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5년 10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5. 10. 31.
반응형

[월말 결산] 2025년 10월에 읽은 책들

 

2025년 10월에 읽은 책들은 총 11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마샤 웰스, <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불능> ⭐️⭐️⭐️⭐️
내가 10월에 본 미디어 중 제일 최고로 재미있는, 애플TV의 SF 드라마 <머더봇(Murderbot)>의 원작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의 1권이다. 드라마도 재미있는데 그 드라마를 재미있게 만드는 기가 막힌 설정이 여기 다 있다. 약간의 불안증과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보안유닛’ 머더봇은 자신의 지배 모듈을 해킹했기에 인간이 내리는 명령을 듣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주를 지배한다거나 인간들을 싹 쓸어버리겠다는 야심 따위는 조금도 없이, 그냥 자신의 본업인 ‘보안유닛’ 일을 계속한다. 남는 시간에 회사의 엔터테인먼트 피드를 통해 재미있는 드라마나 보면서. 사건은 이 보안유닛이 ‘보존 연합’이라 불리는 곳에서 온 한 그룹의 탐사대를 고객으로 맡으면서 시작된다. 감정이나 이성이라 불릴 만한 것을 가진 그이지만, 이 일련의 탐사대는 뭐랄까, 너무 성가시달까… 인간들을 대하는 일이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보안유닛이 이 ‘보존 연합’ 그룹 사람들에게 스며드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원작도 재미있지만,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주연하는 이 드라마도 강력 추천!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 ⭐️⭐️⭐️
민음사TV의 세문전 독서 클럽이 아니었다면 내가 정말 결코 펴 보지도 않았을 책… 뜻이 맞는 블로그 이웃님과 교환 독서를 해서 겨우겨우 끝냈다. 싯다르타(우리가 생각하는 그 부처님이 아니다!)가 자신의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는데 나에겐 그다지 울림이 크지 않았다. 끝냈다는 데 의의를 두겠다.
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
이것 역시 민음사TV의 세문전 독서 클럽을 위해 읽었다. 이웃님이(위에 언급한 교환 독서 같이 한 그 이웃님과 동일 인물) 추천해 주시기도 했지만. 클라라라는 이름의 AF(Ariticial Friend), 즉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인간 형태 로봇이 주인공이다. 클라라는 조시라는, 건강이 좋지 못한 한 소녀의 ‘친구’로 입양되는데 조시의 엄마는 조시가 죽을 것이라 생각하고 벌써 조시가 떠난 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이다. 조시의 친구 릭은 조시와 어릴 적부터 친구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시와의 사이가 어긋나 버렸고… 인간, 로봇, 죽음, 애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설. 이런 주제가 마음에 든다면 한번 읽어 보시길.
코니 윌리스, <로즈웰 가는 길> ⭐️⭐️⭐️
로즈웰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다시 말해, 덕후들만 안다는 뜻이다) UFO 덕후들의 성지 같은 곳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프랜시는 자신의 대학 시절 친구 세리나가 UFO 덕후와 결혼하는 것을 막으려고 세리나의 결혼식이 열릴 로즈웰로 향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겪는데… UFO 성지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 하면, 외계인이 등장하는 데 적절한 밑밥을 깔겠다는 뜻이다. 하는 짓이 다소 귀엽긴 하지만 어쨌든 외계인에게 흥미가 없다면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애매하게 뚝 끊기는 느낌의 결말도 많은 독자에게 좋지 않은 반응을 불러일으킬 듯. 진성 외계인/UFO 덕후나 코니 윌리스 팬에게만 권한다.
마샤 웰스,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 상태> ⭐️⭐️⭐️
위에서 언급한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의 2권. 제목의 ‘인공 상태’는 두려운 상태, 겁에 질린 상태를 가리킨다(책을 읽다 보면 이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1권에서 만났던 ‘보존 연합’ 사람들을 떠나 자신이 일으킨 학살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라비하이랄 광산으로 향한 머더봇. 거기에서 ‘재수 없는 연구용 수송선(Asshole Research Transport, ART)’을 타고 가면서 ART와 친구 (또는 거머리) 비슷한 사이가 되고, 라비하이랄을 의심받지 않고 돌아다니기 위해 증강인간인 척하며 보안 자문 일자리를 얻게 되는데…
ART라는 존재가 이번 2권을 재미있게 만드는 장본인이라 할 수 있겠다. 머더봇이 맞이하는 새로운 고객은 세 명인데 아무래도 (종이책 기준) 228쪽의 짧은 분량이다 보니까 각 인물들을 구분할 만한 인물 묘사가 많지 않은 게 아쉽다. 1권에 등장했던 매력적인 인물들(우리가 드라마로도 보고 정이 든)은 머더봇 빼고는 2권에 등장하지 않는데 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아무래도 시각적 정보가 없다 보니 이 인물들이 각각 어떤 개성이 있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등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책이 좀만 더 길었거나 아니면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추가로 각 인물들을 구분시킬(적어도 시각적인 정보는 주어질 테니까)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그래도 재미있다.
