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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양다솔,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by Jaime Chung 2025.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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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양다솔,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내가 너무너무 재미있게, 귀하게 아껴 읽은 <아무튼, 친구><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쓴 양다솔 작가가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들. 편지 한 편 한 편이 글을 쓰는 이들을 위한 응원이자 글감 제시가 된다.

 

저자는 ‘까불이 글방’이라는 글방을 운영하는데, 이곳은 참으로 무시무시한 곳이다.

시간이 흘러 나는 웃기는 글방을 열게 된다. 이름하여 ‘까불이 글방’. 소개는 이렇다. ‘나는 까불 테니 너는 글을 써라!’ 이름은 우습지만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쓰지 않으면 출석할 수 없고, 지각을 했다간 성대모사를 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글방 신청란에는 ‘무엇이든 지기가 하자는 대로 따를 준비가 되셨습니까?’라는 질문이 있고 그에 대한 답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이 있다. ‘네, 그러겠습니다’와 ‘그러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다음 주까지 글을 써오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불호령을 내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덜덜 떨었다. 사람들이 전부 도망가면 어쩌지. 나도 쓸 때마다 새롭게 글쓰기가 무서운데, 사람들은 어련할까 싶었다. 나도 모르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까 그건 장난이고, 정말 꼭 글을 쓰시면 좋겠어요.’ 거짓말처럼 다음 주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쓰지 않으면 출석도 못 하고, 지각했다간 성대모사를 해? 매주 글 한 편 써서 들고 제때 도착하는 수밖에… 선택지도 무려 두 개밖에 없다!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글이자 가장 ‘와, 나도 글 한번 써 볼까?’ 생각하게 만든 꼭지는 1부 첫 번째 글감, ‘이상하고 아름다운 너’이다. 아래 인용문을 보세요, 이걸 보고 어떻게 마음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가 있나요! 나는 이걸 보자마자 내가 최근 덕질하는 모 캐릭터가 떠올랐다. 이상하고 별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존재. 그를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낱낱이 밝혀 쓰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달까. 읽어 줄 사람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얼마나 이상하고 사랑스러운지 꼭 쓰고 싶다고요!

‘나의 이상함은 흠이 아니라, 그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일 뿐이다.’ 저는 그걸 알게 된 순간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라는 이상한 사람을 훨씬 더 잘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이상한 것들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책 속에는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상한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웬만한 이상함으로는 승부도 볼 수 없어요. 그래서 마음껏 까불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상함은 자세히 보아야 발견되는 것이며, 자세히 보는 일은 그것을 애정하는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상한 사람이란 내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이상한 점도 마찬가지예요. 나 스스로 자세히 봐주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자세히 보았을 때, 그 사람의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모두가 조금씩 이상합니다. 특히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죄다 이상합니다. 저는 그 사람을 아주 먼 곳에서도 단번에 구분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은 저에게 절대로 대체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나요? 단 몇 줄로 소개될 수 없는, 정말 이상한 사람. 별난 사람. 이 세상에 있기에는 조금 걱정스럽고 다소 안타깝지만, 지면 위의 이야기가 된다면 그 어떤 과장도 필요 없이 완벽한 주인공이 될 사람. 너무나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빛날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명은 있을 겁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는 사람만이 글 쓰는 이가 되거든요. 당신은 분명 그런 눈을 갖고 있어요. 누군가의 이상한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제대로 설명하고 싶은, 자꾸만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게 만드는 이상한 타인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이런 사람이 사는 세계에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나대로 아름답게 이상해져야겠다, 계속해서 무럭무럭 이상해져야겠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유용하도록 글을 써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다음 주까지 써올 글의 주제, 우리의 첫 번째 글감은 ‘이상하고 아름다운 너’. 여러분의 첫 마감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또 좋았던 부분 하나 더. ‘홀로인 시간’이라는 글감을 권하는 꼭지에서 저자는 비비언 고닉이 쓴 글을 읽고 그가 고독을 정확하게 묘사했다고 생각해서 좌절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고독의 장면을 붙잡아 썼다면, 그걸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나. 나만 이렇게 고독한 건 아니구나, 다른 사람도 이렇게 느끼는구나, 하고.

