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씨에지에양, <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국 미용 브랜드의 창립자이자 CEO인 저자가 '그럴싸한 공포 마케팅에 속지 않는 48가지 화학 상식'을 알려 준다.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 번째는 '밥상에 관한 화학 상식', 두 번째는 '세안과 목욕에 관한 화학 상식', 세 번째는 '미용에 관한 화학 상식', 마지막 네 번째는 '청소에 관한 화학 상식'이다.
부엌, 화장실, 침실 화장대, 그리고 거실까지 다 다루고 있는 셈이니 한마디로 온 집안 실생활에 관한 화학 상식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 가지 확실히 알아 둘 것이 있다.
"'화학 물질 무첨가'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
'무첨가'라는 말의 유래는 일본의 화장품 관리부가 1960년에 제정한 '약사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당시에는 방부제, 계면활성제, 유화제, 자외선 흡수제, 항상화제, 인공 색소, 인공 향료, 형광 표백제 등 102종의 화학 물질을 '발표 지정 성분'으로 지정했다.
따라서 포장지에 해당 성분을 표기해야 했는데, 해당 성분이 없을 땐 간략하게 '무첨가'라고 표기했다. 따라서 과거 '무첨가'는 일본 법규가 정한 102종의 발표 지정 성분이 일절 첨가되지 않은 것을 의미했다.
2001년 4월부터 일본은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했다. 간단히 설명해 현재 일본에는 근본적으로 '무첨가'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근에는 제조사들이 광고하는 '무첨가'라는 표현은 명확한 기준도 없고 관련 기관의 점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멋대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장품이건 식품이건 기타 생활 용품이건 '무첨가'는 마케팅 용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시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몇 가지 광고 문구 중 타당한 표현은 몇 개나 될까?
일단 '색소나 향료 무첨가'는 확실히 가능하다.
그러나 '방부제 무첨가'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제품에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으려면 무균 충전 및 무균 포장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제조사는 극히 적다. 대다수는 방부제의 명칭을 다른 이름으로 교묘하게 바꾸어 표기한다.
그리고 '인체 유해 물질 무첨가'는 웃기는 소리이다. 물이나 소금도 많이 섭취하면 중독되는데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인공 화학 물질 무첨가'라는 말은, 전혀 가공하지 않은 자연 상태 또는 비료ㅗ나 살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농산품이 아닌 이상 제품에 인공 화학 물질을 첨가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무첨가'라는 문구를 봤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성분을 첨가하지 않았는지 질문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적절한 프라이팬과 식용유 고르는 법, 세안할 때 적절한 물의 온도 등, 실생활에서 궁금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나는 '파라벤'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저 방부제의 일종 정도로 알고 있었던 파라벤이 왜 무시무시한 유해 물질인 것처럼 묘사되는지도, 왜 많은 제조사들이 '파라벤 프리(free)' 같은 문구로 마케팅을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파라벤 같은 "방부제는 필요악"이며 "방부제를 넣은 제품보다 방부제를 넣지 않아 세균이 번식하고 부패한 제품이 더 무시무시하다"라는 저자의 말을 읽고는 안심이 됐다.
물론 세상에 절대적으로 안전한 방부제는 없지만, 정상적인 농도일 때 세탁제, 보디클렌저 등 물로 바로 씻어내는 제품은 인체에 사용해도 무방한 파라벤이 첨가된다고 한다.
어차피 샤워하거나 세안할 때 클렌저가 피부와 접촉하는 시간은 매우 짧으므로, 이때 체내에 흡수되는 파라벤의 양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클렌저의 파라벤이 암을 일으킬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여드름 유발 방지'나 '안티 트러블' 같은 문구는 명확한 정의가 없는 마케팅 용어라고 한다.
특정 성분의 여드름 유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과학적인 검증 방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화장품이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유발하는지는 단일 성분이 아니라 원료의 배합, 성분의 농도, 개인의 체질, 피부 상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설령 전성분이 표기되어 있어도 피부 트러블 유발 여부는 실제로 사용해 봐야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시는 마케팅 문구에 속으면 안 되고, 내게 "박사님, 이 성분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거죠?"라고 끈질기게 물어도 안 된다.
덧붙여서, 샴푸에는 원래 실리콘이 첨가되지 않는다는 것, 여러분은 알고 계셨는지?
실리콘의 기능은 모발에 윤기를 돌게 한다. 따라서 샴푸와 린스의 기능이 합쳐진 2 in 1 제품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샴푸에 실리콘은 없다. 다시 말해서 '실리콘 무첨가 샴푸'는 '무알코올 녹차'라는 표현과 다를 바가 없는 상술이다.
실리콘은 산뜻한 사용감을 느낄 수 있는 지용성 물질로, 주어 헤어 컨디셔너에 사용된다. 모발의 케라틴이 손상된 부분을 채워 두발을 찰랑거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사실 실리콘은 바셀린처럼 피부에 흡수되지 않고 두발과 두피에 착 달라붙지도 않아서 물로 깨끗하게 헹구면 머릿결이나 두피가 상하지 않는다.
2 in 1 헤어 세정제는 물로 헹군 뒤에도 여전히 미끈거려서 이것이 린스 효과 때문인지 깨끗이 씻어내지 않아서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만약에 깨끗이 헹구지 않아서 미끈거리는 것이라면 장기적으로 모발과 두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실 헤어 세정제를 깨끗하게 헹구지 않으면 설령 실리콘 무첨가 샴푸를 사용해도 탈모가 일어난다. 다시 말해서 모낭을 막는 원흉은 실리콘이 아니라 물로 깨끗하게 헹구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화학 물질이 첨가된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모든 이에게 바친다"고 썼다. 아는 것이 힘이니 아는 것이 많을수록 그럴싸한 공포 마케팅에 더는 속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나 역시 저자의 말에 100% 동의한다. '천연이 최고' 따위의 유사 과학을 이용한 마케팅에 더 이상 속지 말자!
유사 과학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책을 참고하는 것도 추천한다.
'책을 읽고 나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감상/책 추천] 키마 카길, <과식의 심리학> (0) | 2019.06.26 |
---|---|
[책 감상/책 추천] 미스카 란타넨, <팬츠드렁크> (0) | 2019.06.24 |
[책 감상/책 추천] 조영은, <마음의 무늬를 어루만지다> (0) | 2019.06.21 |
[책 감상/책 추천] 세라 나이트, <정신 차리기 기술> (0) | 2019.06.19 |
[책 감상/책 추천] 안드레아 오언, <개떡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는 법> (0) | 2019.06.14 |
[책 감상/책 추천] 김진아,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0) | 2019.06.12 |
[책 감상/책 추천] 매트 헤이그, <우울을 지나는 법> (0) | 2019.06.10 |
[책 감상/책 추천] 데이비드 셰프, <뷰티풀 보이> (0) | 2019.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