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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서귤, <고양이의 크기>

by Jaime Chung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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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서귤, <고양이의 크기>

 

⚠️ 아래 후기는 서귤의 <고양이의 크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저께 소개한 시미즈 메리의 만화 <블랙 기업의 사원이 고양이가 되어 인생이 바뀐 이야기>와 비슷하게 고양이가 주인공 격인 만화다. 다만 <블랙 기업의 사원이…>보다 다소 슬플 수 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서귤이 퇴근 후 집에 와 보니 서귤이 키우던 고양이가 3m 크기로 커져 있었다. 너무나 큰 고양이는 집 안에서 지낼 수 없어 (고양이가 한번 골골 소리를 내면 근방의 모든 집이 덜덜 울린다) 서귤은 집에서도 쫓겨나고, 모텔에도 묵을 수 없어 결국 길거리에서 고양이 옆에 둥글게 몸을 말아 잠을 청한다. 다음 날, 다니던 회사 고양이를 데려가지만 회사 건물 측도 역시나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서귤은 잘리고 만다. 그런데 마침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서귤의 고양이가 마치 트램펄린처럼 받아내고, 이 고양이는 ‘슈퍼 고양이’라는 이름과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고양이 사인회에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찍느라 번쩍인 플래시에 고양이가 놀라 점프하다가 사람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 고양이는 인기를 잃고 비난의 대상이 된다. 비탄에 빠져 길을 서성이던 서귤과 고양이를 마침 도와주러 온 듯 트럭을 타고 등장한 아저씨. 예전에 고양이가 구해 주었던, 건물 옥상에서 떨어졌던 그 아저씨다. 서귤과 고양이는 기쁜 마음으로 그의 트럭을 탄다. 그러나 잠시 잠들었다 깨어 보니 이들은 고양이를 연구하려는 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커다란 주사기로 어떻게든 고양이를 진정시키려던 연구원들은 고양이의 골골골 하는 진동에 흔들리고, 그때 하늘에서 무지개 다리를 타고 다양한 무늬의 고양이들이 내려온다. 이 고양이들을 따라 서귤의 고양이는 하늘로 올라가 버리고, 서귤은 홀로 남는다. 이제 고양이가 없이 ‘멀쩡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서귤의 마음은 똑같지 않다. 중요한 것이 사라진 듯 텅 빈 마음. 정신과에도 가 보고 명상도 시도해 보고 다른 사람을 만나 잊어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어느 날 집 앞에 앉아 있는 길고양이를 발견하고 그 고양이에게 먹을 것과 물을 챙겨 준다. 이전 고양이가 남겨 두었던 텅 빈 마음이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어른들을 위한 이 동화는 끝이 난다.

놀라운 점은 이런 이야기를 단 한 줄의 대사도 없이, 그리고 단 한 번의 표정 묘사 없이 해낸다는 것이다.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 그러니까 눈코입 등을 다 가진 건 주인공 고양이뿐이다. 나머지 인간들은, 서귤조차도 표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거리가 모두 이해되고 인물의 감정이 모두 느껴진다. 대단한 솜씨다. 이게 서귤 작가님의 첫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데뷔 때 이미 이 수준이셨던 겁니까! 역시 작가님 최고 🥰 원래 독립 출판으로 소량 만들어진 걸로 아는데, 최근에 이북으로도 나왔다. 밀리의 서재에서도 이용 가능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시라. 고양이 귀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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