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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643

[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각각 2019년, 2020년, 2021년에 쓴 단편소설 세 권을 엮은 책. 애초에 ‘트리플’이라는 시리즈 기획 자체가 한 작가의 세 작품을 싣는 기획인데, 어쩜 신기하게 이 ‘트리플’ 시리즈가 마침 또 심너울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 되었다. , , 세 작품 모두 삼삼한데(하하, 말장난 재미있다) 저자 말대로 1년 간격으로 쓴 이 작품들은 나름대로 차이가 있고, “시간에 따른 저의 변화와 그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저만의 축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작품들을 골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기가 막히게 좋았던 건 이다. 본문이 시작하기 전에 “이 세상은 하나의 무대요,/모든 인간은 제각각 맡은 역할을 위해/등장했다가 퇴장해버리는 배우에 지나지 않죠.”라.. 2025. 6. 23.
[책 감상/책 추천] 무라타 사야카, <소멸세계> [책 감상/책 추천] 무라타 사야카, 성(性)과 재생산, 연애가 완전히 분리된 세계를 상상해 그린 일종의 소프트 SF 소설. 저자 무라타 사야카의 은 나도 리뷰를 쓴 적 있다. 이 책은 이미 국내에 2017년 9월에 출간됐는데 나는 최근에야 가디언지 기사(이 소설이 2025년 4월에야 라는 제목으로 영어로 번역돼 출간된 기념으로 저자와 한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고,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찾아서 읽었다. 2015년(원서가 출간된 해)에 이미 이런 것을 상상하다니… ‘초식남’이 2006년, ‘건어물녀’가 2007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임을(참고 기사) 상기해 보면, 그때 이미 앞으로 여자들이 보기에 괜찮은 남자, 평생을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제정신이 박힌 남자가 흔치 않아질 것을 예측하고 남성도 .. 2025. 6. 20.
[책 감상/책 추천] 이얼 프레스, <더티 워크> [책 감상/책 추천] 이얼 프레스, 저자는 이 사회가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더러운’ 일들을 ‘더티 워크(dirty work)’라고 명명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더럽다는 게 아니라, 비윤리적이고 노동자의 정신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일을 말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필수노동 가운데는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고 여겨져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 노동이 있다. 나는 이를 ‘더티 워크’라고 부른다.” 저자가 살펴보는 ‘더티 워크’는 크게 네 가지이다. 교도소의 간수, 드론 조종사, 도살장 노동자, 그리고 시추선 노동자. 솔직히, 얼마 전에 한국 교도관의 에세이인 김도영의 를 읽었기에 저자가 밝히는, 교도소 내 재소자에 .. 2025. 6. 18.
[책 감상/책 추천] 맥스 디킨스,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 [책 감상/책 추천] 맥스 디킨스, 존 햄버그가 감독하고 폴 러드가 주연한 (2009)이라는 영화에서 피터(폴 러드 분)는 여자 친구 주이(라시다 존스 분)에게 청혼한다. 주이가 이를 승낙하자마자 커플은 결혼식을 계획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피터는 큰 난관에 봉착하는데, 그것은 바로 신랑 들러리를 해 달라고 부탁할 만한 남자 친구가 없다는 것. 성격이 워낙에 다정하고 섬세한 편인지라 동성 친구보다 여자 사람 친구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신랑 들러리를 세울 남자 친구를 찾기 위해 피터는 ‘우정 데이트’에 나서는데… 갑자기 이 영화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면, 이 논픽션의 저자 코미디언 맥스 디킨스도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 친구 나오미에게 청혼을 하려고 계획을 세우다 보니 신랑 들러리를 맡아.. 2025. 6. 16.
[책 감상/책 추천] 레이첼 요더, <나이트비치> [책 감상/책 추천] 레이첼 요더, 레이철 요더의 데뷔 소설 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만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한 여성은 이름이 없다. 그냥 ‘여자’, ‘엄마’,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인 후에는) ‘나이트비치’라고만 호명되는데, 사실 그게 핵심이다. ‘나이트비치’라 함은 ‘밤(night)’과 ‘암캐(bitch)’의 합성어로, 글자 그대로 밤이 되면 개로 변하는 여자를 가리킨다. 잠깐, 이게 말이 되냐고요? 잠시 그런 의문은 내려놓으십시오. 늑대인간(이라고 하지만 거의 99% 남성의 형태로만 묘사되는 상상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잖아요. 그러니까 밤에 개로 변하는 여자도 있을 수 있죠. 문제가 될까요?사실 이게 가장 큰 호불호 포인트일 것 같다. 애초에 ‘한 여자가 밤에.. 2025. 6. 11.
[책 감상/책 추천] 유즈키 아사코, <미안한데, 널 위한 게 아니야> [책 감상/책 추천] 유즈키 아사코, 내가 이전에 리뷰를 썼던 와 을 쓴 유즈키 아사코의 신작. 이번 단편집의 주제는 ‘연대’인 듯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카드 리뷰에 “억울함은 통쾌하게, 연대는 따뜻하게”라는 홍보 문구가 쓰여 있는데, 연대를 통해 통쾌하게 복수한다는 뜻인 것 같다.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 는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게 느껴져서 이걸 ‘연대’라는 주제로 묶기엔 조금 애매하지 않았나 싶다. 이 부분을 설명하려면 일단 다른 작품들을 간단히 소개해야겠다. 은 좁디좁은 사견으로 라면 평론가를 하는 주제에, 무례하게 한 라멘집 손님이나 직원 등을 무단으로 촬영해 사진을 올리고 제멋대로 평가질을 한 라면 평론가 사하시 라유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맑고 담백한 국물로 인기인 중.. 2025.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