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이야기] 호주의 신호등과 대중교통(길치들 주의!)
오늘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신호등과 대중 교통에 대해 간단히, 그리고 솔직히 해 보려고 한다.
나는 길치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내가 아는 길만 알아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할 때는 구글 맵스를 손에 꼭 쥐고 도전해도 헤매는 사람이다ㅎㅅㅎ...
혹시 나 같은 분들이 호주에 놀러/워킹 홀리데이/유학 오셨다가 헤맬까 봐 노파심에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알려 드리려고 한다.
호주가 처음이신 분들은 한번 읽어 보시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호주에서 길을 건널 때
우리나라에서처럼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멍하니 기다리면 안 된다. 호주에서는 길을 건너가고 싶을 때는 신호등 버튼을 눌러야 한다.
버튼은 이렇게 생겼는데 녹색 불로 바뀌면 '뽁, 뽁, 뽁...' 하는 소리를 낸다.
아래 영상에서 들어 보시라.
# 호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1) 기차
장담하는데 한국인이라면 호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하다고 느낄 것이다.
한국처럼 대중교통 수단이 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티머니(T money)가 전국 대중교통 시스템에서 호환되고, 대개는 신용 카드 또는 체크 카드에도 교통 카드 기능이 있어서 이거 하나만 다 되니까 정말 편하다.
그렇지만 호주에는 통일된 교통수단 카드가 없다. 빅토리아(Victoria) 주는 (멜버른(Melbourne)을 포함해) 마이키(Myki) 카드를 사용하고, 뉴 사우스 웨일스(New South Wales) 주의 시드니(Sydney) 주변에서는 오팔(Opal) 카드라는 걸 사용한다.
이렇게 서로 사용하는 교통 카드도 다른데, 교통 시스템도 편하지는 않다.
내가 있는 멜버른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나는 제일 어려웠던 게 기차가 가는 방향을 알려 주는 표지판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플랫폼에 서는 기차는 어디로 가는 기차이고, 몇 분 후에 도착한다고 알려 주는 전광판은 있다.
그런데 내가 자주 이용하는 기차역에는 이 플랫폼에 서는 기차가 어디어디 역을 지나서 종착역이 어디라고 보여 주는 전광판이 따로 없다.
그래서 내가 예를 들어 A역에서 B역을 지나 C역을 통과해 D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하는데, 이게 D역으로 가는 기차가 서는 플랫폼이 맞는지, 아니면 A역-E역-F역을 지나 G역에 서는 기차가 타는 플랫폼인지를 모르겠는 거다.
한국 지하철에는 딱 A방향, B방향 이렇게 두 곳의 승강장만 있지 않은가.
물론 '상일동/마천행'처럼 갈라지는 곳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어느 역이나(종점이 아니라면) 두 갈래 진행 방향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승강장은 다음에 이 역을 지나서 가는 방향입니다, 하고 안내를 해 주는 표지판이 한국 지하철에는 있는데(위 사진처럼), 여기 기차엔 그런 게 없다.
물론 내가 단순히 기차를 우리나라 지하철과 같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해 버린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여기에서는 기차가 A역행, B역행, C역행, D역행 등등 다양하게 있고, 그 기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플랫폼의 위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인지 '여기에서 타는 기차는 어디로 갑니다' 하고 패널이 붙어 있지 않다.
적당히 전광판을 보고, 그리고 기차 노선도, 구글 맵스 등을 잘 보고 타야 한다.
나는 잘 모를 때 여러 번 잘못 타서 돌아오고는 했다ㅜㅜ
아, 그리고 멜버른 기차에선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제대로 카드를 찍고 탔는지 '표 검사'를 한다.
매일 탄다고 매번 이 직원들을 마주치는 건 아닌데, 종종 만나게 된다.
신용 카드 계산기 같은 조그만 기계를 들고 다니는데, 기차를 타기 전에 역에 들어오며 찍은 교통 카드(마이키)를 건네주면 된다.
제대로 카드를 찍었으면(touch on) 그 기계에 찍었을 때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 그럼 직원은 카드를 다시 돌려주고 다음 승객에게 넘어갈 것이다.
만약 노약자 할인(concession) 자격이 없는데 노약자 할인 카드를 이용했거나 아예 카드를 찍지 않고 무전으로 탑승했다면 이 표 검사 때 다 적발된다. 주의하자.
