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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08

[책 감상/책 추천] 폴 블룸, <최선의 고통> [책 감상/책 추천] 폴 블룸, 사람들은 자의로 고통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쫄보라서 공포 영화를 보지 않는데, 어떤 사람들은 공포 영화가 무서울수록 더 짜릿하고 재미있다고들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많은 한국인들이 여기 해당할 텐데) 매운 음식을 즐긴다. 사실 맵다는 건 맛이라기보다는 통각, 그러니까 고통에 가까운데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힘겨운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고,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오르며, 전쟁터에 자원입대하고, 타인을 돕는 일에 평생을 헌신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이 사람들은 전부 마조히스트인 걸까? 그렇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이자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폴 블룸은 인간이 ‘고통’과 ‘쾌락’ 사이 최적의.. 2023. 5. 8.
[책 감상/책 추천] 오구니 시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책 감상/책 추천] 오구니 시로, 매년 9월 21일은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라고 한다(알츠하이머 병은 흔히 치매(癡呆)라고 하지만 ‘어리석고 미련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병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여기)도 있다). 한 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5천 5백만 명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알츠하이머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이기도 하는, 삶의 일부나 마찬가지인 병이다. 혹시 일본에서 열린 ‘주문을 틀리는 레스토랑’에 대한 기사를 보셨는지? 아니면 KBS에서 이 콘셉트를 가져와 만든 교양 프로그램 ‘주문을 잊은 음식점’을 보셨을지도 모르겠다(아래 링크 참고).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은 2017년 6월 초여름의 도쿄에서 좌석 수 열두 개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최초로 열린 시.. 2023. 5. 5.
[책 감상/책 추천] 도우리,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책 감상/책 추천] 도우리,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서 우리 사회가 가진 ‘중독 문화’를 분석했다. 분석의 대상이 된 우리 사회의 단면은 총 9가지, 즉 갓생, 배민맛, 방 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앱, 그리고 ‘좋아요’이다. 요즘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라면 무엇인지 다 익숙할 키워드들이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것을 통해 깨달은 것도 분명 있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저자가 각 주제와 관련된 서적과 논문까지 참고하여 풍부한 통찰을 제공하기에 이 책은 무척 흥미롭고 감탄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갓생’이 추앙받는 요즘 문화를 다룬 1장 ‘갓생-어른 되기 어려워진 시대에 어른 되는 법’을 보자. 갓생(god+生)은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며 타의 모범이 되는.. 2023. 5. 3.
[월말 결산] 2023년 4월에 읽은 책들 [월말 결산] 2023년 4월에 읽은 책들 2023년 4월 읽은 책들 2023년 4월에 읽은 책들은 총 13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제시카 팬, : ⭐️⭐️⭐️⭐️ 수줍음을 타는 내향인(저자 말마따나 ‘신트로벌트(shintrovert; shy+introvert)’)인 저자가 일 년 동안 눈 딱 감고 미친 척 외향인이 되어 보려고 노력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 저자는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기, 무대에 오르기, 스탠드업 코미디, 동성 친구 사귀기, 즉흥 연기 등등 외향성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다.. 2023. 4. 30.
[책 감상/책 추천] 반병현, <코딩 하는 공익> ‘크롤러를 이용해 우체국 등기 우편을 자동으로 정리한’ 공익 근무 요원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뿐 아니라 대중매체에서도 잘 알려진 반병현 씨의 첫 에세이.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IgA 신증이라는 일종의 신장병을 앓고 있음에도 공익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그 정도면 충분히 면제를 받아도 되지 않나? 이에 대해 다른 이들도 많이 분노한 듯하다(책에도 나온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글 기저에 2년간 국가에 소속되어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 분노, 좌절, 슬픔이 깔려 있다. 공익 근무 요원은 최저시급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의 월급을 받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얼마나 경제적으로, 또한 정신적으로 힘들겠는가. 저자가 공익 시절 쓴 글에서.. 2022. 10. 28.
[책 감상/책 추천] 한승혜, <다정한 무관심> [책 감상/책 추천] 한승혜, 내가 호주에 와서 들은, 나에 대한 피드백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내가 사람들에게 곁을 잘 안 준다는 것이었다. 아니,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점이긴 한데, 내 남자 친구가 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내가 남에게 안부를 잘 안 묻는다는 거였다. “How are you?” “How’s it going?” 같은 것. 실제로 영어권에서는 상대방의 안부를 정말 자주 묻는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안부를 묻는 일 또는 과정 중에서 내가 제일 이해하기 힘든 건 이거다. 예컨대 내가 어떤 자리에서 한 학생을 만났으며, 나는 그가 저번주에 시험을 치렀다는 걸 안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분명히 그 사실을 아는데도 굳이 그 이야기를 하고.. 2022.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