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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작은비버, <나는 100kg이다>

by Jaime Chung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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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작은비버, <나는 100kg이다>

 

 

나는 내가 늘 소수자에 속한다고 생각해 왔다. 굳이 따지자면 이성애자에다 비만이었던 적은 없지만 나는 여성이고, 또 어릴 적에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 무언가 ‘잘나가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나는 늘 소수자 또는 약자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했고, 여성이라든지 LGBTQ+ 등 이 사회에서 소수자나 약자로 여겨지는 이들을 나의 동료로 여겼다.

그래서 나는 부러 소수자의 이야기를 찾아서 듣는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의 저자처럼 내가 100kg이 넘는 비만인이거나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핍박받는 느낌을 아니까. 저자의 경우는 그게 외모나 성 정체성일 뿐이고.

앞니가 토끼 이빨처럼 생긴 데다 키가 작아서 ‘작은 비버’라는 필명을 가지게 된 저자는 그래서 오너 캐릭터(작가를 대표 또는 상징하는 캐릭터)도 비버를 닮았다. 탐스러운 꼬리도 귀엽고, 빨간 세모 모자와 빨간 망토, 그리고 채색된 볼과 손발 끝도 너무 사랑스럽다.

사람들은 저자의 몸만 보고 건강하지 않을 거라고 제멋대로 판단하고 이런저런 다이어트 방법을 추천한다. 저자는 생각한다. ‘내가 왜 그 다이어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 거라고 여기지?’ 저자는 짧은 글이 있는 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
’살이 저렇게 찔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한 게으른 사람’,
사람들은 벌써 내가 크나큰 실패를 했다는 듯 안타까워한다.

내 실패를 고쳐주려는 사람들이 가리키는 것은
젊고 마른 몸이다.
그 마른 몸의 건강 상태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도 없지만
자신이 보기에 좋은 몸을 요구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마른 몸을 간절히 원했다.
그게 정답인 줄 알았으니까.
지금은 온전히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원한다.
고도 비만이거나 마르거나 엄청난 근육질의 몸이 아닌,
내가 원하는 만큼 푹 자고 일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몸.

지금부터 운동을 시작하면 언젠가는 체력이 좋아질 수 있겠지.

그렇게 40대를 지나 50대, 60대를 넘어서도
할머니가 될 때까지 그림을 그리며 살기 위해
평생 쓸 체력을 차곡차곡 저금해나갈 것이다.

동글동글 귀여운 저자의 그림체 덕분에 다소 살벌하거나 날카로워질 수 있는 유머 감각도 중화가 된다. 예컨대 데이트 하러 가냐며, ‘얼굴은 예쁘니까 영상 통화만 하면서 연애하고, 만나기 전에 살 빼요~’라며 제멋대로 충고하는 택시 운전사 아저씨도 동글동글 귀엽다. 마지막 컷에서 그런 아저씨를 보고 있는 저자 캐릭터의 뒷모습과 “아저씨의 경동맥을 보고 있는 건 난데, 말조심하시지….”라는 글이 어우러져 풍기는 그 분위기란! 😂

몸매만 보고 누가 예민하고 무던한지는 알 수 없다는 저자의 말도 공감됐다. 저자는 “뚱뚱한 사람은 순하고 무던할 것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스스로도 “무던한 사람인 줄 알았다.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할 만큼.” 의사 말로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네요. 기질적으로 예민한 체질”이라고. 하지만 저자의 깨달음처럼, “뚱뚱한 사람도 예민할 수 있고, 예민해도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 저자는 레즈비언인데, 저자가 어릴 적에 교회에서 자랐을 만큼 부모님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시다. 특히 어머니가 더욱더 그러신 것 같은데 그래서 가족에게 커밍 아웃 하기까지 걱정이 참 많았던 듯하다. 대체로 기독교는 동성애를 죄라고 생각하니까. 그래도 어머니는 딸인 저자를 받아들였다는 해피 엔딩. “교회에서는 동성애자 교인을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로 의견이 나뉘는데, 어머니는 받아들이지 않는 쪽이었지만 저자에 대해 알았으니 동성애자 교인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하셨단다. 역시, 우울증이 있고 ADHD도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저자가 늘어놓을 때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 “언젠가 그건 너한테 플러스가 될 거야. 상처를 받은 사람이 다른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할 수 있어.”라고 위로해 주신 거나 건강이 안 좋을 것 같다는 오해로 해고되었을 때도 바로 본가로 돌아오라고 차분하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정말 따뜻하고 다정하신 분인 듯. 덕분에 책을 읽다가 나도 눈물이 날 것처럼 찡해졌다 🥲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동생도 다 너무너무 좋은 분이다. 저자 말대로 “참 다정한 집에서 살았구나.”

이 외에 더 사랑스럽고 따뜻한 일화들이 많다. 단연코 추천할 만한 작은 만화책이다. 이야기에 갈등이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따뜻하고 편안한 해피 엔딩을 보고 싶으시다면 이걸 보시라!

 

✚ 애초에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어 출간된 만화니 저자의 트위터 계정을 알려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하다. 바로 요기. https://twitter.com/little_bibu

 

작은비버 (@little_bibu)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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