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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이진송,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진송 작가가 운동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 야호! (이진송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한 리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라.)

(2018/12/21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이진송, <연애하지 않을 자유>

 

[책 감상/책 추천] 이진송, <연애하지 않을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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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7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이진송,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책 감상/책 추천] 이진송,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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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류은숙 작가의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고 나서 '와, 역시 배운 사람은 운동이라는 개인적 경험에서도 사회적 의미를 찾아낼 수 있구나' 하고 놀랐는데, 이 책도 그러하다(아래 책 링크도 참고해 주시길!).

2020/02/21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류은숙, <아무튼, 피트니스>

 

[책 감상/책 추천] 류은숙, <아무튼, 피트니스>

[책 감상/책 추천] 류은숙, <아무튼, 피트니스> 이번에도 <아무튼> 시리즈에서 한 권을 골라 들었다. 그런데 웬걸, 대박, 심봤다! 저자인 류은숙은 인권 운동(movement)을 25년이나 해 온 인권 운동가이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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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미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진송 작가답게 너무너무 웃기다. 킬 포인트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일단은 내가 읽다가 눈물을 흘리며 캡처해 친구에게 보여 줬던 부분을 보여 드리겠다. 저자가 요가에 대해 이갸기하는 꼭지에 나온다.

그나마 다른 운동의 쿨다운보다 훨씬 그럴듯하게 쉴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이 큰 위안이었다. 편하게 누우라고 말하면서 선생님이 불을 껐다. 그 순간만큼은 요가가 우주에서 제일가는 운동이었다. 요가 짱! 일제히 명상인지 수면인지 모를 것에 빠져드는데, 선생님이 문득 내 옆에 앉았다. 내 명치에 손을 얹고 잠시 지켜보던 선생님이 말했다.

"회원님, 숨을 더 많이 쉬어 보세요. 크게."

나는 영문을 모르고 힘껏 숨을 들이마시고 뱉었다. 선생님이 귀신에 빙의된 후 눈에서 뿜어내는 레이저를 암을 진단했던 드라마 속 인물처럼 근엄하게 말했다.

"회원님은."

두근두근.

"숨을 죽지 않을 만큼만 쉬고 계세요."

대박! 신통방통해! 나는 원하던 점괘를 뽑은 맹추처럼 오두방정을 떨며 옆의 매트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친구를 발로 퍽퍽 찼다. 아, 언니 하지 마요. 친구가 잠꼬대를 했다. 선생님은 내 명치를 꾹꾹 누르며 내 몸이 얼마나 억눌려 있고 순환이 안 되는지, 스트레스와 엉망진창인 호흡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내 호흡에 필요한 거라면서 옥장판을 팔았다면 샀을 정도로 나는 요가에 홀딱 반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식이다. 어쩜 이렇게 말을 재미있게 잘하는지! 과연, 내가 좋아하는 작가답다!

 

또 웃긴 거 하나.

필라테스 수업에 처음 들어갔을 때 선생님이 외쳤다.

"립 닫으세요. 립 닫아!"

립? Lips? 나는 입술을 합 다물었다. 선생님은 갸웃거리면서 다가와 내 갈비뼈에 손을 얹었다. 앗, 내가 수줍어하며 몸을 웅크리든 말든 선생님이 손에 힘을 주면서 소리쳤다.

"이, 이, 립 열린 거 봐! 닫으라니까요! 립 꽉 닫아!"

그제야 '립'이 갈비, 내아 아웃백에서 처음 폭립이라는 걸 시킬 때 발음해 본 그 '립(rib)'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그렇다고 의문이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게... 여닫을 수 있는 건가요?"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내가 수십 년째 입주해서 살고 있는 껍데기(?)였다. 그런데 생판 남이 와서 갑자기 열렸니 닫혔니 호통을 치니, 개폐식인지도 모르고 평생 새시 문 열고 산 사람처럼 별안간 서러워졌다.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처음 왔어요?" 

(...)

수십 년 만에 나의 갈비가 개폐식으로 전환하는 역사적인 순간, 나는 간신히 잡은 느낌을 놓칠까 봐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갈비뼈를 옴작거렸다. 열었다, 닫았다. 열려라, 갈비, 닫혀라, 갈비! (...)

이렇게 웃기는 부분이 넘쳐나니 어찌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는지!

저자도 운동을 엄청 잘하는 건 아니고, 스스로를 '핫바디'가 아니라 '핫바 바디'라고 부를 정도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도 운동을 조금이나마 시도해 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여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의 두 번째 미덕은 개인적 경험에서 사회적(그리고 대부분 여성학적) 의미를 도출해 내서 전한다는 것.

예를 들어 이런 부분.

