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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송경혁,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by Jaime Chung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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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송경혁,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누가 봐도 인간이 아닌 것 같은 파란 얼굴의 존재가 ‘청년 회장’이라고 쓰인 모자를 쓰고 있는 강렬한 이미지의 표지. 이런 걸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한 이웃님이 ‘고블’ 시리즈가 재미있는 단편 소설(이 출판사에서는 ‘중편/경장편’이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을 낸다며 추천해 주셔서 이 시리즈를 찾아봤는데 이 표지를 보고 이 책을 골랐다. 책 소개에는 코미디 SF 소설이라고 하는데 나는 액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줄거리를 요약해 보려고 노력했는데 나도 헷갈리니까 아주 간단하게 큰 뼈대만 정리해 보겠다. 주인공 영길이는 친구 상일과 상일의 일을 돕는 중국인 직원 왕슈잉과 같이 산다. 영길은 어릴 적부터 입냄새가 심했는데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영길이의 부모님은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상일은 이때부터 영길이를 도와줬지만 영길은 외삼촌 박열망과 같이 살았다. 그러다가 박열망에게도 버림받은 영길이는 ‘영농 후계자’ 상일이의 일을 도우며 산다. 문제는 상일이 루마니아에 배추 심늡 법을 가르쳐 주는 출장을 다녀온 이후 전국에 ‘신종 접촉성 신경 감염증’, 즉 흡혈병이 퍼졌다는 것이다. 영길이는 늘 입냄새가 심했는데 상일이와 왕슈잉이 갑자기 영길이의 냄새가 괜찮아졌다고 한다. 알고 보니 둘 다 이 흡혈병에 감염돼 있었던 것. 외삼촌과 영길이가 피를 팔던 제약사 관계자 스티브 백이 영길이를 구하러 오는데…

중간중간에 플래시백이 자주 있고, 싸우는 장면도 액션 영화처럼 묘사되었기에 나는 좀 정신이 없었다. 독자의 궁금증과 해결해 나가는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간의 흐름 순서대로 사건이 제시되지 않는 건 너무너무 당연하고 이해가 된다. 그러면 재미가 없지. 그런데 제목에서 이미 ‘뱀파이어’란 단어가 있는데 뱀파이어 이야기가 책의 중반 정도에 나오는 건 좀 늦지 않나 싶다. 그냥 사건의 한복판에서(라틴어로 ”in medias res”) 시작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단편소설이니까 이야기의 흐름을 더 빠르게 해도 괜찮을 텐데.

솔직히 나는 조금 실망했다. 책 끝에 3쪽 정도 되는 (내 이북 리더 보기 설정 기준이다) ‘작가의 말’이 있는데, 작가는 상일이라는 캐릭터의 모델이 된 듯한 친구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친구 이야기가 소설보다 더 흥미로웠다. 이 친구와 작가가 좀 더 오래 만나 벗으로 지낼 수 있었다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그래도 ‘고블’ 시리즈에 대한 희망을 아직 완전히 놓은 건 아니다. 한 권만 더 시도해 보고 그것도 별로만 아예 접어야겠다. 그래서 다른 ‘고블’ 시리즈 작품을 살펴봤는데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둘리 이야기인가 싶고,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은 증강현실이란 소재를 사용한 듯하다. ‘굿 피플 프로젝트’는 극도로 피폐해진 미래에 일련의 시험을 통해 선한 사람만 사는 지하 도시 ‘열반’을 구축하려고 하는 이야기란다. ‘한국에서 태어나서’는 모종의 실수로 ‘힙합의 신’에 의해 24시간 안에 죽을 운명에 처한 ‘릴뚝배기’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대스타가 되었지만 SNS에서의 말실수로 24시간 안에 뮤직비디오를 완성해야 하는 ‘조헤드’란 두 래퍼 이야기라고 소개돼 있다. 와… 어떤 이야기일지 감도 안 온다. 단연코 제일 흥미롭지만 읽었을 때 별로면 크게 실망해 정말 이 출판사를 저주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지막으로 ‘꿈의 살인자’는 자각몽 이야기인 것 같다. 와… 정말 박빙이다. 실망이 두려워서 책을 읽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어쨌거나 다음 ‘고블’ 시리즈 후기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은 그럼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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