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코니 윌리스, <로즈웰 가는 길>

by Jaime Chung 2025. 10. 27.
반응형

[책 감상/책 추천] 코니 윌리스, <로즈웰 가는 길>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잘 알려진 SF 작가 코니 윌리스의 소설. 나는 그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나 <둠즈데이북> 같은 장편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단편 모음집인)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고양이 발 살인 사건>, 그리고 (단편소설 한 편인) <디. 에이.>, 이 세 권만 읽었더랬다. 이 세 권에 대해서는, 기억이 대체로 가물가물하지만 아작 출판사의 교정교열이 끔찍한 수준이었다는(특히 앞의 두 권이!) 기억은 강렬했기에, 아작 출판사에서 내는 SF 소설은 대체로 피해 왔다. 그랬는데 이게 교보 샘에 있는 걸 보고 한번 기회를 다시 줘 보기로 했다.

 

일단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게 시작된다. 우리의 주인공 프랜시는 대학 시절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 세리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로즈웰에 가는데, 이 로즈웰이라는 곳은 UFO가 추락했다고 알려져서 UFO 및 외계인 덕후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프랜시는 외계인 따위는 믿지 않지만, 세리나는 사귀는 남자에 따라 메타몽처럼 자기 취향과 스타일을 바꾸어 버리는 타입이었고, 세리나가 결혼하기로 한 러셀이라는 남자가 외계인 덕후라서 이곳에서 결혼하게 된 것이다. 프랜시는 세리나가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친구를 어떻게든 잘 설득해서 결혼을 취소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결혼식이 열릴 로즈웰 UFO 박물관에 가는 일도 힘겨웠는데, 거기에 도착했더니 더욱 놀라운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의 결혼을 말리기 위해 결혼식이 열리는 UFO 덕후들의 성지에 제 발로 걸어들어간 머글이라니! 그리고 그 머글은 진짜로 외계인을 만나게 되는데… (더 보기)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라는 점은 말해 두고 싶다. 극중 캐릭터들의 로맨스가 너무 억지 같다는 독자의 의견도 있는데, 내 생각에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아니라 결말이다. 문제가 해결된 것 같긴 한데, 도대체 왜 책은 이렇게 끝이 나는지, 마지막은 도대체 무슨 장면인지 혼란스럽다. 소설은 굉장히 전형적인 로드 트립 영화처럼 진행되는데, 캐릭터 성격이나 극 진행, 대사 등이 진짜 영화 같다. 읽기만 해도 영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 그런 매력이 있는데 끝마무리가 애매한 게 아무래도 너무 아쉽다. 마무리만 잘했어도 훨씬 더 좋았을 텐데…

 

어떤 독자 말대로, 코니 윌리스의 작품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보니 신작을 집어들 때 어떤 코니 윌리스를 읽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매력이자 예측 불가능한 변수일 듯하다. 솔직히, 480쪽이나 읽고 나서야 그걸 알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읽는 일을 도박으로 만든다. 한 250쪽 내외였다면 이렇게까지 아쉽지는 않았을 것을… 하지만 외계인 캐릭터가 귀여우니까 쪼끔 봐주겠다. 소설 내에 이런저런 외계인 관련 영화나 서부 영화가 많이 언급되므로, 그쪽에 조예가 깊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은 그 언급들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