신을 받고 사랑을 받으려고 맹목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다. 둘 사이가 악화될수록 그에 대한 그녀의 집착은 점점 심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최악의 방법으로 그에게서 잘려나갔다. 그녀는 남자를 만나면서 단 한 번도 먼저 헤어지자는 적이 없었다.

 

이렇게 '너무 많이 사랑하는' 덫에 걸리는 여자들은 유난히 정이 많거나 남을 도와주기 좋아하는 성향일 가능성이 높다.

  그녀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강하게 끌린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하고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그녀들이 도움을 요로 하고 있는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가 있다. 그녀들의 감정 밑바닥에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고 하는 자기 자신의 욕구가 있기 떄문이다.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금전이나 건강에 관련한 것일 필요는 없다. 그녀들은 인간관계에 서투르거나, 냉정한 성격으로 타인을 사랑할 줄 모르거나, 고집이 세거나, 이기적이거나, 퉁명스럽거나, 우울한 남자들에게 끌린다. 무책임하고 거친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다. 혹은 약속을 잘 어겨서 신뢰가 없는 남자가 매력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는 남자가 멋져 보일지도 모른다. 그녀들은 어린 시절 경험에 기인해 다양한 문제를 가진 남자들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자신의 도움으로 그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은 기억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남에게 도움을 주고, 또 필요한 대상이 되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저자는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의 여러 가지 사례뿐 아니라 그런 여자들과 사귀는 남자들과 인터뷰한 내용도 공개한다.

그들의 속마음을 살펴보는 것도 분명히 '너무 사랑하는' 병에 대해 아는 데 도움이 되지만(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남자들도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지 못해 여성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야기를 길게 쓸 필요는 없을 듯하다.

여러분이 모두 궁금해할 치료법으로 바로 넘어가자.

본격적인 치료법은 10장에서 다루어진다. 저자가 제시하는 회복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1단계: 도움의 손길을 찾아라.
2단계: 회복을 우선순위로 삼아라.
3단계: 같은 문제를 겪어 당신을 이해해 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라.
4단계: 매일 영성 훈련을 하라.
5단계: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을 멈춰라.
6단계: 남녀 간의 게임에 '중독'되지 않는 법을 배워라.
7단계: 용감하게 자신의 문제와 결점을 대면하라.
8단계: 자기계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라.
9단계: '이기적'인 여자가 되라.
10단계: 경험하고 배운 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라.

 

모든 치유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으며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하므로, 1단계는 아주 쉽게 이해된다. 관련 서적 등을 참고해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에 대한 정보를 얻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라.

2단계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의 치유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라는 뜻이다. 이때 남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상대가 마약 중독자이든, 아니면 경제적 문제가 있든 간에, 남자 본인이 스스로 해결법을 찾고 노력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5단계도 같은 이야기인데, 저자는 '그이가 당신 때문에 술을 끊는다면, 당신 때문에 다시 술을 마시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남자 본인이 본인의 의지로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데 여자가 옆에서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게 되면, 그것은 진정한 치유나 문제 해결이 아니다. 남자의 문제는 남자가 알아서 해결하게 내버려 두고, 당신은 스스로의 회복에 최선을 다하라.

4단계로 영성 훈련을 하라는 말은 좀 낯설게 들릴 수 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나 '신'이란 개념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종교적 성향을 갖든 상관없이 영성을 기른다는 것은 아집을 버리고 자기 생각대로 모든 일이 일어나게 하겠다는 의지를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어진 환경 속에 자신을 위해 혹은 다른 사람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여태껏 생각해 본 적 없는 결과와 해결책이 있을 수도 있고, 여태껏 가장 두려워하면서 막으려고 했던 것들이 사실은 상황 개선에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아집이란 자기 혼자만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아집을 버린다는 것은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위한 인도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두려움("만약에 ○○ 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들)과 절망("○○ 된다면)"을 비워내고 그 자리를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설명으로 채워넣으면서 말이다.

 

종교적이진 않지만 영성을 중시하는 내가 보기엔 확실히 영성을 기르는 게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자기보다 더 큰 어떤 존재가 있고 그 존재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심적으로 부담이나 책임감을 내려놓는 데 꽤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

또한 세상에는 어떤 신묘한 이치가 있어서 나의 성장을 돕기 위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나는 이 방법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 치유의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사랑'이다. 저자는 이것을 '자기계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라'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기계발에 필요한 것을 무엇이든 하라는 말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남편이나 애인이 변하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경력을 쌓기 시작하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학교로 돌아가거나, 무엇을 원하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재적적으로, 감정적으로 혹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그가 도와주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획을 세울 때 그의 협조를 구하지 말고, 당신이 의지할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생각하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
  만일 이 글을 읽는 순간, 남편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계획을 실행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를 알지 못했던 때로 돌아가서 어떻게 했을 것인지 떠올려보라. 남자에게 의존하는 것을 멈추고, 주어진 다른 선택 사항들을 이용하면서 당신 혼자 살 수 있다고 깨달을 것이다.
(...) 우선, 하기 싫은 일 두 가지를 매일 하면서 당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생각을 확대시켜 본다. 아무런 문제도 없는 척하고 싶어지면 스스로에게 저항해 보라. 혹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버리고 싶어져도 다시 그 일로 돌아가 본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돌보면서 당신의 파트너에게 신경을 덜 쓰는 법을 배운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려고 무조건 '네'라고 대답하는 대신, 자기 자신을 기브게 하기 위해 '아니요'라고 말하는 법을 배운다. 거절당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시간을 주고, 관심을 주고, 물질적인 것을 줘야 한다. (...)
  물질적인 물건(그리고 빚)을 늘리는 대신, 새로운 경험들을 스스로에게 베풀어 보자. 공원을 산책하거나, 산에 올라 보거나, 동물원에 가 보라. 잠시 멈춰서 일몰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날 당신의 현재를 어떻게 보내기 원하는지 생각하는 경험을 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능숙하게 주지만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건 어색해한다. 연습이 필요하다!

 

전부 좋은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뉴 에이지(New Age) 사상가들뿐 아니라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자기 사랑'의 개념이 더 정확한 개념이며, 치유에 더욱 필요한 요소라고 본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 애초에 그게 안 되어서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구하다가 파멸을 겪은 것 아닌가.

그러니 이번에는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사랑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얻고 경험을 나누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매일매일 24시간 곁에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니까,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자비로워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때, 기적이 일어난다고 나는 믿는다. 이 세상 모든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더 이상의 괴로움은 거부하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연애가 처음이거나, 실패하는 연애를 반복해 왔다면 꼭 읽어 봐야 할 책이다.

독자 여러분이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한 연애를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