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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Yeah, nah" 이게 무슨 말이야? - 호주인의 언어 습관

by Jaime Chung 2018.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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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Yeah, nah" 이게 무슨 말이야? - 호주인의 언어 습관

 

오늘은 간단하게 호주인들의 언어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호주 영어의 특징인 말 줄이기는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다른 걸로. 오늘은 "Yeah, nah"(또는 "nah, yeah")가 주인공이다.

 

 

혹시 살면서 '네니오'라는 말을 들어 보거나 해 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렸을 때 어떤 질문을 받았는데 "네."라고 대답하려던 순간 '아, 아닌가?' 싶어서 마음을 바꿔 "아니오."라고 덧붙인다는 게 둘이 한 단어처럼 섞여서 "네니오."라고 애매한 대답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이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보통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 내용이 곧잘 떠오르지 않으면, 또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 '음...' 또는 '그 뭐냐...' 같은 삽입어(filler)를 써서 시간을 번다.

호주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호주인들이 자주 쓰는 말이 "yeah, nah" 또는 "nah, yeah"이다.

처음 들으면 그래서 'yes'라는 건지 'no'라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의 말을 스스로 반박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당연히(?) 장년층보다는 젊은 층이 더 자주 쓴다.

TV를 보면 많은 이들, 특히 운동선수들에게 기자에게 질문을 받으면 대뜸 "yeah, nah"로 대답을 시작한다.

언어학자들은 'yeah, nah'가 그저 단순한 삽입어 이상의 역할을 하며, 질문이나 상대방의 말을 예의 바르게 인정하고 나서 칭찬이나 주장을 약화하는(downplay) 방법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서, 한 운동선수는 "훌륭한 경기였습니다." 같은 말을 들었을 때 "Yeah, nah, it was a team effort(팀원 모두가 노력한 덕분이죠)."라고 대답할 수 있다.

우선 상대방이 한 칭찬을 받아들이되(yeah) 별거 아니었다는(nah) 식으로 겸손을 나타내는 것이다. "에이, 별거 아닌데요."라는 말을 두 음절로 줄였다고 할까. 뒤에 이어지는 "it was a team effort."라는 말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짧은 표현은 한 문장 안에 있는 두 가지 의견에 상반된 반응을 표현하고 싶을 때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 "Hair shirts are sexy!(헤어 셔츠(과거 종교적인 고행을 하던 사람들이 입던, 털이 섞인 거친 천으로 만든 셔츠)는 섹시해!)"라고 말한다고 치자.

헤어 셔츠는 참고로 이렇게 생긴 거다

 

당신은 그 사람이 말하려는 바는 이해하지만,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럴 때 "Yeah, nah." 이렇게 말하면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난 글쎄." 하는 뜻이 완벽하게 전달된다.

 

아니면 조금 예의 바르게, 약간 미안하고 망설이는 느낌을 나타내면서 거절을 할 때도 쓸 수 있다.

누군가 "Do you want to go out on the boat this weekend?(이번 주말에 보트 타러 갈래?)"라고 제안하면 "Yeah, nah, we've got people coming over(우리 집에 놀러 오겠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고 거절하면 된다.

아니면 상대방이 "Let's go with this idea(이 아이디어로 가자)."라고 할 때 나는 그게 먹힐 거 같지 않다면 "Yeah, nah, I don't think that'd work(그거 안 될 거 같은데)."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쓰임이 있지만 문맥을 보면 결국 그래서 하고픈 말이 뭔지를 알 수 있다. 결론은 문맥이 중요하다는 것.

다만 "yeah, nah"와 "nah, yeah"를 교체해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yeah, nah"를 쓸 자리에 "nah, yeah"를 쓸 수는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쉬운 두 단어로 된 표현이지만, 제대로 사용하기에는 눈치와 기술이 필요한 표현이다.

 

Bunny Banyai의 <100 Aussie Things We Know and Love>와 Lonely Planet의 <Australian Language & Culture>, 그리고 "Yeah, nah – Aussie Slang at work(https://www.hamessharley.com.au/knowledge-article/yeah-nah-aussie-slang-at-work/)"를 참고하여 작성한 포스트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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