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555 [책 감상/책 추천] 라일라 리, <난 그저 미치도록 내가 좋을 뿐> [책 감상/책 추천] 라일라 리, 일전에 유튜브에서 케이팝의 인기와 그 영향을 분석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자료 화면으로 뒤에 깔린 어느 걸그룹의 뮤직 비디오를 보게 됐는데, 노랫소리도 그대로 들렸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날씬하고 예쁜 한 걸그룹 멤버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아'라는 내용의 가사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너는 이미 엄청 날씬하고, 매일매일 전문가에게 메이크업도 받고, 옷도 스타일리스트가 골라 준 대로 입잖아. 완벽하게 관리받은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지금의 너를 사랑하기 쉽겠지!' 맹세컨대 그 멤버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자존감 뿜뿜하는' 노래를 부르는 당사자가 그렇게나 완벽하게 관리된 외모를 갖추고 있다면,.. 2022. 9. 19. [책 감상/책 추천] 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책 감상/책 추천] 박상영, 재미있고 짠하다. 분명 엄청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마음이 찡해져서 '저런...'을 연발하며 읽었다. 분명 시작할 땐 이렇게 빵빵 터졌는데! 세상에 출근보다 더 싫은 게 존재할까?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서른몇 해를 살아본 결과 이보다 더 싫은 건 없었다. 채근하듯 울려대는 알람을 끄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욕부터 튀어나온다. 10년 전에 라식수술을 한 뒤로는 아침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안구건조를 느끼기 때문에, 감은 눈으로 침대 옆 협탁을 더듬어 인공누액부터 찾아 넣는다.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피부과 전문의의 말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대부분은 지성 피부이며 자신이 지성인 걸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하던데, 아침에.. 2022. 9. 16. [책 감상/책 추천] 남형도,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책 감상/책 추천] 남형도,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많은 이들이 이미 잘 알 것이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직접 체험해 보고 쓴 기사가 웃기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것을 나도 보았으니까. 그 기사들이 모여서 책으로 나왔다. 안타깝게도 그 브라질리언 왁싱 기사는 이 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왜죠!). 그래도 좋은 기사들이 많다. 내가 보기에 제일 잘 쓴 건 '사람이 버린 강아지, 사람 보고 환히 웃었다'라는 제목의 꼭지인데, 기자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나서 쓴 거다. 나는 애완동물을 비롯해 동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므로 이 꼭지에 등장하는 강아지들 이야기가 나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고, 그냥 그 글의 구조가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바람직했다.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 .. 2022. 9. 12. [책 감상/책 추천] Taylor Jenkins Reid(테일러 젠킨스 리드), <The Seven Husbands of Evelyn Hugo(에블린 휴고의 일곱 명의 남편들)> [책 감상/책 추천] Taylor Jenkins Reid(테일러 젠킨스 리드), ⚠️ 이 서평은 Taylor Jenkins Reid(테일러 젠킨스 리드)의 의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목부터 압도되는 느낌이다. 이라고? '에블린 휴고는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결혼을 일곱 번이나 해서 남편을 일곱 명이나 둔 거야?' 싶다. 에블린 휴고는 1950년대 할리우드, 소위 '할리우드의 황금기'에 육감적인 몸매와 수많은 염문으로 할리우드를 달구었던 여배우이다. 아, 물론 이건 소설이니까 에블린은 허구의 인물이다. 그녀의 삶은 여덟 번이나 결혼을 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나 자신의 삶 이야기를 저널리스트를 통해 전기로 탈바꿈시킨 에바 가드너(Ava Gardner), 또는 대중.. 2022. 9. 9. [책 감상/책 추천] 다키자와 슈이치, <아니, 이 쓰레기는 뭐지?> [책 감상/책 추천] 다키자와 슈이치,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지난 며칠간 내가 떠올려 본 질문이다. 이 질문을 시작한 것은, 일본의 코미디언이자 청소부 일을 하는 다키자와 슈이치가 쓴 라는 에세이를 읽으면서였다. 저자는 코미디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입이 충분하지 않아 생계를 위해 쓰레기 청소부 일을 시작한다. 그것이 6년 전. 베테랑 청소부가 된 그는 이제 그간의 경험을 소개해 주는데, 이 책은 단순히 '이러이러한 놀라운 에피소드가 있었답니다'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타인에게 어떤 생각할 거리나 배울 것을 주며, 또한 사회적인 면에 대한 나름대로의 비평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나름대로의 '좋은 책'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이렇다. 청소부인 저자는 여.. 2022. 9. 7. [책 감상/책 추천] 제나 매카시, <우아하게 나이들 줄 알았더니> [책 감상/책 추천] 제나 매카시, 중년 여성의 솔직한 에세이. 이렇게 간단히 책 소개를 하면서 벌써부터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실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책 겉표지에도 쓰여 있듯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에 '와, 재미있겠다!'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다시 시작해 보자. '진짜 재미있고 공감되는 에세이' 정도면 어떨까. 그러면 좀 더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내 말솜씨로는 안 될 거 같으니 그냥 저자의 말 중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웃긴 부분을 몇 군데 보여 드리겠다. 여러분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그게 더 나을 것 같다. 살면서 그만큼 공포에 얼어붙었던 적이 없다. 점잖은 눈썹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서 3센티미터나 벗어.. 2022. 9. 5.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 9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