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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브로드컬리 편집부,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by Jaime Chung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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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브로드컬리 편집부,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로컬 숍 연구 잡지라고 하는 브로드컬리에서, (제목 그대로) 서울에서 퇴사한 지 3년 이하이며 자신의 가게를 차린 퇴사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모아 낸 책이다.

(평균 나이는 36세, 회사 재직 기간은 7년, 퇴사 후 약 3년 경과, 오픈 2년 내외 퇴사자들이 인터뷰 대상이다.)

개인적으로 퇴사 욕구는 많이 느껴 봤어도 창업은 단 한 번도 꿈 꿔 본 적이 없는데(나는 그럴 배포가 안 된다), '회사 그만두고 나만의 가게를 차려 볼까?' 고민하시는 분들께는 무척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창업은 아니더라도 '일단 관두자!' 하는 욕구를 느끼시는 분들이 읽어도 좋겠다.

 

책 구성은 간단하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퇴사한 지 3년 이하인 퇴사자들 7명의 인터뷰가 담겨 있는데, 그 퇴사자들의 창업 종목은 식당, 서점, 카페, 디저트숍, 바이다(서점이 두 명이다).

이것들 모두 요즘 사람들이 흔히 '이거나 한번 해 볼까?' 고민할 법한 종목이라 여기에서 편집부의 센스가 드러난다.

또한 모든 인터뷰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회사 다닐 때의 워라밸과 비교하면 (현재 상황은) 어떤가", "퇴사를 권하겠느냐",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두는 게 좋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하냐" 등을 물어봐서, 총 7명의 대답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다.

 

인터뷰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대략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 첫째, 퇴사는 개인의 결정이니 강하게 권할 수는 없지만, 나올 때 나오더라도 돈을 한푼이라도 더 모아 놓고 나오는 게 좋다.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든든한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그래도 일 년간 가게 월세를 낼 정도는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게 대세인 것 같다.

  • 둘째, 워라밸은 차라리 회사를 다닐 때가 더 낫다. 

왜냐하면 인터뷰이들이 자신의 가게를 시작한 지 2년 정도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가게가 완전히 자리잡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을 많이 둔 것도 아니어서, 사장인 자신이 모든 걸 다 관여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쉴 시간이 거의 없다.

대체로 일주일에 7일을 모두 영업하거나, 하루쯤 쉬더라도 잠시 가게에 나와 재료 손질이라든가 다음날 영업 준비를 1~2시간 정도는 하는 것 같았다. 

일이 끝난 후에 친구들과 술 한잔 같은 것은 할 수 있겠지만, 체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다음날 영업에 바로 지장이 온다고 하더라.

휴가도 원하면 낼 수야 있겠지만 그러면 그 휴가 길이만큼 돈을 못 버니까 그것도 자신이 감수해야 하고.

물론 좋아하는 일, 또는 자신이 하기로 선택한 일을 하다 보면 워라밸은 그다음 순위가 될 수도 있다고 보지만(인터뷰이들도 대체로 그렇게 여기는 것 같았고), '자영업은 워라밸이 좋다'고 생각했다가는 크게 실망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라.

  • 셋째, 자영업을 할수록 건강에 더욱더 신경 써야 한다. 

이건 두 번째 항목이랑 비슷한데, 규모가 작은 가게일수록 사장이 모든 걸 다 해야 하니까 쉴 틈이 없다. 

병이라도 난다면 큰일이다. 가게 문을 열 수도 없어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데 아플 동안 병원비나 생활비를 자신이 모두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게를 꾸려 가면서 다치거나 아프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자영업일수록 사장의 건강이 가게의 생존과 직결된다.

 

물론, 자영업에 이런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인터뷰이들은 회사 생활과 비교해 현재 삶의 방식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회사를 다닐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가 있어도 100% 자기 뜻대로 진행할 수 없는 아쉬움이라든지,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그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오직 그 회사에서만 쓸모가 있고 다른 회사에서는 쓸모가 없는 능력만 있는 것 같다든지 하는 식으로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니까 자신의 노력이 가시적인 결과로 보이니까 그게 좋다고.

또한 많은 인터뷰이들이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고 토로했는데(심지어 연봉이 8천만 원이나 되던 분도 그랬다고 한다!), 가게는 (망하기 전까지는) 평생 자신이 꾸려 나갈 수 있는 거니까 그 점에 많이 만족하는 것 같았다.

 

퇴사 후 자신만의 가게를 열고 싶다는 꿈이 있으신 분이라면 정말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예컨대 상권은 어떻게 살펴봐야 하는지, 인테리어를 할 때는 뭘 고려해야 하는지, 재료값과 로스(loss)는 어느 정도로 생각해야 하는지 같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그런 귀한 정보를 간접 경험으로 알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한다 해도 정작 하고 나면 '아, 이런 것은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같은 점이 꼭 있게 마련이니까, 그걸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 이런 간접 경험이 필요한 건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었던 인터뷰 구절을 옮겨 적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일단 퇴사와 계획적인 퇴사 중 어느 쪽을 추천하겠나?

계획도 계획이지만,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냥 한번 해 보고 싶은 건지, 밥벌이를 해낼 수 있을 만한 일인지, 일단 경험을 해 봐야 구분할 수 있을 거다. 내가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쉽다. 돌아보면 요리 학원 다닌 거도 그렇고, 친구한테 식당 일을 배웠던 거도, 충분히 주말을 이용할 수 있었다. 어차피 회사 밖으로 나오면 마음만 급해지는 거 같다. 퇴사 전에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해 보는 게 유리한 거 같다.

(...)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제일 중요한 거, 회사를 나온다고 편해지지 않는다. 편한 거로 따지면 회사만 한 데가 없다. 그거만 알아 둬도 좋을 거다. 직장에서 노후 준비가 될 만큼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이면 되도록 나오지 마시라(웃음).

직장인들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퇴근 후에 시간만 잘 쪼개서 쓰면 운동할 시간, 친구 만날 시간, 다 만들 수 있다. 가게 하면 쪼개서 쓸 시간도 잘 없다. 매일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는데, 가족 볼 시간도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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