# 호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2) 트램
나는 트램의 개념도 너무 생소했다. 다시 한 번, 나는 트램을 버스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는 착각을 저질렀다.
하지만 트램은 버스랑 다르다. 버스는 여기서도 그냥 버스다. 트램은 차도에 특별한 트랙을 설치해 다닐 수 있는 '미니 기차' 같은 거다.
그런데 트램도 두 방향이 있다. 트램 노선의 맨 왼쪽 끝이 A 정거장이라고 하고 맨 오른쪽 끝이 Z 정거장이라고 치자.
그러면 내가 이 트램을 탈 수 있는 L 정거장에서 나는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다. A 정거장 쪽으로 가는 것, 또는 Z 정거장 쪽으로 가는 것.
그런데 나는 트램을 버스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한 가지 방향성만 있겠거니 하고 착각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버스라고 하면 정거장 규모가 크고 사람도 많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 아니면 바로 같은 버스의 정거장이 두 곳(그것도 진행 방향이 반대인)이 가까이 붙어 있는 곳은 없지 않은가(아닌가? 내가 사는 곳은 그랬다).
그런데 트램은 방향이 두 가지이다! 같은 번호 트램이라도 방향에 따라 타는 정거장 위치가 다르다.
예를 들어 78번 트램은 Balaclava via Prahran to North Richmond가 있고 그 반대는 North Richmond via Prahran to Balaclava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닿기 위해 트램이 제대로 된 방향인지 반드시 제대로 확인해 보고 타야 한다.
대충 같은 지역명이 들어가 있으니 맞겠지~ 하고 타면, 목적지로 가기는 갈 거다. 다만 빙빙 돌아서 간다는 게 문제지.
나는 이걸 여러 번 헷갈려서 다시 돌아오곤 했다(2)ㅠㅠㅠ 띨띨이...
# 호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3) 버스
호주에서는 버스를 별로 잘 안 타게 됐는데, 이건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기차나 트램이면 웬만큼 다 갈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버스는 기차나 트램 시스템이 보수 공사 중일 때, 여기에서 여기까지 기차/트램이 운행을 못하니 버스로 대신 연결해 주는 서비스 할 때만 몇 번 타 봤다.
내가 현재 사는 이곳에는 버스를 탈 일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이건 지역에 따라 자주 타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 버스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 호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4) 주말
여기는 주말이라고 해서 대중교통이 더 많이, 더 오래까지 다닌다든가 하는 게 없다.
오히려 주말에는 더 적게 다니는 거 같다. 내가 호주인 친구에게 이 점에 대해 불평했더니, 이 사회는 차에 크게 의존한다고 하면서, 주중에야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이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주말엔 다들 자가용을 몰고 다닌다고 했다.
게다가 정부는 대중교통 같은 사회 기반 시설(infrastructure)에 투자하기를 꺼린다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면 대중교통에 투자하겠다' 같은 입장이라고 한다.
원래는 대중교통에 투자를 해서 사용이 편해져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말이다.
나는 원래 한국에서 지하철만 타고 다니고, 버스도 좀처럼 안 타던 사람이라 호주에 와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작년(2017년) 미국의 아카디스(Arcadis)가 조사한 '2017 지속 가능한 도시 이동성 지수(Sustainable Cities Mobility Index)'에 따르면 멜버른이 55위, 캔버라(Canberra)가 53위, 시드니가 51위였다.
(https://www.pedestrian.tv/news/new-global-study-confirms-australias-public-transport-hot-garbage/)
퍼스(Perth)는 그보다 훨씬 낮은 87위. 호주 내에서 제일 순위가 높은 곳은 브리즈번(Brisbane)으로, 그나마 48위이다.
우리나라 서울은 당당하게 자랑스러운 4위! 내가 진짜 세상 편한 서울 대중교통 타다가 멜버른 와서 너무 고생이 많다...
호주도 얼른 대중교통 체계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 매번 뭐 공사는 꾸준히 하는 거 같은데 뭐 한번 놓치면 10분 정도 기다리는 건 기본이라(특히 기차) 정말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대중교통 이외에 다른 것이 좋은 게 있어서 그걸로 균형을 맞추는 것 같지만.
어쨌거나 호주 대중교통, 특히 멜버른 대중교통 이용하실 분들은 참고하시라.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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