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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조지영, <아무튼, 외국어>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의 한 권이다. 얼마 전에 <아무튼, 예능>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 책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2019/11/13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복길, <아무튼, 예능>

 

[책 감상/책 추천] 복길, <아무튼, 예능>

[책 감상/책 추천] 복길, <아무튼, 예능> 대종상을 웃기는 말투로 중계하고 해설해 한때 인터넷에 널리 퍼졌던 트윗을 혹시 아시는지? 그 트윗의 저자가 바로 이 책의 저자다(트윗 재밌게 써서 책을 쓸 기회까지..

eatsleepandread.xyz

 

나는 리디셀렉트로 다운 받아 읽어 보았는데, 알라딘으로 도서 정보를 보니 이 책도 164쪽밖에 안 하더라. 역시나 얇으면서도 재미있는 <아무튼> 시리즈답다.

어쨌거나, 이 책에 대해 소개하자면, '외국어 배우기가 취미'인 저자의 에세이이다.

저자는 현재 외국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에 대해서는 관심이 끊이질 않아 혼자 열심히 배우는 듯하다.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고백하자면 내게는 '외국어 3개월 정도만 배워 보기'라는 취미 생활이 있다. 심지어 전혀 모르는 말인데 독학을 하기도 한다. 책 한 권을 사다가 그냥 무작정 들여다보거나 오가는 출퇴근길에 괜히 들어 보고 마는 식이다. 외국어 3개월이라는 것은 바이엘 상권의 반절 정도의 진도에서 피아노 배우기를 그만두는 것과도 비슷하다. 대략 악보는 볼 수 있지만 (심지어 다장조), 피아노를 친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싶은 바로 그런 무렵에 피아노를 그만두고, 이번에는 첼로를 해 볼까 두리번대는 식이다. 그것이 중국어부터 시작되어, 아니 그 앞에는 일본어가 있었고, 그 후로 독일어나 스페인어로 이어지는 기묘한 방랑 생활이 되었다. 아마도 이 리스트에는 포르투갈어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왜 이러는 걸까, 스스로 생각할 때마다 <화양연화>의 냇 킹 콜이 그 부드러운 음색으로, 하나도 스페인 사람 같지 않은 악센트로 노래하는 <Quizás, Quizás, Quizás>를 떠올리는 것이다.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혹은 '글쎄, 글쎄, 글쎄' 그렇게 번역되곤 하는 이국의 말들로 이유를 대신할 수 있을는지.

 

짧은 이 책 한 권 내에서도 등장하는 외국어만 여럿이다. 내 기억으로는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순서였던 것 같다.

아, 과연 '이 중에 네가 배운/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어가 하나쯤은 있겠지' 싶은 외국어 편력이 아닌가.

저기 언급되는 외국어들 중 하나라도 배웠다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나는 프랑스어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아서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골랐는데(뭔가 딱딱하고 권위적으로 들리는 게 내게는 참 멋있어 보였다), 저자의 글에서도 '프랑스어와 독일어 사이의 미묘한 라이벌 구도'가 언급되어서 신기했다.

나도 독일어를 잠시나마 배운 기억이 있어서, '알리앙스 프랑세즈'가 뭔지는 몰랐어도(프랑스어를 가르치는, 프랑스 정부에서 운영 및 지원하는 전 세계 체인점을 낸 프랑스어 학원 같은 것) 대략 설명을 듣고 "아, 그러니까 '괴테 인스티투트' 같은 거구나" 하고 이해했다.

마침 그 문단이 끝나기 전에 '괴테 인스티투트' 같은 거라는 설명도 따라나와서 내가 제대로 이해했구나 싶어서 뿌듯했다.

 

또한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양자경이 말레이시아 출신 화교라는 걸 처음 알았다. 저자가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게 된 계기로 <화양연화>를 꼽는데, 이때 저자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주던 화교 후배가 어느 날 <와호장룡>에 등장하는 중국어(=만다린)가 형편없다고 했단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주윤발은 홍콩 사람이니 광둥어 원어민이고, 장첸도 대만 사람이라 만다린은 어색하단다. 양자경은 말레이시아 사람이라 그런가 외국인이 중국어를 하는 느낌이라고.

이 문단을 읽고서야 나는 양자경이 말레이시아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내가 중국/홍콩 영화를 잘 안 봐서 몰랐는데, 그랬구나... 어쨌거나 덕분에 이렇게 별로 대단치는 않아도 사소한 걸 알게 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저자는 <와호장룡>이 영어권에서는 대박을 쳤어도 중국어권에서는 큰 히트를 하지 못한 이유를 이 어색한 만다린에서 찾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책에서 읽어 보시면 될 듯하다. 어쨌거나 나는 그런 면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굉장히 신선했다.

 

외국어 배우기가 취미가 아니더라도, 외국어(특히 이 책에 언급되는 외국어들)를 배우면서 애 좀 썼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 그게 참 어려워' 하고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듯하다.

소소하게 재미있고 은은하게 즐거운 책이다. 이 리뷰 마무리는 이 책의 마지막 두 문단으로 갈무리하겠다.

그러므로 쓸 일도 없는 불어를 기억하려고 애쓰고, 뜬금없이 독일어 관사와 씨름을 해 대고, 일드의 명대사를 반복하거나 스페인어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중국어 성조를 외우며 고개를 위아래로 올렸따 내렸다 하는 것은 떠나지 않고, 떠난 척해 보고 싶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도 같다. 키에르케고르 원서를 읽어 보겠다고 무심하게 네덜란드어를 하나 마스터하신 서강대 철학과 강영안 교수님이나, 혹은 그 바쁜 스케줄에도 중국어, 영어, 일어로 유창하게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는 빅뱅의 승리 씨처럼 언어 감각이 탁월하거나 부지런하지는 못한 까닭에, 나의 외국어들은 대체로 그저 아장아장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다음은? 다음이라니 마치 도장 깨기의 느낌이 들지만, 현실은 도장은커녕… 그래도 포르투갈에 다녀온 후로는 포어에도 관심이 생겼고, 언제고 한번은 가 봐야 할 것 같은 러시아를 생각하면 러시아어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중간고사를 앞 두고 이 책 저 책을 보다가 시험을 망쳤던 기억도 떠오르고 그렇지만, 그래도 기약 없는 외국어 배워 보기가 그저 취미라서, 소일거리라서 다행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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