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War of the Roses(장미의 전쟁)>(1989)
1989년작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 <The Roses(더 로즈: 완벽한 이혼)>(2025)가 곧 개봉할 거라고 해서, 원작에 해당하는 이 영화부터 봤다. 정확히 하자면 이 영화의 기반이 된 소설(워렌 애들러의 <The War of the Roses>)부터 읽는 게 맞겠으나, 그럴 시간까지는 없어서… 😅
이 영화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바바라(캐슬린 터너 분)와 올리버(마이클 더글러스 분)는 첫 만남부터 한 경매장에서 일본 조각 제품을 두고 경매 ‘전쟁’을 벌인다. 결국 바바라의 승. 바바라가 조각 제품을 사서 나오자 올리버는 쭐래쭐래 따라가고, 결국 그들은 연인 사이가 된다. 불같은 사랑을 하다가 결혼하게 된 그들. 올리버가 변호사가 되어 상사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 눈에 들려고 (=승진하려고) 애를 쓰는 동안 바바라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아이들도 키운다. 세월이 흐른 후, 올리버는 성공한 변호사가 되었고 바바라도 여태까지는 내조만 하다가 이제는 자신의 요리 솜씨를 발휘해 사업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바바라는 이혼의 조건으로 자신이 발견해 정성스레 꾸민 집을 달라고 하고, 올리버는 이를 거부한다. 올리버의 절친인 동료 변호사 개빈(대니 드비토 분)은 그에게 ‘그냥 아내가 해 달라는 대로 해 주고 손절해라’라고 조언하지만, 올리버는 그 집만큼은 바바라에게 넘겨 주고 싶지 않다. 결국 그들은 같은 집 내에서도 구역을 따로 정해 살고 말도 잘 섞지 않는, ‘적과의 동침’에 들어가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혼을 생각하는 커플이라면 이 영화를 시청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빈은 지혜로운 조언을 쏟아낸다. 애초에 영화 속 개빈 캐릭터, 그러니까 올리버에게 이혼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제공하는 캐릭터가 원작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소설 속 ‘개빈’ 캐릭터는 이름도 개빈이 아니고, 올리버의 친구도 아니며, 유대인 랍비이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개빈이 하는 말은 대략 ‘아내를 이기려고 들어 봤자 이길 수 없고 오직 질 수밖에 없는데, 얼마나 지느냐 그 정도만 다를 뿐이다(There is no winning! Only degrees of losing!)’ 하는 내용이다. 집이 비싼 것은 알지만, 그 집을 내주기 싫어서 정말 글자 그대로 ‘피 튀기는’ 싸움을 하게 되는 올리버로서는 개빈의 말을 흘려들어도 너무 흘려들었다. 적당히 하고 그냥 손절, 말 그대로 손해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끊어내야 했는데… 결국 그는… (말잇못)
사실 어느 경우든 아내가 원하는 대로 이혼 조건을 맞추어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아내에게 이혼 사유가 없고 성실히 자기 의무를 다했다면 그에 따른 위자료를 받는 게 마땅하고, 만약에 아내가 바바라처럼 보통내기가 아닌 여자라면 더더욱 더 굽히고 들어가야 할 테니까. 개빈 말대로 좀 합시다. 개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영화는 개빈이 경험 풍부한 변호사로서, 이혼 상담을 하려고 온 젊은 변호사에게 ‘내가 변호사 생활을 하다 이런 경우까지 봤는데…’라며 바바라와 올리버의 이야기를 해 주는 식으로 되어 있다. 문학 작품 용어로 하자면 액자식 구성이랄까. 처음에 개빈이 ‘내가 담배를 끊으려고 용을 썼는데 이 사건 때문에 내가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며 담배를 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이 담배 연기가 훅 풍기며 바바라와 올리버가 처음 만난 시점으로 장면이 전환되는 부분의 연출이 예술이다. 대니 드비토 본인이 감독을 했는데 역시 연출 감각까지 있는 대배우답다.
대니 드비토의 말처럼, 영화의 엔딩은 딱 그게 완벽한 것 같다. 그것 이상의 다른 엔딩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전쟁 같은 사랑(그걸 여전히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면)을 한 커플의 끝은 그것밖에 없지 않을까. 개빈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두개골을 뒤흔드는 두 가지 딜레마가 있어. 머무르지 않으려 하는 사람을 어떻게 붙잡지? 떠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없애 버리지?(There are two dilemmas... that rattle the human skull. How do you hold onto someone who won't stay? And how do you get rid of someone who won't go?)” 이 커플을 아주 완벽하게 요약한 말이랄까. 올리버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바바라를 사랑했던 것 같고, 바바라는 그런 올리버가 꼴 보기도 싫었던 것 같다. 정말 환장의 커플. 개빈이 젊은 변호사에게 해 주는 조언처럼, 가능하다면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그 모습을 다시 찾아 사랑하려고 노력해 보고, 그게 안 된다면 정말 깔끔하게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다 주고 새롭게 시작하는 게 낫다. 이 영화가 이혼의 교과서가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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