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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문155

[책 감상/책 추천] 릴리아 아센, <파노라마> [책 감상/책 추천] 릴리아 아센, 2050년쯤, 프랑스인들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비밀과 사생활을 가능케 하는 불투명한 벽을 싹 다 없애고 투명한 건물들을 지어 살게 된다는 미친 설정으로 시작하는 소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에세이 와 를 쓴 곽미성이 번역했다. 솔직히 이분 덕분에 알게 되고 읽은 책인데, 음, 결론부터 놓고 말하자면, 앞에서 말한 얼처구니없이 과감한 설정이 흥미를 돋우긴 했으나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갈수록 그래서 범인이 누구고 사연이 어떻게 된 건지 별로 안 궁금할 정도로 재미가 없어졌다. 그래도 줄거리를 좀 풀어 보자면 이렇다. 2029년, 쥘리앙 곰스라는 인플루언서가 어릴 적 자기를 성폭행한 삼촌에 대한 진실을 폭로한다. 그는 삼촌이 어린 자신을 성폭행함으로써 자기 삶을 짓밟았다.. 2026. 5. 6.
[책 감상/책 추천] 류즈위, <여신 뷔페> [책 감상/책 추천] 류즈위, 대만 작가 류즈위의 단편소설집. 여덟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모두 대만의 여성들 이야기이다. 앞에 실린 소설에 나온 인물이 후에 다른 작품에서 언급되고, 앞에서는 몰랐던 사실을 뒤에서 암시하기도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제목인 ‘여성 뷔페’는 여성이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취한다는 백래시 표현인 ‘여권 뷔페’를 비튼 것이다. 처음에 나는 ‘여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들도 남성들에게 소비되는 대상이라는 점을 꼬집는 말인 줄 알았다(근데 그럴듯하게 들리지 않나?). 어쨌거나 이 소설에도 진짜 여신들이 등장한다. 첫 번째 작품 는 달에 사는 선녀 항아가 현대 대만에서 살아가며 겪는 고난을 그린다. 항아는 달.. 2026. 5. 4.
[책 감상/책 추천] 희정, <죽은 다음> [책 감상/책 추천] 희정,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라고들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 대신 인생을 살아 줄 수 없고, 결국엔 내가 아닌 타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어떨까? 우리가 죽으면, 그때도 혼자일까? 노련한 인터뷰어로 많은 이들을 인터뷰해 논픽션을 써 온 작가 희정이 이번에는 장례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뿐 아니라, 본인도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노동하면서 직접 경험해 보았다. 그래서 더욱 생생할 뿐 아니라 통찰도 깊다. 아래 인용문들이 내가 방금 언급한, 죽음은 혼자일 수 없다는 통찰을 보여 준다.그러니 사람은 말기 암을 선고받고도 다음 날 출근을 하고, 메일을 열어 거래처와 일정 조율을 하고, 장을 보고 밥을 하고, .. 2026. 4. 27.
[책 감상/책 추천] 정지음, <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 [책 감상/책 추천] 정지음, 내가 사랑하는 정지음 작가(, , , )의 신작.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글쓰기에 관한 에세이이다. 아주 솔직하게 평하자면, 글쓰기에 관해 나름대로 팁을 주고 ‘이렇게 한번 해 보세요’ 하고 제안하는 부분은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자신의 경험을 풀어 놓는 부분은 공감할 만하고 재미있다. 그러니까, 1장 ‘우리 모두 글 쓰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와 2장 ‘마음에서 종이까지 이르는 방법’은 약간 옛날 (근데 이거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에서 실제 형사분들이 어색하게 대사를 치는 걸 보는 느낌이다. 저자가 최선을 다해 글쓰기에 관해 도움을 주려고 하는 마음은 깊이 느껴진다만, 어째 약간… 연기가 익숙하지 않은 연기자를 보는 것 같달까… 교과서적인 멘트라고 해서 진심이.. 2026. 4. 17.
[책 감상/책 추천] 에리카 산체스, <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책 감상/책 추천] 에리카 산체스, 멕시코계 미국인 유색 인종 여성 작가의 전기적 에세이. 이런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나는 정말 글쓰기에는 ‘쓰지 말아야 할’ 한계나 남들이 ‘읽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금기 따위는 없다는 진실을 실감한다. 이 에세이는 전반적으로 저자의 전기라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솔직하고 대담하다.라는 원제의 책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이라는 제목과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달게 되었다. 국내 제목만 보면 고통으로 망가지는 영혼들의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이 에세이는 그렇지 않다. 저자는 멕시코 이주노동자의 딸, 젊은 유색인 여성, 양극성 장애 환자라는 세 가지 짐을 졌지만 그것으로 쓰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에서 힘을 찾는다.. 2026. 4. 15.
[책 감상/책 추천] 전성진, <몸을 두고 왔나 봐> [책 감상/책 추천] 전성진, 내가 재미있게 잘 읽은 의 작가 전성진의 에세이. 그는 2023년 5월, 베를린의 볼더링 스튜디오에서 추락해 왼쪽 팔꿈치 인대 두 개나 파열되고, 왼쪽 발목이 삼중 골절됐다. “태어나서 느낀 적 없는” 통증을 느끼는 와중에도 그는 농담을 떠올렸다. “나중에 말하면 웃길 이야기와 우스운 장면을.” 이것은 다친 이야기, 아픈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안에서 웃음을 찾고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에세이다. 웃긴 얘기는 웃긴 얘기인데 슬프고 웃기다. 일단 저자의 가족 이야기가 그러하다.내가 찾은 ‘웃긴 이야기’를 몇 개 말해주겠다.첫 번째 이야기. 엄마는 자꾸 같이 죽자고 하면서 식칼을 예쁜 쟁반에 담아 가져온다. 어차피 죽을 생각이면 다 필요 없는 일인데 엄마는.. 2026.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