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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113

[책 감상/책 추천] 크리스타 K. 토마슨, <악마와 함께 춤을> [책 감상/책 추천] 크리스타 K. 토마슨, 분노, 시기,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통제하고 없애려 하기보다는 삶의 일부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논픽션 책. 이미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으로 유명한 이 책을 굳이 내가 더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보겠다.저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불교, 스토익 학파, 몽테뉴, 루소, 울스턴크래프트 등의 학자들의 철학과 함께 살펴보며, 이것을 없애거나 생산적인 방법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뒤집는다. 부정적인 감정이 징그럽고 끈적끈적한 지렁이라고 한다면,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 즉 충만한 삶을 위해서는 이것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당연하다거나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삶에서 실천.. 2025. 8. 22.
[책 감상/책 추천] 김선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책 감상/책 추천] 김선지, 여태까지 예술사에서 잘 소개되지 않았던 여성 예술가들을 무려 21인이나 소개하는 책. 아예 여성 예술가들만 이렇게 많이 모아서 책을 낼 수 있다니 참 놀랍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미술사의 명저로 칭송받는 H. W. 잰슨의 도 초판에는 여성 화가의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곰브리치의 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지적을 받고 개정판에는 몇몇 여성 화가가 추가되었다. 여성 인물이 이룬 업적이 무시되는 게 미술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꼬라지는 볼 때마다 화딱지가 난다. 그래서 이 책을 골랐는데, 일단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다음과 같다. 여성 예술가들을 한번에 21인이나 알게 되어서 참으로 기쁘지만, 아무래도 한 명 한 명의 삶이나 작품을 구체적으로 깊이 파고들기.. 2025. 8. 20.
[책 감상/책 추천] 단요, <마녀가 되는 주문> [책 감상/책 추천] 단요, 내가 청소년 소설을 읽고 리뷰할 때마다 매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청소년이 예상 독자라고 해서 일부러 ‘쉽게’ 쓰거나 자신이 보기에 이상적인, 바람직한 청소년의 모습을 그 안에 많이 담는 작가는 청소년을 믿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 그럴 거면 도대체 왜 청소년을 위해 글을 쓰지? 이런 사람들은 그냥 차라리 성인들을 위해 글을 썼으면 좋겠다(청소년들을 내려다보듯 하는 관점을 가진 사람이 성인을 대상으로는 안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지만).그래서 나는 청소년 소설이라고는 해도 그런 게 ‘티’가 나지 않는 청소년 소설들을 좋아한다. 오늘 소개할 단요 작가의 같은 것. 분류는 알라딘, 교보문고 등지에서 청소년 소설로도 되어 있지만 성인 독자가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 2025. 8. 18.
[책 감상/책 추천] 김선미, <스티커> [책 감상/책 추천] 김선미, 이라는 청소년 소설계의 베스트셀러를 쓴 김선미 작가의 신작. 우리의 주인공 고등학생 장시루는 민속학자인 엄마가 출장지에서 가져온 궤짝에서 기이한 물건들을 발견한다. 스티커를 만들어 붙여 저주하는 방법이 쓰인 책, 핏빛 액체가 나오는 칠보 볼펜, 그리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촉감 좋은 돌멩이. 시루는 돌멩이에게 ‘~하지 마요’라고 할 때의 ‘마요’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저주 방법이 쓰인 책과 칠보 볼펜과 같이 자기 방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그 저주 책에 나온 방법대로 저주 스티커를 그려 만들어 다크웹에서 판매한다. 어느 날, 시루는 ‘친구가 체육 쌤 때문에 의식 불명이 되었으니 복수하고 싶다’라는 내용의 저주 의뢰를 받는데… 일단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 2025. 8. 15.
[책 감상/책 추천] 김고은, <어쩌다 유교걸> [책 감상/책 추천] 김고은,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동양 고전을 공부하는 20대 페미니스트 여성의 이야기. 여성이 ‘유교’ 공부를 한다고 하면 요즘 사람답지 않다는 시선을 받을 게 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유교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여성 혐오 문화에 기여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아닌가. 그는 스스로를 “유교걸”이라고, “노브라로 앞가슴이 훤히 트인 티셔츠를 입고 를 들고 다니는 여자, 또래 친구들이 스토킹 범죄로 스러져가는 걸 보고 분노하면서 음양을 공부하는 여자, 고리타분한 건 딱 질색이라면서 고전 텍스트를 읽는 여자,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예(禮)에 대해 말하는 여자”라고 말한다. 사실 내가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건, 저자가 그렇게 여성 혐오적이라고 여겨지는 동양.. 2025. 8. 13.
[책 감상/책 추천] 엘레나 페란테, <나의 눈부신 친구> [책 감상/책 추천] 엘레나 페란테, 내가 유행에 뒤처지는 타입이라는 것은 나도 기꺼이 인정하는 바이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내가 유행을 뒤늦게 따라잡는다 해도, 그 유행이었던 것이 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 비록 내가 (2014)를 개봉 1년이 지난 후에야 보고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엘사니 안나니 렛잇고니 하고 다녔구나’ 하긴 했어도, 적어도 나는 이 인기 있을 만한 영화라는 점은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엘레나 페란테의 는 도저히 모르겠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2016년에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올랐고, 205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 1위’와 가디언지가 선정한 ‘작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의 명예를 안았다. BBC도.. 2025.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