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서555 [책 감상/책 추천] 매튜 룬, <픽사 스토리텔링> [책 감상/책 추천] 매튜 룬, 책의 띠지에도 적혀 있듯이, 픽사에서 20년간 스토리 제작에 관여한 '스토리 전문가'가 스토리텔링의 법칙을 알려 준다. 그 법칙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나는 이 스토리텔링의 법칙이 구체적으로 어떤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출판사가 제공한 요약 자료로 대체하겠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이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스토리의 힘과 '진정성'에 대해 강한 믿음이 있다고 느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주의사항이 있다. 앞부분에서 언급한 스토리텔링의 기본 법칙들을 아무리 잘 지켜도 스토리에 진심이 없으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힘은 발휘되지 않는다. 냉정히 말하자면, 스토리텔러의 진심이 담기지 않은 스토리는.. 2022. 5. 16. [책 감상/책 추천] 박서련,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책 감상/책 추천] 박서련, 난 원래 현대 한국 소설은 잘 안 읽는. 그런데 이건 두어 군데의 뉴스레터에서 추천받아서 흥미로웠고, 그래서 한번 미리 보기로 조금 보다가 재미있어서 사서 읽었다. 종이책 기준으로 208쪽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이라 아마 하룻밤 시간 내서 집중할 수 있으면 바로 앉은 자리에서 끝낼 수도 있을 듯하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앞부분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나'는 다리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석 달쯤 전에 새 냉장고를 구입했는데,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그 할부금을 갚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자가 죽음을 고민하는 사이, 갑자기 택시를 타고 나타난 흰 옷 차림의 여자. 그 여자는 화자에게 죽지 말.. 2022. 5. 13. [책 감상/책 추천] 사이토 미나코, <요술봉과 분홍 제복> [책 감상/책 추천] 사이토 미나코, 부터 헬렌 켈러 위인전까지, 다양한 일본 매체에 등장하는 '홍일점' 캐릭터들의 분석을 통해 왜곡된 성역할을 지적하는 책이다. 신기하게도 이 책은 1998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는데, 지금 봐도 무리 없을 정도로 거의 다 들어맞는다. 그만큼 매체 속 여성이 묘사되는 방식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만. 어쨌거나 그 덕분에 현재 20-40대인 독자라면 '그래그래, 맞아, 이 캐릭터는 이렇게 그려졌지' 하며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시작하며'에서 이 책의 목표를 이렇게 정리했다. (...)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다. '다수의 남성과 소수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핑크레인저와 나이팅게일은 동급이 되고 만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홍일점을 중심으로 .. 2022. 5. 9. [책 감상/책 추천] 미켈라 무르지아, <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 [책 감상/책 추천] 미켈라 무르지아, 때로 '위 아 더 월드'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한 이 책이 이탈리아인 저자에 의해, 이탈리아 상황에 맞게 쓰였으나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도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상에 참 왜 이런 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인가, 약간 한탄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책은 맞는 말 대잔치이다. 읽으면서 '그렇지!' 하고 무릎을 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예컨대 이런 것들. 물론 현실에 안주하는 방법도 있다. 웃으면서 고분고분 "네."라고 말하는 착한 여자아이는 가부장제에서 항상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이다. "이건 별로예요."라고 말해 명예로운 자리를 포기한다면 고난의 길로 들어서는데, 과거에 누군가는 여성들을 위해 .. 2022. 5. 6. [책 감상/책 추천] 허새로미,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책 감상/책 추천] 허새로미, 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바이링구얼(bilingual)'인 저자가 한국어를 다시 돌아보는 글이다. 모국어라서 너무 익숙해져 버린 한국어의 특징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이 책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또 책이 길지 않아서) 한 1시간 만에 뚝딱 읽었다. 정말 놀라운 책이다. 저자가 미국 대학원에 유학을 갔을 때 집도 구하지 못하고 데려간 황구(강아지 이름)와 추위에 덜덜 떨며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할 때 "어떻게 돼가요?"라는 말 한마디에 언어가 갑자기 봇물처럼 터져나온 경험이 이 책의 첫 꼭지이다. 이것도 물론 감동적이지만, 나는 한국어의 특징 또는 함정(부정적인 특징)을 짚어보는 꼭지들이 더 좋았다. 예컨대 이런 것들. 한국의 국적기 항공사.. 2022. 5. 2. [책 감상/책 추천] 박선희, <아무튼, 싸이월드> [책 감상/책 추천] 박선희, 지난 번 가 깊이 있는 진지한, 그리고 긴 책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쉬어 가는 의미에서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게 이것인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ㅎㅎㅎ 싸이월드가 최근 (2022년 4월) 다시 오픈했다는 뉴스에 싸이월드에 급히 접속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상당수 기능이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미흡하다고 하는데, 이참에 싸이월드에 대한 이 책을 읽고 싸이월드 시절을 추억하며 기다리는 건 어떨까. 싸이월드가 망했다는 소식에 느낀 감정은 각자가 보낸 그 시절의 질감만큼이나 다양했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이었다. 순진하게 충격 같은 걸 받기엔 지금껏 너무 많은 웹 플랫폼의 명멸()을 지켜봐왔다. 한반도 '덕후'들의 뿌리가 된 .. 2022. 4. 29. 이전 1 ··· 39 40 41 42 43 44 45 ··· 9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