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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내 손 안의 영웅, 핸디히어로>

by Jaime Chung 2021.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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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심너울, <내 손 안의 영웅, 핸디히어로>

 

 

우리나라 SF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심너울 작가의 단편.

사실 나는 SF를 무척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우주선의 구조나 낯선 외계인의 존재는 삽화의 도움이 없으면 도저히 내 머리로는 떠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너울 작가의 SF는 '우주'적인 SF라기보다는 뭐랄까, 현실 밀착형이라서 더 이해가 쉽다.

그래, 꼭 '우주 오페라'만이 SF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도, 외계인이 없어도 과학적 상상력만 있다면 SF라고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이건 약 2.3만 자밖에 안 되는 짧은 단편이라 더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내 갤럭시 탭에 설치된 리디북스 앱 설정으로 46쪽, 내 갤럭시 노트 10+로도 68쪽밖에 안 된다.

아무런 방해 없이 책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한 시간 내에 읽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심너울 작가의 SF는 현실 밀착형이라고 말했는데, 사실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굉장히 한국적이다.

일단 주인공이 공시를 준비 중인 학생이고, 심지어 그의 초능력은 그가 시험을 칠 때 발현된다.

자신이 가진 초능력도 동사무소(요즘엔 행정 복지 센터라고 한다더만)에 등록하고, '핸디히어로'라는 앱을 통해 자기 초능력으로 큰돈을 벌 수 있겠다고 여자 친구에게 큰소리 치는 것도 어찌나 한국적인지.

공시, 동사무소, '핸디히어로'라는 앱, 이 세 가지가 너무나 한국적이어서 이 소설을 K-SF라고 부르고 싶다.

 

또 하나의 디테일. 괴물의 크기를 '다마스'에 비유하는 것만큼 한국적인 표현이 어디 있겠는가!

괴물은 다마스만한 크기의 보라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무형의 덩어리였다.
슈퍼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괴물에 비하면 꽤 작았지만, 세상에는, 아니 적어도 한국에는 다마스와 비슷한 크기의 생물체가 없다. 그 정도 되는 크기의 물체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만 해도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핸디히어로'라는 앱은 '우버' 같은 플랫폼에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해 보인다.

내 눈앞에는 핸디히어로의 채용 페이지가 떠 있었다. 찬란한 문구들이 페이지 곳곳에 떠 있었다. '당신의 초능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루틴에 맞춘 자유로운 업무 시간을 만끽하세요', '매달 최소 200만 원의 추가 수입을 보장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2022년 스타일의 일들!'

여기까지만 읽어도 얼마 전에 읽은 앤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에서 읽은 요즘 기업들의 행태(직접 고용을 되도록이면 덜하고 직원 복지를 줄이는 식으로 직원이 받는 혜택을 줄이는 행태)가 떠올라 PTSD가 올 것만 같다. 사실 꼭 그 책까지 가지 않아도 지금 이 현실이 그렇지만.

2021.11.22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책 감상/책 추천] 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세상에, 정말 놀랍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관찰해서 (저자 본인이 밀레니얼 중 나이 든 편에 속한다) 그들이 왜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읽으면서 내내 공감했다. 미국

eatsleepandread.xyz

 

어쨌거나 이토록 한국적인 K-SF를 읽을 수 있다니 참으로 기쁘고 놀랍고 즐겁다.

리디셀렉트에서 읽을 수 있으니 한번 읽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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