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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57

[책 감상/책 추천] 이다혜, <조식: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책 감상/책 추천] 이다혜, 뭐 재밌는 거 없을까 하고 리디북스를 돌아다니다 '띵 시리즈'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이다혜의 맨 앞, 편집자의 글에 이 시리즈의 의도가 잘 설명돼 있다. 잘 먹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 이상으로 삶의 커다란 행복이 되었습니다. 살다가 때때로 마주하는 '띵' 하는 순간! 머리가 띵 하고, 배 속이 띵하고, 그 무엇보다 마음이 띵 하는, 바로 그때! 그렇게 온몸을 찌르르르 통과하는 기쁘고 노엽고 슬프고 즐거운 삶의 장면마다 우리는 음식과 함께해왔습니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쨍하게 시원한 냉면 국물을 쭉 들이켜 가슴에 맺힌 화를 식히고, 입안이 얼얼하도록 매콤한 음식 한 젓가락에 지옥의 문턱을 밟았다가,.. 2021. 5. 10.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아무튼, 언니>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신권을 읽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세상 모든 언니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 공감이 담뿍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친언니뿐만 아니라, 경찰학교에서 만난 동료 여경 언니들, 그리고 경찰 생활을 하며 만난 여성 피해자들까지도 '언니'로 부르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그 안에서 여성주의적 자매애가 피어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경찰학교라는 곳은 전국 여경이 모두 모이는 곳이니 여중이나 여고처럼 여성들이 우정을 다지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교 첫날, 강당에 모인 우리는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짧게마나 나누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들어온 사람, 명문대를.. 2021. 4. 7.
[책 감상/책 추천] 고이즈미 요시히로, <부처와 돼지> [책 감상/책 추천] 고이즈미 요시히로, 고이즈미 요시히로의 삼부작은 1권 , 2권 , 3권 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이 정식 번역되어 출간되기 전부터 국내에도 이 책을 좋아하는 팬들이 무척 많았던 모양이다. 뜨거운 요청에 따라 신장판으로 출간됐다고 하는 걸 보면. 나는 리디셀렉트에 이 책이 있길래 그저 '재밌는 만화인가?' 하고 접근했는데, 와, 정말 엄청 깊다. 네 한 페이지에 최대 여덟 프레임밖에 안 들어가는 만화인데도 내용이 정말 심오하다. 예컨대 이런 거다. 안 맞는 사람에게는 '뭐야 지금, 말장난하자는 거야?' 하는 반응을 일으킬 법한데, 소위 마음 공부라는 것을 조금 해 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말로 잘 풀어서 설명하라고 하면 딱 이러.. 2020. 12. 14.
[책 감상/책 추천] 김신회, <아무튼, 여름> [책 감상/책 추천] 김신회,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에 또 신작이 나왔길래 한번 살펴보았다. 종이 책으로는 172쪽, 내 이북 리더 설정으로는 107쪽밖에 안 되어서 정말 후루룩 다 읽었다. 이 책의 주제는 '여름'이다. 나도 여름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이렇게 책을 낼 정도는 아니고 그만한 이야깃거리도 없어서 그저 저자가 참 놀라웠다. 의 OST인, 히사이시 조의 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고 여름과 관련된 추억이 많은지를 보여 준다. 내게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 그 추억만큼 나를 키운 것이다.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 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 2020. 11. 23.
[책 감상/책 추천] 박준형, <오늘도 쾌변> [책 감상/책 추천] 박준형, 굉장한 사명감 또는 큰 꿈, 열정을 가지고 변호사가 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생계형' 변호사가 되어 서초동을 떠돌고 있는 한 변호사의 에세이. 여태까지 나는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점, 또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를 떠나) 정의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변호사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봐 왔다. TV라든가 영화 등을 통해서. 때로는 실제로 그러한 목적으로 변호사가 된 실제 변호사들의 책을 읽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고귀한 직업 정신 또는 희생 정신을 가지고 현재의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 터이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직업을 고른 걸 수도 있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일이라도 먹고살기 위해서.. 2020. 11. 13.
[책 감상/책 추천] 서귤, <회사 밥맛> [책 감상/책 추천] 서귤, 와 씨, 너무 재밌고 귀엽다. 7년차 직장인 서 대리의 회사 에세이인데, 특이하게도 그냥 회사 얘기뿐 아니라 먹는 얘기도 담겼다. 와 가 만난 듯한 느낌? 예컨대, 서 대리의 출입증을 빌려서 그날 점심을 두 번이나 먹은 모 과장이 팀장에게 대차게 까이는 모습을 본 날의 메뉴는, 그날 과장이 먹은 짜파게티라는 식이다. 어떻게 글로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사건이 일어나는 날과 그날 먹은 메뉴를 연결지을 생각을 다 했을까? 정말 너무 천재적이라 감탄스럽다. 게다가 맛 묘사는 어쩜 이렇게 기가 막히게 하는지. 먹는 얘기가 나오니까 당연히 그 맛도 묘사를 잘해야 하는 게 맞는 거긴 한데, 나처럼 입맛도 무던하고 별로 까다롭지 않은 사람은 미묘한 맛을 구분 못해서 그런가, 묘사도 잘 못하.. 2020.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