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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70

[책 감상/책 추천] 도대체, <뭐라고? 마감하느라 안 들렸어> [책 감상/책 추천] 도대체, ‘행복한 고구마' 만화(클릭)로 유명해진 도대체 작가의 일상 에세이. 이 저자의 전작 도 흐뭇하고 재미있게 잘 읽었기에, 전자 도서관에서 뭐 읽을 책 없나 뒤적거리다 이걸 발견하고 바로 빌렸다. 저자가 작가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짧은 에세이와 만화로 표현했는데, 가벼우면서도 포근하고 따뜻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한 1시간 정도에 끝낸 거 같다. 소소하지만 미소를 짓게 하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부드러운 힘’이란 이런 거구나 느끼게 된다. 매주 마감에 치이면서도 시간을 내서 친구를 만나는 것, 마감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아 울면서 작업을 하면서도 실제로 마감을 펑크 내지는 않는 것,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망한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니 새삼스럽.. 2022. 10. 23.
[책 감상/책 추천] 권김현영, <여자들의 사회> 올해 8월 말에 ‘스트릿 맨 파이터(스맨파)’ 제작 발표회에서 CP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와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출처). ​“여자 댄서들과 남자 댄서들의 서바이벌이 다르다. 여자 댄서들의 서바이벌에는 질투, 욕심이 있었다면 남자 댄서들은 의리와 자존심이 자주 보였다.” 이게 2022년에 공적인 자리에서 할 말인지. 여자들이 같은 여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면서 그저 단순히 ‘여자들은 이럴 거야’ 하고 공상(소위 ‘뇌피셜’)으로 프레임을 짜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자존심하고 의리 좋아하네. 그놈의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헛소리는 하도 써먹어서 닳아 없어지지 않았나? 이치는 여자들을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에게 필요한 게 바로 이 .. 2022. 10. 17.
[책 감상/책 추천] 지비원, <왜 읽을 수 없는가> [책 감상/책 추천] 지비원, 최근 '심심한 사과의 말씀' 논란이나 '사흘' 논란으로 인해 (이 논란들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여기를 클릭) 요즘 세대의 문해력에 대한 탄식과 비판이 많이 나왔다. 많은 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기본적인 단어도 모르냐', '모르는 것 자체도 모르지만 모르는 것을 배우려고 하지 않고 뻔뻔하게 왜 어려운 말을 쓰냐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게 더 문제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다 맞는 말이고 다 공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이해시키고 싶다면 어떡해야 할까? 상대방에게 문해력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이해시켜야 한다면? 이런 질문에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지비원의 라는 책을 추천받게 되었다(글 하단 링크 참조). 저자는 주로 일본어 인문교양서를 만드는 편집자 겸 번역가이다... 2022. 9. 21.
[책 감상/책 추천] 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책 감상/책 추천] 박상영, 재미있고 짠하다. 분명 엄청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마음이 찡해져서 '저런...'을 연발하며 읽었다. 분명 시작할 땐 이렇게 빵빵 터졌는데! 세상에 출근보다 더 싫은 게 존재할까? 다들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서른몇 해를 살아본 결과 이보다 더 싫은 건 없었다. 채근하듯 울려대는 알람을 끄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욕부터 튀어나온다. 10년 전에 라식수술을 한 뒤로는 아침마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안구건조를 느끼기 때문에, 감은 눈으로 침대 옆 협탁을 더듬어 인공누액부터 찾아 넣는다. 텔레비전 교양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피부과 전문의의 말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대부분은 지성 피부이며 자신이 지성인 걸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하던데, 아침에.. 2022. 9. 16.
[책 감상/책 추천] 남형도,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책 감상/책 추천] 남형도, '남기자의 체헐리즘'은 많은 이들이 이미 잘 알 것이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직접 체험해 보고 쓴 기사가 웃기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것을 나도 보았으니까. 그 기사들이 모여서 책으로 나왔다. 안타깝게도 그 브라질리언 왁싱 기사는 이 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왜죠!). 그래도 좋은 기사들이 많다. 내가 보기에 제일 잘 쓴 건 '사람이 버린 강아지, 사람 보고 환히 웃었다'라는 제목의 꼭지인데, 기자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나서 쓴 거다. 나는 애완동물을 비롯해 동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므로 이 꼭지에 등장하는 강아지들 이야기가 나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고, 그냥 그 글의 구조가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바람직했다.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 .. 2022. 9. 12.
[책 감상/책 추천] 다키자와 슈이치, <아니, 이 쓰레기는 뭐지?> [책 감상/책 추천] 다키자와 슈이치,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지난 며칠간 내가 떠올려 본 질문이다. 이 질문을 시작한 것은, 일본의 코미디언이자 청소부 일을 하는 다키자와 슈이치가 쓴 라는 에세이를 읽으면서였다. 저자는 코미디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입이 충분하지 않아 생계를 위해 쓰레기 청소부 일을 시작한다. 그것이 6년 전. 베테랑 청소부가 된 그는 이제 그간의 경험을 소개해 주는데, 이 책은 단순히 '이러이러한 놀라운 에피소드가 있었답니다'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타인에게 어떤 생각할 거리나 배울 것을 주며, 또한 사회적인 면에 대한 나름대로의 비평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나름대로의 '좋은 책'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이렇다. 청소부인 저자는 여.. 2022.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