남학생의 운동장과 여학생의 운동장은 신체 활동과 운동의 기회 여부에 따라 다르게 구획되는 '장소'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운동장이 남학생들에게 전유되는 현상을 지적했다가 '운동장 여교사'로 불리며 온갖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내'가 부정한다고 해서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좀 받아들여야 할 텐데. 운동장의 성별 불균형은 페미니즘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중요한 의제다. 운동장은 여학생을 밀어낸다. 동시에, 학교의 교육과 우리 사회의 규범을 체화한 여학생도 운동장을 밀어낸다. 이는 결국 운동장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운동 그 자체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니면 이런 부분.

여자는 결국 남자에게 안 된다는 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전문 선수의 기량을 무시하고 '일반인' 남자가 도전장을 던지는 경우는 흔하다. 육상 유망주 양예빈 선수와 '좀 뛴다는 성인 남성 달리기 대결' 같은 영상이 무려 KBS 대전 뉴스에서 기획되는 현실... 이런 단순한 일반화는 다양한 개인의 차이를 지워 버릴뿐 아니라, 일찌감치 여성의 한계를 결정하고 운동의 의미를 폄하한다. 운동이 한계 돌파의 반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제약하는 말이 얼마나 고약한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어떤 여자는 어떤 남자에게 안 되겠지만, 어떤 남자는 어떤 여자에게 안 될 것이다. 함께 복싱을 다닐 때 누가 봐도 체육관의 에이스는 [저자의 친구인] 황이었으니까.

이렇게 운동 에세이의 탈을 쓰고(?) 현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에서 나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여성의 운동은 무조건 '몸매를 가다듬기 위한' 것, 날씬하고 군살 없는 몸매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치부하는 이 사회에 반기를 드는 느낌이 들었달까? 

책 안에서 언급되는, 유방암을 앓고 있는 여성(저자의 친구)의 경우처럼, 완벽하고 정상적인 상태이자 이상인 '건강'을 향해 가기보다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저 습관처럼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사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엘리트주의인데, 특히 교육이나 운동처럼 모든 이들이 (경제, 문화, 사회적 계급에 무관하게) 평등한 접근 권한을 가져야 할 대상에 대해 그런 같잖은 부심을 부리는 게 제일 최악이다.

운동이라고는 전혀 해 본 적 없고 비만인 저자가 어느 날 달리기를 시작해 마라톤을 꼴등으로 들어오기까지의 경험을 쓴 책을 내가 좋아한 것도, 바로 그러한 운동 엘리트주의를 바로 정면에서 반박했기 때문이다(이 책은 조엘 H. 코언의 <마라톤에서 지는 법>을 가리킨다. 이 책에 대해 리뷰도 썼다.

2018/10/31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조엘 H. 코언, <마라톤에서 지는 법>)

 

[책 감상/책 추천] 조엘 H. 코언, <마라톤에서 지는 법>

[책 감상/책 추천] 조엘 H. 코언, <마라톤에서 지는 법> 저자 조엘 H. 코언은 유명 만화 <심슨 가족(The Simpsons)>의 작가 중 한 명으로, 탄수화물 간식이 가득한 일터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농담을 쓰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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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얼마 전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헬스 유튜버가 '(초보도 쉽게 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 영상을 주로 올리는) 땅끄 부부를 비판하는 영상을 업로드해 달라'라는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는 이유를 설명한 영상의 짤을 봤다.

그 유튜버의 말에 나는 백 번 공감했다. 땅끄 부부는 '여태 운동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시도해 보려는' 초심자를 살살 달래서 쉽게 운동을 접할 수 있는 내용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비웃는 건, 오직 헬스장에 가서 쇠질(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해야만 '진짜 운동'을 한다는 같잖은 자부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런 식으로 치면 헬스장에 쳐박혀서 깔짝깔짝 뭐 좀 들었다 내렸다 하는 것도 '진짜 운동'으로 볼 수 있을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트랙에서 달리거나 뛰거나 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요지는, 엘리트주의는 모두 다 웃기는 짓이고, 엘리트주의자는 엿이나 먹으라는 거다. 운동 정도는 하고 싶은 만큼 편하게 하면 안 되냐?

 

이진송 저자가 그런 엘리트주의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의 운동 편력기를 재미있게 써 줘서 정말 고마웠다.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전형적으로 '다이어트하는 여자들'의 것으로 여겨지는 운동뿐 아니라 스쿼시라든지 수영, 승마, 복싱 등 다양한 운동 얘기가 나오는 것도 좋았다.

또한 운동하는 '여성'의 이야기답게 생리에 관해 언급되는 것도.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보신 분이라면 일단 재미있으니까 다들 한 번씩 읽어 보시라고 하고 싶다. 운동하는 여성분이라면 더더욱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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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보고 2020.12.29 11:15

    학교 운동장 이야기 너무 공감갑니다. 학교다닐 때 문득 운동장나가서 나도 운동하고 싶은데.. 라는 생각 해본 적이 있습니다. 운동장은 남학생의 전유물같은 느낌이라 체육시간 아니면 나가기가 참 그렇더라구요. 지금은 집에서 맨날 운동 미루며 살고 있네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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