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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백은정, <아이 러브 모텔>

by Jaime Chung 202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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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백은정, <아이 러브 모텔>

 

 

제목부터 끌릴 사람들이 있을 듯하다. 분명 ‘아이 러브 모텔’이 제목인데 표지에는 ‘아이 러브모텔’처럼 읽힐 것을 노리고 써 놓았다. 이 에세이로 말할 것 같으면, 남편과 같이 모텔을 운영해 온 저자가 풍부한 경험과 약간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예컨대 저자가 만난 모텔 진상 이야기를 할 때, 그 진상들에게 담긴 뒷이야기랄까, 구체적인 이야기는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 ‘썰’을 만드는 식이다. 예를 들어, 저자가 객실을 청소하려고 객실에 들어가 봤더니 커피 포트에 여성 팬티가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아마 저자가 경험하고 실제로 아는 전부일 것이다. 그걸 가지고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 ‘빛나’와 ‘지호’ 같은 인물을 창조하고, 이 커플의 첫 여행 당일을 위해 빛나가 ‘시내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을 향해 두 시간 반을 내달’려 ‘거금 30만 원’을 주고 ‘4월의 신부를 위한 웨딩 브라팬티 세트’를 구입했을 거라고 적당히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팬티의 주인공이 팬티를 빨기 위해 커피 포트에 넣어 물을 끓였다가 까먹었다는 추론은 어디까지나 그럴듯하지만, 앞에 말한 ‘썰’은 정말 어디까지나 상상으로 만든 ‘썰’이고, 진실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아마 아닐 것이다).

한 가지 확실히 해 둘 것은, 아무래도 글의 배경이자 저자의 삶의 터전이 모텔이기 때문에 진상, 불륜, 불량 청소년 등의 소재가 빠질 수 없다는 점이다. 저자가 (시)아버님과 같이 객실 청소를 하고 있는데 옆 방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서 민망했다는 이야기 같은 건 진상 축에도 끼지 못한다. TV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객실에 올라가 봤더니 벌거벗은 남자가 중심부만 간신히 이불로 가리고, 그 위에 자라난 털은 보일 정도로 당당히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이야기 정도 되어야 진상 별점 한 개를 받을 수 있다. 이것도 읽으면서 어이가 없었는데 미성년자 혼숙 이야기는 정말 너무 억울해서 내가 다 열이 받았다. 분명히 미성년자는 혼숙이 안 되는데 미성년자들은 프런트에서 직원들이 바쁠 때 몰래 방으로 들어가 혼숙하고, 들키거나 뭔가 잘못을 저질러 모텔 직원들이 보상을 요구하면, 미성년자 혼숙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 조치(신분증 확인)가 미숙했다는 점을 이용해 오히려 경찰서에 모텔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한다고 한다. 실제로 저자네도 여러 번 당했고 한 번은 실제로 경찰서까지 가서도 예방 조치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경고를 먹었단다. 그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한데, 실질적으로 잘못을 한 미성년자들이 거기에 무슨 배상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정말 화딱지가 나서 나 같으면 저런 진상들 때문에 모텔 일 못 해먹을 듯.

불륜 이야기를 적당히 ‘흥미’ 위주로만 읽고 그 이상으로 괜히 열을 올리지만 않는다면 이 책은 아침 드라마 못지않은 도파민을 선사해 줄 것이다. 이걸 읽고 나면 사람들이 왜 <사랑과 전쟁> 같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달까. 마라탕은 내가 안 먹어 봐서 마라 맛에 비유할 수는 없고, 최소한 신라면 정도의 맵기는 된다고 보장한다. 가벼우면서도 자극적인, 적당히 가십스러우면서도 너무 양심의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한번 거들떠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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