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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4

[책 감상/책 추천] 레베카 하디먼, <83년째 농담 중인 고가티 할머니> [책 감상/책 추천] 레베카 하디먼,   잃을 게 없어서 겁도 없는 할머니가 주인공인 소설. 넓은 폭의 독자를 사로잡을 만하다. 책 표지 띠지에 ‘맨정신으로 보다가도 어느새 킬킬거리게 되는 재치와 입담 속으로’라고 되어 있는데, 그 말이 정말 꼭 맞는다. 어떤 종류의 재미냐고 묻는다면, 표현이 재미있달까. 그 예는 잠시 후, 일단 줄거리와 등장인물 소개부터 하고 보여드리겠다.제목에 등장하는 ‘83년째 농담 중인 고가티 할머니’는 밀리 고가티이다. 밀리는 어느 날 가게에서 물건을 슬쩍하다가 들키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들 케빈은 밀리에게 가정부를 들여 도움(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감시)을 받지 않는다면 요양원에 보내겠다고 협박한다. 어쩔 수 없이 미국인 가정부 실비아를 들이게 된 밀리. 미국인 특유의 천.. 2024. 10. 23.
[책 감상/책 추천] 존 발리, <엔터를 누르세요■> [책 감상/책 추천] 존 발리,   SF 전문 출판사 ‘아작’에서 낸 SF 소설가 존 발리의 소설. 종이책 기준으로 184쪽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인데 앞에 저자의 에세이 같은 게 짧게 실려 있으므로 본편은 그보다 더 짧다. ‘조용히 살던 한 남자가 갑자기 전화가 울려서 옆집에 가 봤더니 그 집 주인은 죽어 있고 컴퓨터에 알쏭달쏭한 글귀가 남아 있다’라는 게 극초반의 줄거리이다. 다음 인용문을 보시라. 이거 엄청 흥미로워 보이지 않습니까!“이것은 녹음된 소리입니다. 메시지가 완료될 때까지 전화를 끊지 마세요. 이 전화는 옆집 찰스 클루지의 집에서 걸었습니다. 10분마다 반복해서 전화가 갈 것입니다. 클루지 씨는 자신이 좋은 이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미리 사과합니다. 클.. 2024. 10. 14.
[책 감상/책 추천] Sierra Greer, <Annie Bot> [책 감상/책 추천] Sierra Greer,  SF 소설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이 보자마자 탈락시킨다는 소재가 있다. 바로 ‘섹스 로봇’이다(출처). 배명훈 작가는 “특별히 역할이 있거나 내용상 꼭 필요한 장면도 아닌데, 그냥 익숙한 미래의 풍경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 로봇 이야기를 집어넣은 글이 예심 기간 읽은 응모작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읽고선 소설을 쓴다는 사람들이 어쩜 그렇게 상상력이 빈약한지, 미래니까 성욕을 처리해 줄 ‘여성형’ 로봇은 반드시 있겠거니 생각하고 그걸 소설에 집어넣는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이 소설은 바로 그 흔하디 흔한 여성형 섹스 로봇의 시점에서 진행된다.다시 한 번 배명훈 작가의 말을 인용해 보자. “’로봇은 인.. 2024. 10. 9.
[책 감상/책 추천] 개브리얼 제빈, <비바, 제인> [책 감상/책 추천] 개브리얼 제빈,   내가 사랑하는 개브리얼 제빈의 소설. 시간상으로 따지면 보다 이전에 나왔다. 이 소설은 하원의원 에런 레빈과 사랑에 빠져 스캔들이 난 젊은 인턴 아비바 그로스먼을 중심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레이철(아비바의 엄마), 루비(아비바의 딸), 엠베스(레빈의 아내), 그리고 아비바/제인 본인 이렇게 네 명의 여성의 관점으로 들려준다.방금 요약했듯, 이 이야기의 핵심은 아비바와 레빈의 스캔들이다. 아비바는 정치 쪽으로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싶었고, 엄마 레이철의 연줄을 이용해 같은 시의 하원의원인 레빈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다. 무급 인턴이라 딱히 엄청 큰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우연히 레빈과 직접 만나게 되고 잘생기고 매력적인 레빈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레빈은 .. 2024. 10. 7.
[책 감상/책 추천] Hannah Nicole Maehrer, <Assistant to the Villain> [책 감상/책 추천] Hannah Nicole Maehrer, 로맨스 작가 해나 니콜 매어는 틱톡에서 ‘내가 만약 도덕적으로 모호한(morally grey, 즉 악하다고도, 선하다고도 할 수 없는) 악당의 비서라면?’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짧은 틱톡 영상을 만들었다. ‘햇살캐’라고 할 수 있는, 밝고 명랑하지만 누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알아차리는 눈치는 없는 여주가 악당의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라인을 가진 이 틱톡 영상들은 대박을 터뜨렸다. 팬들은 이 설정이 재미있다고 좋아했고, 매어는 이 설정을 가져다가 아예 책 하나를 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나온 게 이 소설이다. 이게 어찌나 인기가 있었는지 내가 읽은 1권 에 이어 최근에 2권 까지 나왔다. 틱톡에서 인기 있다고 유명해져서 .. 2024. 9. 18.
[책 감상/책 추천] 할란 엘리슨,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비명을 질러야 한다> [책 감상/책 추천] 할란 엘리슨,   SF/판타지 소설의 대부이자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할란 엘리슨의 작품집 중 두 번째 편. SF 전문 출판사인 아작에서 , , 그리고 이렇게 세 권으로 나왔다. 각각 할란 엘리슨의 단편소설을 일고여덟 편씩 담고 있다. 나는 두 번째 권의 표제작이기도 한 가 제일 궁금했으므로 이 두 번째 권부터 읽었다. 어차피 작가가 써서 발표한 시간 순서대로 담긴 것도 아니어서 무엇부터 읽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을 때 아주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정보 이외에는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해 이게 무슨 내용인지를 파악해 나가면서 즐기는 스타일인데, 책 소개에서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읽어 보세요’라고 할 수는 없으니 아주 간략하게 각 단편소설의 내용을 요약해.. 2024.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