저는 고독이 때로 실제로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주적은 늘 외로움과 고독이었습니다. 덩달아 아주 고독한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여러분께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아무래도 누군가 제 인생에 장난을 쳐놓은 것 같습니다. 도무지 해결 방법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고독과 잘 지내는 날이, 제 인생이 출세하는 날일 거예요. 매 순간 사무치는데도 고독이라는 것에 대해 제대로 써보지도 못합니다. 한마디로 뼈도 못 추리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 어딘가에서 온 빼어난 산문가가, 마치 제 몸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제가 느꼈던 그 고독의 장면을 너무나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온몸에 힘이 풀렸습니다. 아… 누가 벌써 써버렸군, 이렇게나 잘…. 그리고 전의를 상실한 저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틀렸어. 이미 썼어. 훨씬 잘 썼어. 난 쓸 필요가 없어.” 그러자 그 친구가 말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야. 웬만한 작가들은 다 우리보다 잘 써.” 저는 생각했습니다. ‘제기랄.’ 그리고 그냥 앉아서 제가 쓸 수 있는, 비비언 고닉보다 훨씬 못 미치는 글을 쓰기 시작했죠. 그런데 완성된 글은 정작 고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비비언 고닉의 글과는 달랐습니다.

사실 제 글하고 비비언 고닉하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비언 고닉이 고독이라는 장면을 이토록 명확하고 생생하게 채집해버렸을 때 제가 굉장히, 눈을 크게 뜰 정도로 놀랐고 그와 동질감을 느꼈으며 위로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큰 단위의 힘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웃기지 않나요? 제가 만난 것은 비비언 고딕도 아니고, 그냥 글자일 뿐인데 말이죠. 남이 고독해서, 마찬가지로 고독하게 그것을 담아낸 것으로 제 고독함이 조금 덜어졌다니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녀의 글이 뺏을 수 없을 만큼 구체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의 삶에는 모두 각자의 걱정, 번뇌, 그리고 고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독하지 않은 사람은요, 솔직히 좀 재수 없습니다. 다만 고독은 각자의 삶에서 다른 모양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의 고독은 작고 귀여운 돌멩이 같고, 어떤 사람의 고독은 문진처럼 조금 묵직하고, 어떤 사람의 고독은 그 사람을 깔고 앉을 만큼 거대하겠죠.

 

이 좋은 책에 아쉬운 점을 찾는다면, 교정교열이 잘 안 된 것 같다는 점이다. 작가가 쓴 글을 존중해서 그의 글을 고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타나 실수도 그대로 놔둬야 할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존경하는 작가니까 오히려 더 충심으로 그런 점을 고쳐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별스런(별스러운)’, ‘수 밖에(수밖에)’, ‘이번 에는(이번에는)’ 같은 단순한 오탈자뿐 아니라 ‘칠흙 같은 어둠’ 같은 말도 안 되는 틀린 맞춤법을 왜 그냥 놔두신 거죠? 칠흑이 찰흙 같은 흙의 종류라고 생각한 걸까? ‘네가’를 입말 표현대로 ‘니가’라고 쓴 것도 거슬렸지만 제일 이해가 안 된 건 이 부분이다. 요조 작가의 <아무튼, 떡볶이>라는 책을 언급하면서 작가는 “저는 이 이야기를 읽고 요조 님의 가족은 재래시장 앞에서 뿔뿔이 흩어졌다고 합니다.”라고 썼다. 그냥 쓱 읽기만 해도 이 문장의 앞뒤가 안 맞는 게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 이 이야기를 읽고’라고 시작했으면 ‘감동했다’라든지 ‘우리 가족은 어떻게 외식을 하는지(만장일치로 좋아하는 걸 사먹으러 가는지, 아니면 각자 좋아하는 걸 사먹는지 등)을 생각해 보았다’라든지 하는 내용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이 문장을 정말 그대로 놔뒀다고요? 내가 이 책 편집자였으면 혀를 꽉 깨물고 죽고 싶었을 것 같다. 아니 어떻게 내가 본 책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가 그대로…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실수들을 관대하게 눈감아 줄 의향이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나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한켠에 간직해 온 이들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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