마샤 웰스, <머더봇 다이어리: 로그 프로토콜> ⭐️⭐️⭐️
위에서 두 번이나 언급한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의 3권. 머더봇은 라비하이랄에서의 조사를 마치고 코퍼레이션 바깥에 있는 밀루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 다시 한번 수송선을 탄다.
내가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를 읽으면서 매번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반면 이야기는 빨리 진행되어서 각 인물들을 찬찬히 파악하고 구별할 수 있는 기회는 적다고 느꼈는데, 이번 3권에서 그걸 가장 크게 느꼈다. 이번에도 또 머더봇은 새로운 곳으로 가서 새로운 인물들을 만난다. 멘사 박사를 비롯해 1권에서 만나고 드라마 <머더봇>을 통해 심적으로 가까워진 그 인물들 하나도 안 나와요… 머더봇 빼고… 그래도 나는 국내에 번역된 4권까지 읽고 또 5-7권은 원서로 읽을 듯. 덕질의 끝까지 가 봅시다…
Yaa Gyasi, <Transcendant Kingdom> ⭐️⭐️⭐️
작가 이름은 야 지야시라고 읽는 듯. 국내에는 <밤불의 딸들>(원제는 ‘Homecoming’)이라는 책 한 권만 번역돼 있고, 이건 아직 안 들어왔다. 가나 출신 미국인 기프티, 약물 중독으로 죽은 오빠 나나,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 어머니, 이렇게 세 사람의 이야기인데 기프티의 관점으로 서술된다. 엄청나게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표현이 진짜 너무 슬프고 아름답고 빛난다. 원서 읽기가 큰 부담이 아니라면 한번 권하고 싶은 책.
양다솔,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이 책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양다솔 작가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글감을 제시하며 용기를 북돋아 준다! 제목 그대로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편지들 모음이라고 할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가이드 삼아,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글감으로 글을 꾸준히 써 보고 나누는 게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참 좋은데 편집 상태가 놀랍도록 별로였다. 작가는 맞춤법을 틀릴 수 있지만 그건 편집자가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좋은 책을 대충 한 것 같은 교정교열 상태로 망치는 것 같아 그 점이 무척 아쉬웠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꼼꼼하게 이 책을 읽고 주어지는 글감들로 글을 써 보시라.
산만언니,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요즘 어린 친구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90년대생인 나에게는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이 살면서 최초로 목격한 국가적 규모의 재난 사고였다. 저자는 삼풍 사건의 생존자로서,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또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했던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는다. 생존자로서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남들에게 들려주는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슬아, <아무튼, 노래> ⭐️⭐️⭐️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의 한 권. 가수도 아닌 이슬아 작가가 노래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노래방을 장악해보지도 않은 내가 왜 노래에 관한 책을 쓰는가. 생각해보면 몹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우사인 볼트가 육상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우리 엄마 복희가 요리에 관한 글을 쓰지 않듯, 가왕들은 노래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하느라 바쁘다.” 노래를 잘하지 않아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에세이다.
마샤 웰스,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 ⭐️⭐️⭐️⭐️
위에서 언급한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의 4권. 현재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게 4권까지인데 한 달 만에 다 네 권을 다 읽어 버렸네. 이번에는 1권에 등장했던 멘사 박사, 구라틴, 핀-리, 라티 등 ‘보존 연합’ 인물들이 재등장한다. 1권에서는 그냥 간략하게, 캐릭터로서만 이용되었던 인물들이 4권에서는 멘사의 납치 사건 때문에 다시 뭉치면서 좀 더 개인의 성격을 더 잘 드러낸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머더봇>의 캐릭터 해석을 4권에서 많이 따오지 않았나 싶다. 방금 말한 대로 멘사 박사가 그레이크리스 측에 납치되어서 머더봇이 구하러 가는 내용. 이제 나는 아직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5권 읽기에 돌입해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