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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40년간 호주 아이들 생일을 축하해 온, '어린이 생일 축하 케이크 책'

by Jaime Chung 201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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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40년간 호주 아이들 생일을 축하해 온, '어린이 생일 축하 케이크 책'

 

얼마 전 내 호주인 친구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신문사 ABC 온라인 판에 올라온 기사 하나를 보여 주었다.

<호주 여성 주간지 아이들 생일 케이크 책(Australian Women's Weekly Children's Birthday Cake Book>의 저자들을 인터뷰한 이야기였다.

이 '아이들 생일 케이크 책'은 '호주 여성 주간지'에서 요리책 시리즈 중 한 권인 요리책으로, 1980년에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다.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메리앤 블래커(Maryanne Blacker)와 파멜라 클라크(Pamela Clarke).

이 요리책은 호주의 '컬트 클래식(cult classic)'의 자리에 등극했고, 2011년에 재출간되었다.

1980년 1판부터 2011년에 재간될 때까지, 그 사이에 상당한 시간 동안 절판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1백만 권이나 팔렸다.

 

이 책에 실린 케이크 대부분은 버터 케이크 믹스와 비엔나 크림 아이싱(Vienna cream icing), 사탕으로 만들게 돼 있다.

책 표지에는 기차 모양 케이크 사진이 실려 있어서, 때로 '표지에 기차가 있는 그 책(the book with the train on the cover)'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저자 중 파멜라 클라크는 15살 때부터 케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그녀는 1970년대에 '호주 여성 주간지'에 취직한 후 이웃집 소년을 위해 '공룡 더글라스 케이크(Douglas the Dinosaur Cake)'를 만들어 주었다(공룡 이름은 그 소년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러고 나서 직장에서 그 얘기를 했다. 당시에 아이들 생일을 위해 동물 모양 케이크를 굽는 건 신선하고 드문 일(novelty)이라고 여겨졌다.

직장 동료들은 공룡 케이크라는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했고, 아이들 생일 케이크 만드는 법을 알려 주는 요리책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전설적인 이 <호주 여성 주간지 아이들 생일 케이크 책>이다.

 

책 겉표지에도 실린 기차 케이크

 

이 책에 소개된 케이크들은 총 106개인데, 모두 재미있고 기발하고 귀엽지만, 모두 만들기 쉬운 건 아니다.

특히 '팁 트럭 케이크(Tip Truck Cake)'는 파멜라가 '거지 같은 케이크(B***h of a cake)'라고 부르며 "만들지 말라"라고 말릴 정도로 극악의 난도를 자랑한다.

케이크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폭삭 무너지는 일이 여러 번. 결국 온갖 종류의 꼬치(skewer)를 끼워서 유지시키고 사진을 간신히 찍었다고.

 

팁 트럭 케이크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는 돌리 바든 케이크(Dolly Varden Cake)로, 마시멜로우 드레스를 입은 인형 모양의 케이크이다.

이건 만들기도 쉽다고 한다.

 

돌리 바든 케이크

 

유령 케이크를 만들 때는 '어차피 이 계란 껍질은 다 버리는 건데, 이걸로 유령 눈을 만들어 볼까?' 생각했고 그랬더니 정말 잘 어울렸단다.

 

러버 덕 케이크(Rubber Duck Cake)

 

내 호주인 친구도 어렸을 때 생일 일주일 전부터 이 요리책을 들고 '이번 생일에는 뭘 만들어 달라고 할까' 읽다가 잠들곤 했단다(개귀염ㅋㅋㅋㅋㅋㅋ).

저자들도 책에 사인을 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는데, 사인을 받기 위해 팬들이 내민 책은 꼭 버터크림 같은 걸로 붙어 있는 페이지가 한두 장은 있었다고.

어머니가 이 책을 보고 케이크를 만들어 주었는데, 후에 그 책을 물려받은 딸이 자기 딸도 이제 이 책을 본다며 사인을 부탁한 경우도 있었다고.

3세대를 이어 주는 책이라니, 정말 저자로서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했을 것 같다.

 

호랑이 케이크(Tiger Cake)

 

책 속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모델 케이크조차 완벽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고 저자(들)는 말하지만, 내 친구 말마따나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기발하고 귀여운 모양이지, 망친 디테일 따위가 아니다.

아이들은 생일 케이크에 담긴 정성과 사랑, 그리고 케이크의 달콤함을 좋아하고, 그거면 충분하다.

출간 이후 근 40년간 호주 어린이들(그리고 어른이들도!)의 생일을 축하해 온 <호주 여성 주간지 아이들 생일 케이크 책>이 뜻깊은 이유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아래 기사들을 참조해 포스트를 작성했다.

https://en.wikipedia.org/wiki/Australian_Women%27s_Weekly_Children%27s_Birthday_Cake_Book

http://www.abc.net.au/news/2018-09-09/childrens-birthday-cake-book-changed-shape-kids-birthdays/10208246

https://www.news.com.au/lifestyle/food/eat/australian-womens-weekly-birthday-cake-cookbook-the-cake-that-no-parent-should-attempt/news-story/222d9ca6e4ecba4232a842ec80734f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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