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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Prisoners(프리즈너스)>(2013)

by Jaime Chung 2025.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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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Prisoners(프리즈너스)>(2013)

 

 

⚠️ 아래 후기는 영화 <Prisoners(프리즈너스)>(2013)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부제를 붙인다면 ‘사적 제재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라고 하고 싶다. 이것만으로도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이 감을 잡으시지 않을까…

 

줄거리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사랑하는 딸이 실종되었으나 유일한 용의자 알렉스(폴 다노 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풀려나자, 피해 아동의 아빠인 켈러(휴 잭맨 분)는 극도의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다. 이 사건을 맡은 로키 형사(제이크 질렌할 분) 역시 백방으로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나 소득이 없다. 그래서 켈러는 직접 알렉스를 심문하기로 하는데…

 

켈러는 자기 딸과 같이 납치된 이웃 소녀의 아빠인 프랭클린(테렌스 하워드 분)에게 망을 봐 줄 것을 부탁하고, 알렉스를 붙잡아 어떤 외딴 집(켈러네 아빠가 살았으나 이제는 비어 있는 집)에 감금해 무력으로 겁을 주면서 피해자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문제는 알렉스도 어릴 적 납치 및 약물 주입의 피해자로서, 지능이나 인지 능력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 같지만 똑똑히 밝히지를 못한다. 사실 범인은 알렉스를 자식처럼 키워 준 (자기가 고모라고 뻥치고) 홀리 존스(멜리사 레오 분)였다! 홀리와 남편은 아들이 암으로 죽은 이후, 자신과 같은 고통을 남들, 특히 부모들에게 느끼게 해 주겠다는 악한 동기로 아이들을 납치해 약물을 투입해 살해해 왔다. 이 사악한 부부의 피해자 중 살아 남은 사람은 딱 둘인데, 알렉스와 밥 테일러(데이빗 다스트말치안 분)다. 밥은 어릴 적에 납치당한 지 일주일만에 도망쳐 나와 살았으나 아직도 그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미로에 집착한다. 로키 형사는 밥이 아이들을 죽인 게 아닌가 의심하지만, 무언가 더 심문해 볼 사이도 없이 그는 미로만 그리다가 경찰의 총을 빼앗아 자살하고 만다.

 

어찌어찌 해서 범인이 밝혀지긴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범인이 큰 죗값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로키가 쏜 총에 맞아 죽는 게 전부다. 일단 조이(카일라-드루 시몬스 분)가 먼저 도망쳐 나와 구조되고, 나중에 로키가 켈러의 딸 안나(에린 게라시모비치 분)도 구하지만 정작 켈러가 홀리에게 당해서 지하실 같은 곳에 갇혀 버린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로키가 켈러의 비상용 호루라기 소리(안나가 잃어버렸다고 한 것, 안나와 조이가 갇혀 있던 홀리네 뒷마당 자동차 밑에 있는 지하실에 버려져 있었다)를 듣는 것으로 보아 로키가 결국 켈러를 구했다고도 희망 회로를 돌릴 수 있겠지만, 원래 각본에는 켈러가 그냥 지하실에 갇혀 있다가 죽는 걸로 끝이 났다고. 애초에 ‘켈러(Keller)’가 독일어로 지하실이라는 뜻이다. 이래서 아이 이름을 잘 지어야…

 

제목의 ‘프리즈너스’, 즉 포로는 피해 아동들만(안나와 조이, 홀리 존스에게 납치되었던 밥 테일러와 알렉스를 포함)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방금 말했듯 진짜로 지하실에 갇힌 켈러뿐 아니라 로키도 포로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아론 구지코우스키에 따르면, 로키는 고아원에서 자라서 가족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없다는 설정이라고(로키가 하도 이 사건에 집착하니까 로키의 상사가 결혼해서 애도 낳고 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기댈 수 있는 가족을 만들지 않고 스스로를 일에만 밀어붙인 로키는 그 고통과 외로움의 포로이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아이를 잃은 슬픔 때문에 그 고통을 타인에게도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악행을 일삼아 온 홀리 존스와 그 남편도 그 슬픔과 악의 포로다. 사실 홀리와 남편 때문에 괴로워지는 사람만 몇이냐…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한 말이고 또 내가 여러 번 한 말이기도 한데, 나는 외로움이 탐욕만큼이나 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홀리와 남편의 아이가 암으로 죽은 건 안타까운 일이고 참으로 괴로운 일이지만, 애초에 그 둘은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을 만나 자조 모임을 갖든가 아니면 심리 상담사를 정기적으로 봐야 했다. 자기의 괴로움을 남들도 느끼게 해 주곘다며 아이들을 납치해 약물을 주사하는 게 아니고! 아무도 자기를 이해 못하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괴롭다는 생각이 불행의 근원이 아닐까.

 

그래서 보다 보면 마음이 갑갑해지고 어둑어둑해지는 그런 영화다. 그런 영화도 나름대로의 매력과 의미가 있지만… 밝고 희망적인 영화를 찾을 때 보지는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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