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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마샤 웰스,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

by Jaime Chung 2025.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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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마샤 웰스,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

 

 

내가 10월 내내 주구장창 읽은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의 4권(리뷰 시리즈는 여기: 1권 <머더봇 다이어리: 시스템 통제불능>, 2권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 상태>, 3권 <머더봇 다이어리: 로그 프로토콜>). 애플TV에서 볼 수 있는 SF 드라마 <머더봇>의 원작이 되는 그 소설 맞습니다. 내 블로그를 자주 보시는 분들은 아직도 <머더봇 다이어리> 얘기 하냐며 지겨워하실 수도 있겠지만, 뭐,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제가 푹 빠졌거든요…

 

어쨌든 4권에서는 반가운 얼굴들이 다시 등장한다. 1권이 워낙 빠르게 훅훅 진행되느라 이렇다 할 캐릭터성을 보이지는 못했지만(그 와중에 구라틴만 성격 나쁘다는 인상은 깊게 준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1권에 등장했고 드라마 <머더봇>으로 독자들도 많이 익숙해졌을 멘사 박사, 구라틴, 아라다, 핀-리, 라티 무리가! 바다라지도 한 번 언급되긴 하는데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볼레스쿠와 오버스도 (드라마에선 둘 다 삭제되었지만) 언급된다. 오버스는 한 번 등장하기까지.) 이야기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4권에서는 멘사 박사가 그레이크리스에게 납치되고, 보안유닛이 그를 구출하러 나선다. 구라틴, 핀-리, 라티 이 셋은 보안유닛을 돕는다. 깔끔하죠?

 

4권을 읽으면서 드라마 <머더봇>의 각본을 쓴 폴과 크리스 바이츠(각본가이자 감독, 형제 사이)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을 여기에서 가져왔구나 싶었다. 1권은 솔직히 온전한 한 권짜리 소설이라기보다는 중편 소설(’novella’)에 가까워서 머더봇 외에 다른 인간들은 이렇다 할 개성, 그러니까 성격을 드러낼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구라틴이 머더봇의 대척점에 서서 ‘뭔가 성격이 음험할 것 같고 뒤가 구릴 것 같은 인간’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핀-리가 성격이 급하고 소리를 지른다는 묘사가 있었던 게 전부였다. 그런데 4권에서는 이 인물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구라틴은 여전히 머더봇을 좋아하지 않을지언정 납치된 멘사 박사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협력하고, 핀-리는 1권 말미에서 멘사 박사와 ‘보존 연합’을 떠난 머더봇에게 속상함과 아쉬움, 약간의 의심을 드러낸다. 라티는 오랜만에 만난 머더봇을 친근하게 맞이한다. 이런 개성이 이 4권에 잘 드러나기에 만약에 1권을 읽고 또는 드라마 <머더봇>을 보고 이 ‘보존 연합’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다면, 2-3권은 스킵하거나 아니면 2-3권을 꾹 참고 4권까지 읽기를 권한다.

 

4권은 첫 문장부터 기가 막힌다. 이걸 보시라.

해브라튼 정거장으로 돌아오자 한 무더기의 인간들이 나를 죽이려고 했다. 내가 얼마나 인간들을 무더기로 죽이고 싶어 하는지를 감안하면 공평하다 할 수 있었다.

머더봇이 어떤 과거가 있고 어떤 인물인지가 감이 오는 동시에, 읽고 싶은 마음이 확 들지 않습니까?

 

머더봇이 점점 인간답게 변해 간다고 할까, 인간이 하는 일들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를 읽는 재미 중 하나다.

새 옷을 입자 엔터테인먼트 피드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새 드라마를 발견했을 때 으레 느끼던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옷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정말 마음에 들어서 ‘마음에 들었다’에 있는 따옴표를 없애도 될 것 같았다. 원래 나는 엔터테인먼트 피드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없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직접 골라서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나는 머더봇이 자기가 좋아하는 인간들을 지켜 주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보이는 기업 로고를 주먹으로 후려치고 싶었다. 멍청한 인간들은 안전해지는 법을 모른다. 멍청한 인간들은 세상 천지가 바보 같고 지루한 보존 연합 같은 줄 안다!

 

라티는 대형견 같은 성격이 참 매력이다. 구라틴은… 그 시니컬함이 매력이고.

핀-리가 다른 두 명을 팔꿈치로 밀어 들어오게 한 뒤 문을 닫았다. 이미 말을 한 건 분명했다. 라티가 씩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티가 말했다.

“좋아 보이는데! 뭘 하고 다닌 거야?”

내가 해석하기에 구라틴은 섬뜩한 표정이었다. 나도 아직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

 

이 외에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은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보여드릴 수 없어서 무척 아쉽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모두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를 읽고 같이 수다를 떨었으면 좋겠어요!! <머더봇 다이어리> 좋아하시는 분들 모두 어서 오세요! <머더봇 다이어리: 탈출 전략>도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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