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OOO(정세원), <골목 방랑기>
살다 보면 때때로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또는 ‘나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책 제목은 <골목 방랑기>로 평범해 보이지만, 저자 이름이 ‘OOO’이라고 되어 있다. 응? 이걸 뭐라고 읽어야 하지? 동그라미동그라미동그라미? 땡땡땡? 알라딘이나 예스24 같은 인터넷 서점에는 다행히 ‘정세원’ 또는 ‘OOO(정세원)’이라고 본명까지 나란히 적어 놓았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지?’ 싶지만 아마 이 짤은 아마 한 번쯤 보신 적 있을 것이다.
출처는 저자의 트위터
또는 이 내향인 시리즈 4컷 만화 중 하나쯤은 보셨겠지.
그렇다. <무슨 만화>와 <어떤 만화>, 그리고 <골목 방랑기>를 출간한 저자가 바로 ‘OOO’이다. 나도 인터넷에 널리 퍼진 이 만화들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 책 <골목 방랑기>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잘 몰랐다. 그냥 내가 아는 그 만화를 그리신 분이 낸 책이라는 것밖에. 그래서 정말 아는 게 없는 상태로 책을 펼쳤는데 앉은 자리에서 한 30분 만에 책을 끝낼 정도로 푹 빠졌다.
일단 책은 저자가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발견한 신기한 간판이나 물건의 사진이 한쪽에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에 대한 저자의 짧은 글(1쪽 이내 분량)이 담긴 구성이다. 솔직히 내가 자주 보거나 좋아하는 구성은 아닌데, 이건 정말 깊은 글을 쓸 깊이가 안 되는 저자들이나 애초에 글을 별로 안 읽는 이들을 타깃으로 해서 만드는 책에 자주 쓰이는 구성이라(고 내가 생각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구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신선한 시각 하나로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재미와 유쾌한 충격을 준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왼쪽 페이지에는 그 꼭지의 제목이 있고 오른쪽에는 만화가(아래 짤 참고), 그리고 그 바로 뒤 왼쪽 페이지에는 사진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짧은 에세이(역시 아래 짤 참고)가 배치돼 있다.
이 사진 출처는 여기
정말 ‘어, 이게 뭐지?’ 싶은 간판이나 물건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걸 발견한 저자의 눈썰미도 대단하지만 거기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를 써내는 필력도 참 대단하다고 감탄하게 된다. (종이책 기준) 256쪽인데 앉은 자리에서 한 30분 만에 끝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기발한 발상으로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싶다면 ‘OOO’ 또는 정세원 작가의 만화를 한번 들여다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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