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170

[책 감상/책 추천] 최지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 감상/책 추천] 최지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18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 저자 역시 딩크(Double Income, No Kids;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족으로 살고 있는 여성이라서, 그들과 완전히 다른 시야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같은 관점을 바라보기에 나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가 있는 사람, 그것도 남성이었다면 아마 이들을 현재 저자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터뷰 모음집은 정말 안 좋아하는데 (그냥 취향이 아니다), 이 책은 아주 명확한 주제로, 명확한 공통점을 가진 인터뷰이들을 인터뷰했기에 그냥 저자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쓰였다. 인터뷰이들의 대답을 한 명 한 명 각각 보여 주는 게 .. 2023. 10. 11.
[책 감상/책 추천] 다지마 요코,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배> [책 감상/책 추천] 다지마 요코, 최근 영화 (2023)가 흥행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관한 평을 공유했다. 개중에 내가 보기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 하나는 (지금 원글은 삭제되고 없는데) ‘바비 후기: 이 영화를 단순히 탈코르셋으로 해석하면 필패한다’라는 글이었다. 이 글은 어떤 의미에서는 나에게 오늘 후기의 주인공인 이 책을 읽도록 준비해 주었는데, 이 책의 제목으로 요약될 수 있는 중요한 콘셉트를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다지마 요코는 일본의 영문학자이자 저명한 페미니스트이다. 그녀는 여성의 처지를 갤리선의 노예에 비유한다. 태초에 남성은 남성끼리, 여성은 여성끼리 살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남성은 임신에 얽매이지 않으므로 활동이 자유롭고 벌이도 많아서 재산을 축적할 수 있다. 재.. 2023. 10. 9.
[책 감상/책 추천] 마키부로(원작), 무라사키 마이(그림), <악역 영애 안의 사람>(라노벨) / 마키부로(원작), 시라우메 나즈나(글, 그림), <악역 영애 안의 사람>(만화) [책 감상/책 추천] 마키부로(원작), 무라사키 마이(그림), (라노벨) / 마키부로(원작), 시라우메 나즈나(글, 그림), (만화) ⚠️ 아래 독서 후기는 마키부로가 쓴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에미라는 평범한 대학생이 ‘별의 소녀와 구세의 기사’라는 여성향 RPG 게임 속 악역인 레밀리아의 어린 시절에 빙의한다. 에미는 레밀리아가 부모에게나 다른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기에 남주인공 윌리어드에게 집착하고 결국 악역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기에 레밀리아를 불쌍하게 여겼고,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진짜로 레밀리아에 빙의하게 되자, 에미는 자신(레밀리아)의 주변 인물들을 모두 힘껏 도와 그들의 사랑과 신뢰를 얻는다. 이는 에미가 단순히 게임에 관한 .. 2023. 10. 6.
[월말 결산] 2023년 9월에 읽은 책들 [월말 결산] 2023년 9월에 읽은 책들 2023년 9월에 읽은 책들 2023년 9월에 읽은 책들은 총 11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에밀리 헨리, ⭐️⭐️⭐️ 10년간 여름마다 같이 여행을 다녀 온 두 남사친/여사친들이 서로를 향한 감정을 인정하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재미는 있지만, 너무나 서구 위주라 유교걸/유교보이들은 ‘아니, 세상에 저런 친구가 어디 있어요?’ 하고 혼란스러워질지도 모른다. 듀나 외 8인, ⭐️⭐️ 듀나 외 8인의 비평가, 교수, 작가 들이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 2023. 9. 29.
[책 감상/책 추천] 황선우, 김혼비,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책 감상/책 추천] 황선우, 김혼비, 가족이나 친구 등 친한 사이라면, 그들만이 아는 농담(in joke)이 있게 마련이다. 두 사람 또는 그 집단이 경험한 일과 관련돼 있어서, 상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야만 이해하거나 웃을 수 있는 그런 농담 말이다. 나는 그런 것이 친근한 사이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그런 것이 저절로 쌓여서, 일종의 ‘추억 팔이’만으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때가 오는데, 나는 그런 것이 퍽 좋다. 이 책은 의 황선우 작가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과 의 김혼비 작가가 1년여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것이다. 요즘은 서간체 소설도 잘 보지 않아서 남의 편지를 읽는다는 점에 조금 설렜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쓴 건 뭐든 다 기대하는 마.. 2023. 9. 22.
[책 감상/책 추천] 정희재, <아무튼, 잠> [책 감상/책 추천] 정희재, 잠은 누구나 자는 것이지만 잠과 관련한 특별한 이야기가 많아서 책까지 한 권 쓰는 사람은 드물다. 의 저자는 바로 그렇게 드문 사람들 중 하나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잠을 참 열심히 잤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아무래도 삶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예전만큼 쉽게 잠들기가 어려워서 ‘수면 위생’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등, 잠을 잘 자려고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첫 번째 꼭지 ‘잠에 진십입니다’에 저자가 쓴 이 문단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침대로 귀환은 보상이다. 오늘 하루 ‘나’로 분투하며 잘 살았다는 인정이다. 일과를 잘 보내고 떳떳하게 고요한 잠, 거룩한 잠, 어둠에 묻힌 잠을 영접할 것이다. 의식에 차양을 내리고 고치처럼 몸을 만 채. 그러면 이 삶은 다시.. 2023.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