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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233

[책 감상/책 추천] 황선우, 김혼비,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책 감상/책 추천] 황선우, 김혼비, 가족이나 친구 등 친한 사이라면, 그들만이 아는 농담(in joke)이 있게 마련이다. 두 사람 또는 그 집단이 경험한 일과 관련돼 있어서, 상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야만 이해하거나 웃을 수 있는 그런 농담 말이다. 나는 그런 것이 친근한 사이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그런 것이 저절로 쌓여서, 일종의 ‘추억 팔이’만으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때가 오는데, 나는 그런 것이 퍽 좋다. 이 책은 의 황선우 작가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과 의 김혼비 작가가 1년여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것이다. 요즘은 서간체 소설도 잘 보지 않아서 남의 편지를 읽는다는 점에 조금 설렜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쓴 건 뭐든 다 기대하는 마.. 2023. 9. 22.
[책 감상/책 추천] 정희재, <아무튼, 잠> [책 감상/책 추천] 정희재, 잠은 누구나 자는 것이지만 잠과 관련한 특별한 이야기가 많아서 책까지 한 권 쓰는 사람은 드물다. 의 저자는 바로 그렇게 드문 사람들 중 하나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잠을 참 열심히 잤는데, 나이가 들어서는 아무래도 삶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예전만큼 쉽게 잠들기가 어려워서 ‘수면 위생’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등, 잠을 잘 자려고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첫 번째 꼭지 ‘잠에 진십입니다’에 저자가 쓴 이 문단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침대로 귀환은 보상이다. 오늘 하루 ‘나’로 분투하며 잘 살았다는 인정이다. 일과를 잘 보내고 떳떳하게 고요한 잠, 거룩한 잠, 어둠에 묻힌 잠을 영접할 것이다. 의식에 차양을 내리고 고치처럼 몸을 만 채. 그러면 이 삶은 다시.. 2023. 9. 18.
[책 감상/책 추천] 썩어라 수시생,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책 감상/책 추천] 썩어라 수시생, 오빠에게 별 생각 없이 노트북을 사 달라고 했는데 오빠가 의외로 선뜻 노트북을 사 줘서 어떻게 감사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피피티를 만들어 감사를 표현한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신 적 있으신지? (여기) 이 귀여운 일화를 그린 만화를 나도 인터넷에서 보고 흐뭇해한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바로 그 만화를 그린 작가의 만화를 모은 것이다. ‘썩어라 수시생’이라는 필명은 작가가 음악 대학 입시 때문에 힘들게 썩어가던 시절에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하며 울고 웃었던 이야기를 비롯한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만화를 그려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는데, 이게 인기를 얻어서 최근에는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나는 이 만화를 몰랐으나 밀리의 서재에서 이 책을 우연히.. 2023. 9. 15.
[책 감상/책 추천] 듀나 외 8인, <악인의 서사> [책 감상/책 추천] 듀나 외 8인, 최근, 트위터에서 시작해 인터넷에 널리 퍼진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말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런 논의를 이어가고자 이 책은 악인에게 서사를 주는 것에 관한 여러 작가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소설가부터 시작해 평론가, 편집자, 연구자, 번역가, 웹소설 작가들 등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나눴다. 소재 역시 한국 소설 속 살인자들, 나르시시스트, 범죄 논픽션, 서부극, 마녀, 모녀 서사, 웹소설, 악당 등으로, 각각이 아주 색달라서 무척 흥미를 끈다. 다만, 이 책의 독자를 도대체 누구로 상정하고 썼는지, 읽기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자 실망스러운 점이다. 책 소개에서 이미 ‘지금껏 악인의 서사에 관한 논쟁이 소셜미디.. 2023. 9. 13.
[책 감상/책 추천] 에밀리 헨리, <우리의 열 번째 여름> [책 감상/책 추천] 에밀리 헨리, ⚠️ 아래 독서 후기는 에밀리 헨리가 쓴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게 남사친이면 나는 남사친 없어.’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수십 번도 더 한 생각이다. 에밀리 헨리는 내가 예전에 읽고 후기를 쓴 의 작가인데, 이 책 역시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에게 추천받은 것이다. 리디 셀렉트에 올라와 있기에 읽어야지 하다가 드디어 마음을 내서 읽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신성한 우정을 기만하는 자들의 이야기라니! 차분하게 이야기해 보자. 일단 기본 줄거리는 이렇다. 파피는 이라는 여행 잡지에 다니며 고급스러운 여행기를 써내는 여행 작가인데, 그녀는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남자 사람 친구’ 알렉스와 매년 여름 여행을 가곤 했다. 알렉스로 말할 것 같으면, 파피와 같.. 2023. 9. 8.
[책 감상/책 추천] 권진영, <부부의 영수증> [책 감상/책 추천] 권진영, ‘확증 편향’은 이미 본인이 가진 신념과 비슷한, 또는 그것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과정이 바로 그러했다. 은 시골에서 (도시에서 살 때보다) 더 적은 돈을 쓰며 더 여유롭게 살고 싶었던 저자 부부가 남해에서 살면서 겪은 경험을 영수증 형태로 기록한 에세이다. 저자 부부는 일단 남해에서 폐교를 임대에 살다가 1년간 임대해 주는 ‘귀농인의 집’으로 옮겨갔고, 그다음에는 아예 남해에 집을 한 채 샀으며, 게스트하우스와 보틀샵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나는 단연코 ‘도시 사람’이다. 내가 얼마나 바쁘고, 문화와 익명성이 보장된 도시를 사랑하느냐면, 호주에 왔을 때 ‘교외(suburb)’라는 개념에 익숙해지는 데 꽤 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슈퍼.. 2023.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