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고이즈미 요시히로, <부처와 돼지>
고이즈미 요시히로의 <부처와 돼지> 삼부작은 1권 <답은 나에게 있어!>, 2권 <있는 그대로 좋아!>, 3권 <아무 일도 아니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이 정식 번역되어 출간되기 전부터 국내에도 이 책을 좋아하는 팬들이 무척 많았던 모양이다. 뜨거운 요청에 따라 신장판으로 출간됐다고 하는 걸 보면.
나는 리디셀렉트에 이 책이 있길래 그저 '재밌는 만화인가?' 하고 접근했는데, 와, 정말 엄청 깊다.
네 한 페이지에 최대 여덟 프레임밖에 안 들어가는 만화인데도 내용이 정말 심오하다.
예컨대 이런 거다.
안 맞는 사람에게는 '뭐야 지금, 말장난하자는 거야?' 하는 반응을 일으킬 법한데, 소위 마음 공부라는 것을 조금 해 본 사람이라면 적어도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말로 잘 풀어서 설명하라고 하면 딱 이러이러한 것이다, 하고 말하긴 어렵지만 대충 이해는 되는 그런 거.
사실 이게 만화 형태니까 세 권으로 끝났지, 만약에 그냥 줄글로 쓰인 글이었다면 지금보다 각 권이 세 배는 더 두꺼운 두께로 총 여섯 권은 나왔을 거다.
나는 덜돼지(주인공 이름)가 예쁜돼지(여자 돼지)를 좋아해서 고백할까 말까 하는 얘기, 고백하는 얘기, 차이는 얘기, 사귀는 얘기, 그리고 헤어지는 얘기 등에 제일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는 1권 첫 장 시작에 이렇게 썼다.
사랑을 하면
여러 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사랑을 하면
자신이 좋아지기도 하고
싫어지기도 합니다.
열심히 해야만,
사랑은 자신을 응시하는
좋은 경험이 됩니다.
사랑, 정확히는 세속적인 의미에서 연애/결혼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데 나도 동의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며 느끼는 그 마음이야말로 자신이 가진 문제, 상처, 생각, 감정들이 무엇인지 제일 잘 보여 주니까.
연애를 안 할 때 자기 마음을 바라보는 게 연습 문제를 풀어 보며 공부하는 거라면, 연애할 때 하는 건 마치 실제로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달까.
그만큼 집중적으로 나를 바라보며 수행을 할 수 있으니 좋다.
이 책은 한번 딱 봐서 '아, 뭔지 알겠다', 그러니까 완전히 내 마음을 100% 내 뜻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겠다고 감이 오거나 아니면 전혀 모르겠다, 둘 중 하나로 호불호(메불메)가 갈릴 것 같다.
만약에 처음에 딱 봤는데 이해가 안 된다면 한 몇 년 지나 삶을 더 공부한 후에야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한 5년 전에 이 책을 봤다면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하고 화냈을지도 ㅋㅋㅋ
그러니 안전하게 일단 리디셀렉트나 도서관, 서점, 미리보기 등을 통해 접하고 마음에 든다는 확신이 들면 책을 구입하거나 나머지도 모두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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