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신서경, 송비,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신서경이 쓰고, 송비가 그림을 그렸다.
제목이 이 만화의 콘셉트를 아주 잘 요약해 준다. 지구 내부 물질 순환이 멈추어서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이 사라지고, 결국 지구는 엄청난 자기장과 방사능을 수반한 태양풍을 맞이하게 된다.
한마디로 지구가 멸망하고, 인류가 살아남을 확률은 3%에 불과하다.
그런 와중에 우리의 주인공인 먹방 BJ인 봉구는 치킨을 먹는다.
만 칼로리 케이크, 매실액, 시루떡, 게살야채죽, 계란말이 도시락 등등도 먹는다. 마지막에 최후의 만찬도 직접 준비한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자세히 말은 하지 않겠지만, 이 정도는 말해도 될 것 같아서 해 두겠다. 첫 번째, 봉구라는 인물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뭐라고 해야 할까, 잘못 만든 (대체로 남성 작가들이 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남자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딱히 외모가 엄청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말을 여자들이 혹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이 민폐라고 생각하거나 최소한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는데도 어째서인지 여자들이 그를 용서하고 그를 좋아한다.
??? 뭥미??? 내가 보기엔 너무 별로인데???
이게 다 남성 작가들이 여자 마음을 모르면서 남성 캐릭터에 자기를 이입해서 써서 그렇다. 예를 들자면 <Jexi(젝시, 2019)> 속 애덤 디바인(Adam DeVine)의 캐릭터. 이 캐릭터의 어디가 좋다고 여주인공이
그건 그렇다 쳐도, 왜 이 만화의 봉구는 여자 작가들이 썼는데도 별로인지 모르겠다. 그의 외모가 문제인 건 아니다.
그냥 성격이 너무 찌질하달까? 늘 오는 유저가 어그로를 끌자 거기에 욱해서 현피 뜨자고 하는 것도 찌질하고(이게 나중에 그와 만나는 계기가 되긴 하지만).
도대체 하니(봉구가 짝사랑하는 동창 반장 여자애)가 얘를 왜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찌질하면서도 매력적인, 또는 궁상맞아도 '에휴,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하며 챙겨 주고 싶은 캐릭터를 만드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이 세상 모든 작가 여러분들 화이팅...
둘째, 지구 멸망 D-2일 때, 그러니까 닷새쯤 되었을 때 전기가 나간다.
지구가 망해서 다 죽게 생겼는데 그때까지 사람들이 일을 했을 리는 없고, 예비 전력인 거 같은데 그래도 닷새나 버텼다는 게 제일 비현실적이다.
셋째, 위와 비슷한 의미에서 봉구네 집 냉장고에는 없는 음식이 없나 보다. 최후의 만찬을 만들어 먹기 위한 모든 재료가 이미 전기가 나가기 전에(어, 그러고 보니 전기가 나갔는데 냉장고는 어떻게 작동한담?) 구입되어 있었나 보다.
분명 지구 멸망 소식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고 난 후 동네 마트도 텅 비고 봉구도 식료품을 그렇게 많이 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봉구네 부엌은 무슨 도라에몽 주머니인가? 원하는 건 다 나오는 듯. 그래도 이건 만화적 허용이라 생각해 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전반적으로 가볍게, 하룻밤 만에 읽기 좋은 만화다. 먹킷 리스트 세울 때 도움이 될지도?
리디 셀렉트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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